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하나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수들이 있다. 특히 허스키한 보이스로 소리반 공기반의 텁텁함을 선사한 가수들을 좋아한다. 예로 탐 웨이츠(Tom Waits),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조 카커(Joe Cocker),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닉 케이브(Nick Cave), 존 마크(Jon Mark), 로드 맥퀸(Rod McKuen) 등등 개성 강한 목소리를 선호했는데 그중에서 자갈 같은 목소리와 슬라이드 기타가 예술인 크리스 리(Chris Rea)를 특히 좋아했다. 이 양반은 뭘 불러도 목소리가 반은 먹어주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크리스 리(Chris Rea) Story.
크리스 리(Chris Rea) 누구?
1951년 영국 미들즈브러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 아버지와 아일랜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아이스크림 공장과 카페 체인이 지역적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아버지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을 했었고 아이스크림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했는데 그의 아이디어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리고 언론인이 되고 싶어 대학진학의 길을 택하게 된다.
크리스 리(Chris Rea)의 음악경력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20대 초반에 첫 기타를 구입해 순전히 독학으로 기타를 익혔는데 라이 쿠더(Ry Cooder)와 조 월시(Joe Walsh)의 연주스타일과 무디 워터스(Muddy Waters)와 같은 델타블루스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확실히 같은 영국 출신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비교해도 크리스 리(Chris Rea)는 늦은 기타 입문이었다. 초기에는 지역 밴드에서 기타 연주를 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허스키한 구별되는 목소리와 슬라이드 기타 연주 실력 만은 인정을 받으며 독립레이블과 솔로 녹음 계약까지 맺게 된다. 첫 싱글 발매는 1974년이었다.
Chris Rea 초기 음악 경력
크리스 리(Chris Rea) 솔로 데뷔앨범은 1978년에 발표됐다. 첫 싱글인 “Fool (If You Think It’s Over)”는 빌보드 핫100에서 12위까지 오르는 대히트를 기록한다. 이 곡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고 그에게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재밌게도 영국출신 임에도 정작 영국 차트에 오른 노래가 없었고 미국에서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아쉽게도 크리스 리(Chris Rea)의 초기 싱글 중 영국 차트에 오른 노래는 거의 없었다. “Fool”의 미국에서의 강력한 성과에 힘입어 영국에서도 서서히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크리스 리(Chris Rea)의 입지는 기타리스트라기보다는 엘튼 존(Elton John), 빌리 조엘(Billy Joel)과 비슷한 싱어송라이터로 분류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히트 싱글 “Fool”은 유일하게 크리스 리(Chris Rea)가 기타를 연주하지 않은 트랙이었고 심지어 엘튼존(Elton John)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한 트랙이었다.
두 번째 앨범 <Deltics>가 1979년에 발표된다. 앨범타이틀 Deltics는 1960-70년대 사용된 철도망의 기관차 이름에서 따왔다. 1집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2집은 UK 앨범차트에 최초로 등장하면 싱글 “Diamonds”가 각각 UK싱글차트와 빌보드 차트에 8주 동안 올랐다. 앨범 프로듀서로는 엘튼 존(Elton John)의 초기 앨범들을 작업했던 거스 더전(Gus Dudgeon)이 맡았다. 그런데 이 앨범에는 국내에서 유독 큰 인기를 얻은 “Raincoat And A Rose”가 수록되어 있다. 비오는 날 청승맞게 들으면 더 없이 좋을 노래다.
이 앨범의 단점이라면 레코딩의 아쉬움이 조금 있다 전체적인 마스터볼륨이 낮은편이다. 그리고 이어서 1980년 3번째 앨범 <Tennis>를 녹음했고,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엄밀히 말해 2, 3집 앨범은 상업적으로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크리스 리(Chris Rea) 전성기
1986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앨범을 연달아 발표한다. 바로 1986년에 발표된 <On The Beach> 앨범이었다. 8집 <On The Beach>의 타이틀곡이 가장 유명한데 이 노래는 국내에서는 광고BGM으로 쓰였는데 그 때 처음 이 노래를 접했고 크리스 리(Chris Rea)라는 가수의 이름도 알게 된 곡이기도 하다. 아내와 스페인의 이비자 해변으로 휴가를 갔을 때 느꼈던 심정을 노래로 만든 곡이 바로 “On The Beach”였다.
바로 다음해인 1987년 9집 <Dancing With Strangers>앨범을 발표하는데 당시 발표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ad>앨범에 이어 UK앨범차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이 앨범에서는 “Let’s Dance”, “Loving You Again”,“Joys Of Christmas”,“Que Sera”가 연이어 히트할 정도로 히트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상업적 전성기 시작이라고 말할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1989년 10번째 앨범 <The Road to Hell> 과 후속 앨범 <Auberge (1991)>는 모두 영국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유럽의 주요 스타로서의 그의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특히 10번째 앨범 <The Road To Hell>은 이전작품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는데 살짝 어둡고, 사회적 비평과 주제의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대인들의 소외와 폭력,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연작형태로 발표했고 Part.1과 Part.2로 나뉘어져 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사회적 해체와 폭력의 증가, 여기에 폭동, 살인에 대한 언론의 무책임함을 꼬집고 있다. 어쩌면 크리스 리(Chris Rea)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앨범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바로 다음 앨범 <Auberge>를 더 좋아한다. 오베르주(Auberge)는 프랑스어로 여관을 뜻한다. 앨범커버디자인은 크리스 리(Chris Rea)가 소유했던 자동차 로터스사의 Super Seven으로 자동차 예술가 앤런 펀리(Alan Fearnley)가 그린 유화였다. 실제로 크리스 리(Chris Rea)는 대단한 자동차 마니아였다.
사실 이 앨범은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음반을 걸어놓으면 다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Heaven”,“Looking For The Summer”,“Going Fishing”,“Sing A Song Of Love To Me”, “Winter Song”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허스키하고 굵고 쉰 목소리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운치있는 슬라이드 기타톤은 이 앨범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런 전성기 시절을 보내는 동안 크리스 리(Chris Rea)는 영국에만 머물러 있었다. MTV Unplugged 공연의뢰와 각종 투어 요청이 이어졌지만, 모두 거부했다. 단지 몇 차례의 미국 토크쇼 출연해 공연한 것이 전부였다. 후에 크리스 리(Chris Rea)는 미국 시장을 소홀히 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건강문제
1992년 <Auberge>이후 <God’s Great Banana Skin>이 발매된다. 싱글은 여전히 차트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지만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어쩌면 크리스 리(Chris Rea)의 경력중에 후반기에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점철됐다.
1994년 위궤양을 시작으로 다음해 복막염에 걸리면서 공연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2000년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2016년에는 말이 어눌해지고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줄만큼 뇌졸중을 앓았다. 그럼에도 담배도 끊고 피나는 재활과 치료로 녹음과 공연을 다시 시작할 만큼 회복됐다. 그리고 2017년 24번째 앨범을 발매했고 유럽 투어도 진행했다. 그런데 2017년 말 투어 콘서트를 하던 중 무대에서 쓰러지고 만다.
크리스 리(Chris Rea)는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음악활동을 계속 이어왔고 새로운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거의 25장의 스튜디오 정규앨범, 투어와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청중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으며 결국 치명적인 건강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며 록과 블루스 장르에서 살아남았다. 다른 기타리스트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음악 경력을 시작했지만 그의 음악적 재능인 개성 있는 목소리와 기타톤으로 많은 앨범을 남기며 그만의 카탈로그와 플레이리스트를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