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맛집 숲속집 순대국밥

순대국밥은 돼지뼈를 푹 고아 우려낸 사골 국물에 순대, 돼지 머릿고기, 염통과 소창, 대창 등 각종 내장류를 넣고 다시 한 번 끊여 만든 국밥으로 주변에서 즐겨 먹을 수 있는 소울푸드 가운데 하나다. 설렁탕도 사먹기 쉽지 않던 시절에 사골 국물과 고기 건더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외식거리가 순대국밥이다. 돼지 사골 특유의 잡내와 내장 특유의 군내 때문에 호불호가 꽤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강릉 맛집 순대국밥으로 가장 유명한 숲속집 순댓국 이야기.

어릴 때 엄마손 잡고 강릉 중앙시장에 장보러 가면 유독 싫었던 골목이 하나 있다. 바로 국밥골목이었다. 소머리국밥 골목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그곳에는 소머리와 돼지머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닭국밥 등 그 국밥 골목을 지날 일이 있으면 꼭 코를 막고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소머리와 돼지머리도 공포스러웠고 온갖 고기 잡내가 진동하는 그 골목을 유독 싫어했다. 지금에야 즐겨먹는 음식이 순대국밥이지만 그 시절에는 그냥 그 냄새가 싫었다.

고1 때 처음 술을 마신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중앙시장의 그 국밥골목 중에서 “광덕식당”에서였다. 고1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대학교 선배들이 후배들 모아서 순대국밥을 사줬는데 바로 그 중앙시장에 위치한 “광덕식당”에서였고 순대국밥에 소주를 처음 마셨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도 순대국밥의 특유의 냄새가 역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그 광덕식당에 갈 일이 있었을 때 “닭국밥”을 주로 먹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 전역 후에 순대국밥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다. 순대국밥의 잡내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냄새가 맛있는 냄새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강릉에서 제일 유명한 순대국밥 맛집은 압도적으로 대관령 밑에 자리하고 있는 성산에 “숲속집”이다. 솔직히 가게 이름만으로는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강릉사람 중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순대국밥 집이 바로 숲속집이다.

가게 이름 그대로 숲속에 위치해 있고 첫 방문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0년 중반 경이었다. 순대국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내가 먹어본 순대국밥은 광덕식당이 전부였던 시절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병천순대”같은 체인점들이 늘어나면서 순대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진 시기에 이집을 방문했는데 지금껏 먹었던 순대국밥 중에 꽤 맛있는 편이었다. 특별한 특제소스나 양념이 있거나 이집만의 레시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묘하게 감칠맛이 나고 맛있는 편이다.

강릉 시내와는 살짝 거리감이 있지만,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가면 넓은 주차장이 늘 차들로 가득 차있다.

갈 때마다 주걱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려야 하지만 테이블 회전이 빠른 편이라 웨이팅이 길어봐야 10분-20분 정도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가게 인테리어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그냥 테이블이 놓여 있는 식당이 있고 건물 바깥쪽에 손님을 더 받기 위해 증축해서 테이블을 놓은 공간이 따로 있다. 그래서 웨이팅이 조금 단축된 면이 있다.

메뉴판은 보기 좋게 직관적이다. 머릿고기나 고기를 좋아하는 경우는 ‘고기만 순대국’을 시키면 되고 순대만 먹고 싶다면 ‘순대만 순대국’을 시키면 된다.

안에 들어간 순대는 야채순대와 찹쌀순대가 골고루 섞여있다. 야채순대의 양이 예전만큼 푸짐하지도 두툼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먹기 좋은 사이즈로 들어가 있는 편이다. 주문하면 팔팔 끊는 순댓국이 바로 나온다. 사실 국밥의 장점은 음식이 빨리 나와서 좋다.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머릿고기와 내장은 돼지를 도축한 뒤 남은 부산물로 비린내가 좀 나지만 영양과 맛에서 절대 부족하지 않은 정말 가성비 높은 재료들이다. 그리고 이집 순대국밥에서는 잡내와 비린내가 없어서 좋다.

국물이 걸쭉하지 않아서 좋다. 또, 웬만한 순대국밥 집에는 깍두기와 겉절이, 깨, 새우젓은 거의 무조건 구비되어 있고 청량고추, 부추, 들깨, 후추, 고추기름, 다대기가 놓여 있어 기호에 맞게 국물을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보통 후추, 들깨, 부추, 청량고추, 새우젓, 다대기 등 주는 것 이것저것 다 넣어서 먹는 편이다. 사실 간이 살짝 되어 있어서 간을 더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왠지 기본 셋팅된 이런걸 안 넣으면 맛이 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최소한 챙겨 넣게 된다. 느낌상 더 맛있게 느껴지는 효과는 있다. 그리고 공기밥이 관건인데 쌀도 좋은 것을 쓰는지 쌀 맛이 좋은 편이다. 쌀의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당면이 들어가 있는 찹쌀순대와 야채가 들어간 야채순대 예전 어릴 때 먹던 당면순대는 쫄깃쫄깃 두툼한데 앞접시에 덜어서 조금 식혀서 먹어야 한다. 새우젓을 살짝 얹어서 호호 불면서 먹으며 참 맛있다.

기본적으로 국물에서 잡내가 없어서 좋고, 국물이 담백한 편이다. 어떤 순대국밥집에 가면 걸쭉하고 잡내가 나기 쉬운데 적어도 숲속집은 이런 잡내가 없는 편이라 선호하게 된다.

음식 기다리면서 살펴보니 포장안내가 있었다. 매일 아침 준비된 분량만큼만 판매하고 미리 전화하고 찾아가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문구가 있다. 아직 포장해서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순대한접시 포장해 갈까 싶을 정도로 생각나는 맛이다.

순대와 머릿고기의 효능에 대해서도 표지판에 작성해서 심심해서 읽게 됐는데 생각보다 영양에 좋다는 얘기니 뭔가 허할 때 순대국밥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앞에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웨이팅 의자로 놓여 있어 피톤치드와 순대를 흡입하고 온 느낌이다. 강릉에서 순대국밥을 먹고 싶다고 무조건 추천하는 집이 바로 이 숲속집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유일한 아쉬움은 순대볶음 같은 메뉴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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