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한 편을 소개하는걸 봤는데, ‘어? 이 스토리 어디서 봤던 영화인데 뭐지?’ 보다보니까 예전에 봤던 코믹 호러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이란 영화의 리메이크 영화였다. 그 원작영화도 굉장히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걸 리메이크한 한국 코믹호러오컬트 영화 “핸섬가이즈”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엄청 웃고 왔다. 10점 만점에 8점 정도로 제대로 작정하고 만든 코믹 호러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호러, 오컬트 장르가 잘 섞여있는 B급 감성의 영화로 빵빵 터트린다. 웃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핸섬가이즈 시놉시스
“우리가 뭐 빠지는 게 있노?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인물도 훤칠한데” 하지만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첫인상과 험악한 마스크을 지닌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있다. 소박한 성품의 목수들로 둘도 없이 절친인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 그리고 봉구라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이들은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서 새출발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온다.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 생김새에 따른 오해로 동네 경찰 최소장(박지환)과 남순경(이규형)의 특별 감시 대상이 된다. 물에 빠진 미나(공승연)을 구해주려다 오히려 납치범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이어진다.
한편 ‘미나’를 찾으러 온 불청객들을 시작으로 지하실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이 깨어나며 어두운 기운이 집안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핸섬가이즈 재필과 상구집으로 황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왜 다들 우리 집에 와서 죽고 난리야!”
단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한적한 시골을 찾았지만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두 주인공은 생김새 때문에 주변의 오해를 사고, 이들의 집 지하에서 깨어나나 악령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혼돈을 맞게 되는 이야기다. 악마가 깨어난다는 이야기는 오컬트적인 요소,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어나가는 이야기는 호러인데 그 상황자체가 너무 웃긴다. 그리고 깨어난 악마도 염소귀신이라니 정말 B급 감성 듬뿍 코믹호러오컬트 영화가 탄생했다.
감독과 연상되는 것들
영화 제목 “핸섬가이즈” 자체가 반전이다. 영화를 보면 예전에 재밌게 봤던 일본만화 한편이 떠오른다.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천사 같음 마음의 소유자지만, 창백한 피부에 짙은 다크서클, 밀어버리 듯한 눈썹과 올빽 헤어스타일의 악마 같은 얼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악마 같은 이미지로 기억하는 <엔젤전설>이라는 만화였다.
착한 심성과 달리 그의 외모 때문에 벌어지는 오해와 상황들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이 영화 “핸섬가이즈” 역시 생김새와 오해로 벌어지는 일들로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생각나는 영화 중에는 “시실리 2Km”, “조용한 가족”의 느낌과 “이블데드”를 약간씩 섞은 듯한 느낌도 있고, 예전에 봤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 “총알탄사나이”시리즈도 얼핏 떠오르고, 주성치-오맹달이 떠오르는 영화의 느낌도 살짝살짝 묻어난다. 실제로 감독은 1990년대 코미디 스타일을 세련된 톤으로 가미해 상업영화적인 설득력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10대, 20대 관객에겐 신선한 코미디영화로 40대 이상 관객에겐 코미디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었다. 엉뚱하면서 기발하고 재밌다.
남동혁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첫 신인감독으로 첫 번째 연출작이 바로 “핸섬가이즈”다. “상류사회”,“머니백”,“티끌모아 로맨스”,“베스트셀러”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탄탄한 연출력을 다진 감독으로 첫 감독작이 특이하게도 코믹호러오컬트라 다소 의외였다. 감독이 나름 슬랩스틱 코미디에 진심이라는 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만든 코미디
코미디 영화가 제대로 흥행하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웃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코미디란 정극 연기를 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웃음과 즐거움까지 선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유치하거나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면 절대로 웃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상황이 웃겨야 하고 연기자가 절대로 오버해도 웃지 않는다. 코미디 연기는 반드시 정극 대본 속에서의 캐릭터를 유지해야 한다. 관객을 웃기게 하는 순간에도 캐릭터의 집중을 절대로 잃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성민과 이희준은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가 괜히 붙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능청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은 이성민과 이희준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두 캐릭터의 분석과 표현에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그동안 대중의 신뢰를 쌓아온 배우답게 정극연기는 기본이고 파격적인 비주얼과 연기로 보는 내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둘의 케미는 정말 최강이다. 이 둘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웃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억지웃음이 아닌 모든 상황이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되는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또, 씬스틸러 범죄도시의 장이수로 기억되는 배우 박지환의 등장은 신의 한수였다. 핸섬가이즈의 그의 역할은 웃음을 배가시키며 씬스틸러 활약이 돋보였다. 어디로 튈지 몰라서 웃기고 특히 좀비가 됐을 때 개다리 춤은 거의 미친 수준이다. 좀비연기의 신기원을 이뤘다. 여기에 노신부역의 우현의 등장과 그의 대사들 역시 빵빵 터진다. 임원희가 잠깐 카메로로 출연하는데 어처구니없이 죽는 역할이다.
감상평
원작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꽤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5세 관람가로 낮추면서 수위를 조절한 듯하다.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은 미국식 슬래셔물로 굉장히 웃기지만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원작의 주요 컨셉과 장치들을 효율적으로 빌려옴과 동시에 굉장히 영리하게 조합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핸섬가이즈”는 뒤로 가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된다. 원작은 살인마 이야기인데, 핸섬가이즈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오면서 오컬트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런 대목은 “이블 데드”페러디에 좀 더 가까워진 면이 있다.
그런데 다만 코믹호러 오컬트의 장르 혼합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관객의 호불호에 따라 처음부터 빵빵 터지거나 웃음이 터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핸섬가이즈”는 취향을 타지만 무조건 웃기다. 코미디를 기본으로 호러, 슬래셔, 오컬트까지 온갖 장르가 믹스되어 웃음과 공포사이를 오가는 영특한 영화다. 외국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영특하게 좋은 것만 취하고 독자적 매력을 더하고 연출, 연기 각 잡고 잘 만들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