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맛집 : 미향이네 삼수갑산

관광객들은 절대 모르는 현지인만 아는 맛집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현지인 강릉 맛집 중에 찐 맛집이다. ‘동태장탕’이라는 메뉴는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다. 강릉현지인들조차도 ‘동태장탕’은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동태를 손질해 이 집만의 특제 된장을 풀어 탕을 끊이고 여기에 곤이와 칼국수가 들어간 것이 바로 ‘동태장탕’이다. 

오래된 노포의 느낌이 나고 처음 이곳에 방문했던 것이 2000년 초반인데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포남동에 위치한 강릉경찰서 바로 옆 골목에 있다.

경찰서 직원부터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방문하고 점심시간에 가보면 연세 지긋한 분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 알게 모르게 단골들이 많은 집이며 계모임도 자주 하는 현지인 맛집 중에 맛집이다. 2000년 초반 부터 회사에서 부서 회식을 종종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보통 찜 종류를 각 테이블 당 하나씩 시키고 소주 안주로 찜을 먹고 마무리는 동태장탕 또는 망치장탕으로 먹었었다. 코로나19 이후 부서 회식도 사라져 주로 점심시간에 가끔씩 들르는 곳이 됐다.

강릉에는 여러 종류의 장칼국수집들이 있다. 집집마다 맛도 다양하고 장의 종류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장칼국수를 맛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이 이런 장칼국수의 원형이 바로 이 집에서 만날 수 있다. 예로 동해안지역에서는 생선을 넣어 탕을 많이 끓여먹었는데 국물은 장국,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서 푹 끓였고 여기에 칼국수를 넣어 먹었는데 이게 바로 현재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에서 먹던 장칼국수의 시발점이었다. 강릉 맛집 중에 장칼국수의 깊고 구수한 맛과 그 이상의 것을 느끼고 싶다면 무조건 이 동태장탕을 추천한다.

장칼국수에 넣었던 동태는 예전에 그리 비싼 식재료는 아니었다.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 명태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있었는데 생태탕은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식재료라 맑게 끓여낸 생태탕은 당연히 인기가 제일 좋았다. 그리고 남는 명태를 가지고 황태도 만들고 먹태도 만들고 코다리도 만들었고 동태도 만들어 겨울을 보냈는데 이 동태를 가지고 동태탕을 비롯해 집집마다 된장이고 고추장을 넣어서 맛있는 동태탕을 만들었는데 탕만으로는 아쉬웠는지 여기에 칼국수를 넣어먹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동태장탕이 됐고, 거기에 새참으로 먹기에 적합하게 칼국수 면을 더 추가해서 만든게 바로 동태장칼국수다. 지금도 강릉에 많은 칼국수집에서 생선육수를 쓰는 장칼국수집들이 많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다. 손님이 이미 반이상 차 있는 상태였다. 보통은 무조건 “동태장탕”을 시키는데 메뉴판을 한번 살펴보자. 점심메뉴는 동태장탕, 동태장칼국수가 제격이다. 보통 저녁메뉴로 찜종류로 선택을 많이들 한다. 계모임과 각종 회식으로 이집은 저녁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왔더니 못보던 메뉴가 생겼다. 차돌박이 김치찌개와 차돌박이 된장찌개가 추가됐다. 궁금하긴 한데 이 메뉴는 다음 기회에 맛보는 것으로 하자.

동태장탕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10분 정도 기다리면 바로 나오는 편이다. 동태장탕 주문하면 바로 기본 반찬이 나오는데 늘 한결같다. 서거리깍두기, 김, 콩나물, 코다리무침 이 4가지가 변함없이 나온다.

기본 반찬은 하나같이 다 맛있는데 제일 먼저 손에 가는건 역시 코다리조림이다. 보통은 3번 정도 리필해서 먹는 편이다. 이 코다리조림 밑반찬은 늘 맛있는 편이고 맛이 적당히 달달하며 고기에 간이 잘 베여있어 쫄깃하면서 맛있다. 역시 맛에는 변함이 없다.

주문한 동태장탕은 2인분이다. 동태 명태 대가리가 큼직한게 들어있고, 동태토막들과 곤이가 한가득 들었고, 굵직굵직한 면발을 자랑하는 칼국수가 한가득 담겨 나온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익혀 나오는데 가스불을 끊여서 팔팔팔 끊이면 된다. 한 5분 정도만 더 조리하면 적당히 익고 면발부터 건져 먹으면 된다.

불은 중불로 살짝 줄여 놓고 칼국수와 적당한 장국을 앞접시에 건쳐서 맛을 보는데 면발 탱글탱글 맛있고 특제 된장국은 구수하고 시레기와 명태, 고추등 다양한 식재료가 잘 어우러져 깊은 국물맛을 낸다. 이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싶지만 우선은 칼국수부터 흡입한다.

어느 정도 칼국수 면을 다 건져먹었으면 이제는 동태살들과 곤이를 건져먹으면 된다. 동태는 무엇보다 손질이 중요하다. 손이 많이가고 핏기를 잘 빼줘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곤이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손님중에는 곤이가 맛있다고 추가해서 먹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동태와 곤이의 조화는 최고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동태는 대가리 맛이다. 동태대가리에 붙어있는 살들이 원래 제일 맛있는 부위다. 고기들이 탱글하고 식감이 제일 좋고 맛도 제일 좋다. 명태대가리는 알뜰하게 발려 먹어야 제대로 먹은 느낌이다.

또한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밥은 무조건 찰밥이다. 이 찰밥과 동태장탕을 말아서 먹으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거기에 김과 서거리깍두기를 곁들인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면 늘 후식으로 식혜를 내놓는다. 역시 기분 좋아지는 서비스다. 이 집에 와서 이 식혜를 안 먹고 갈 순 없다. 이 식혜도 사장님이 매일 매일 담가서 내놓는 이 집만의 서비스다.

조리하는 여사장님의 고향은 속초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음식이고 어릴 때 그 맛을 잘 기억하고 이 가게를 개업하고 정성스럽게 재료를 준비하고 그 맛을 살려냈다. 기본적으로 동태는 손질이 많이 가는 식재료다. 손질을 대충하면 국물이 탁해지고 비린내가 많이 나는 편이다. 그래서 동태를 해동 하면서 핏기를 아예 빼버려야 비린내도 없고 맛있어 진다. 또한 동태 손질에 손이 무척 많이 가는데 그걸 일일이 매일 손질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러니 이 집만의 맛이 완성된 것이다. 맛의 비결이라면 바로 동태 해동에 있었다.

강릉 장칼국수의 원형의 맛을 보고 싶다면 이 집에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옛날부터 동해안 바닷가에 즐겨 먹던 동태장탕에 칼국수를 넣은 이 맛을 한 번 보면 그 깊고 구수한 맛에 반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절대 자극적이지 않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고향의 맛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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