중고 음반들을 구매하다 보면, 특히 예전 바이닐(Vinyl) LP음반 중에는 테이핑 되어 있는 음반들이 상당히 많다. 스카치테이프, 종이테이프, 검정테이프, 박스테이프 등등 그 종류들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 최악의 경우는 바로 청테이프다. 청테이프가 여러 종류의 테이프 중에서 가장 튼튼하고 접착력이 좋으니 당시에는 즐겨 위아래 좌측면에 도배를 했겠지만, 이런 음반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테이핑을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는 드라이기를 이용한다거나, 특정한 약품으로 테이핑을 제거하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놈의 청테이프는 이것 또한 쉽지 않다.
바이닐, 왜 청테이프로 테이핑했을까?
시간이 오래될수록 낡고 삵아 부스러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 자리에 허옇게 청테이핑의 끈끈이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석회석같은 물질이 오히려 더 보기 안 좋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테이핑되어 있는 음반들을 보면 왜 테이핑 했는지 이해는 간다. 예전에 음악다방이나 방송사에서 또는 개인이 자주 쓰는 LP들을 넣다 뺐다를 자주하다보면 쟈켓 좌측면과 아래쪽이 닳고 닳아서 터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니 이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테이핑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수입된 음반들을 보면 테이핑 되어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쟈켓이 심하게 훼손되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테이핑되어 있지 않다. 설사 테이핑되어 있어도 청테이프를 붙이는 경우는 못 봤다. 투명한 테이프를 사용하거나 무광택의 테이핑으로 쟈켓과 큰 이질감이 없는 정도로 최소한의 경우만 테이핑해 놓았더라. 솔직히 10-20년 전 쯤엔 테이핑되어 있어도 구매를 망설이지도 않았다. 알판이 중요하지 껍데기는 알판을 보호하고 내용을 확인하고 실제로 테이핑되어 있다고 음악을 듣고,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바이닐의 가치가 올라가며 쟈켓도 매우 중요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LP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경매나 판매, 구매를 위한 상품의 관점에서는 어마어마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이런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떡칠된 음반들이 조금 있다. 예전에 어렵게 구한 희귀앨범이나 잘 보이지 않는 오래된 음반들이 있는데, 예전 기준에는 아무렇지 않던 것이 요즘 눈에 자꾸 거슬린다. 그래서 가끔 테이핑 제거 작업을 해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특히 희귀앨범이면 손이 떨릴 정도로 조심조심 테이핑을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성공률 거의 희박하다. 10번 중에 10번 다 오히려 쟈켓을 더 안 좋게 만든 경험이 대부분이다. 고미술품 복원하는 작업을 하는 분들은 가능할 것 같은데, 조바심에 꼼꼼하지 못한 경우는 아예 손을 안 대는 것이 진리다. 결국은 섬세함과 인내가 필요한 시간과의 싸움인데 결과는 제거했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다.
긁어서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런 청테이프나 테이핑 된 음반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이고 그럼에도 음악마니아들은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그 음악에 집중하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다. 하지만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청테이핑된 음반은 손이 가질 않는다. 청테이핑된 음반이 있다면 거느는 것이 답이다. 그럼에도 쟈켓상관없이 거기 담긴 음악이 내 인생 최고의 곡이라면 그 음악만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가끔 테이핑된 음반은 가격이 많이 깍여 있어 가성비 좋은 음반을 만날수도 있다. 음반켈렉터냐? 음악마니아? 둘 중 하나를 정해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