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장칼국수 현지인 맛집 1 – 화성칼국수, 까치칼국수

언제부턴가 강릉 맛 집 리스트 중에 장칼국수가 대거 등장했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정작 로컬현지인들 단골집들을 웨이팅 없이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예전에 즐겨 찾던 단골집이 장사가 잘되고 지역경기에 도움이 되어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이제는 방문해도 긴 줄을 기다리며 먹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근무 중 점심시간에 방문을 하게 되는데, 관광객들 틈에 끼여 긴 웨이팅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관광객들이야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해서 강릉 추천 맛 집을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미리 동선도 짜고 위시리스트를 짜고 온 경우가 많아서 그 긴 기다림도 줄도 서고 사진도 찍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현지인 맛 집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는데 이 현지인 맛 집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들이 되어가고 있다.

장칼국수는 어릴 때 즐겨먹던 강릉의 소울푸드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 할머니가 참으로 즐겨 끓여줘서 늘 맛있게 먹던 음식이 바로 장칼국수다. 할아버지가 논이나 밭에 일하러 가면 참을 준비해서 머리에 이고 가시는데 그때 단골 메뉴가 바로 장칼국수다. 고추장 또는 된장으로 맛을 낸 장칼국수는 집집마다 장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집에 장맛이 관건이다. 육수를 내는 방법도 해물 육수를 내는지 고기 육수를 내는지에 따라 차이가 확실한데 멸치, 홍합같은 해물 육수는 시원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반면에 고기 육수의 경우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유명한 집으로 20대 제일 즐겨 찾던 곳은 강릉대학로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금학칼국수’가 첫 번째 단골집이었다.

그리고 강릉 가구 골목에 있는 ‘용비집’ 또한 가끔씩 찾던 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살던 강릉 중앙동 본가 근처에는 ‘벌집’은 이제 갈 수도 없는 곳이 됐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면서 나의 단골집은 사라졌다. 본가에 갈 때 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감히 기다려서 먹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사실 ‘벌집’은 예전에 여인숙자리로 묘한 정취가 느껴지는 장칼국수집이었다.

고기로 육수를 내고 소고기를 갈아서 위에 얹어주는 깊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여름별미로 비빔국수 또한 즐겨먹는 메뉴였는데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단골집이 돼버렸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현대칼국수’와 ‘형제칼국수’는 너무 칼칼한 메운 맛으로 즐겨 찾는 곳은 아니지만, 가끔 메운 장칼국수가 생각날 때, 비 오는 날이면 가끔씩 방문했던 곳인데 역시 이곳도 긴 웨이팅은 필수다. 입암동 공단 근처에 있는 ‘동일장칼국수’ 역시 그나마 관광객들이 모르던 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여기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래서 찾고 찾은 현지인 장칼국수 맛 집은 2곳 정도를 소개할까 한다.

강릉 포남동 회사 근처에 모두 위치해 있는 곳인데, 우선 회사 바로 앞에 있는 ‘화성칼국수’를 즐겨 찾는다.

예전에 회사에서 배달해서 자주 먹었지만, 이제는 손님들이 너무 많다 보니 배달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장칼국수집들에 비해 엄청 걸쭉하고 얼큰하며 면발이 굵직굵직하다. 살짝 단맛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생채랑 김치랑 같이 먹는 장칼국수의 궁합이 좋다. 보통은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켜서 국물에 말아 먹어야 이 장칼국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화성칼국수의 여름 메뉴는 무조건 콩국수다. 서리태 콩국수로 점심시간에 가면 11시부터 손님들이 콩국수만 먹고 있다. 서리태 콩국수라 국물이 까맣고 국물이 엄청 걸쭉한 게 특징이고 면이 진짜 쫄깃쫄깃 탱글탱글하다. 지금껏 먹었던 콩국수 중에 가장 걸쭉하다고 보면 확실하다. 약간 먹물 파스타의 느낌이 난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당연히 신김치랑 같이 먹어야 예술이다.

또 한 곳은 화성장칼국수 근처에 있는 ‘까치칼국수’다 원래는 강릉경찰서 뒤편에 있었는데 확장 이전을 했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반드시 소고기 김밥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을 푼 멸치 육수에 국수를 끊여 신선한 홍합과 함께해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강릉 전통 칼국수를 맛 볼 수 있다. 김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내용물은 생각보다 단출하지만 친구 엄마가 만들어 준 김밥 맛이랄까? 볶은 소고기와 흑미, 계란, 단무지, 시금치, 당근이 전부지만 간이 강하지 않고, 참기름 향이 솔솔 나서 장칼국수랑 궁합도 나쁘지 않고 국물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장칼국수는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고추장 양념 때문에 바지락 칼국수나 국물 칼국수보다 더욱 천천히 식는 특성이 있어 매우 뜨거우니 입과 식도를 데지 않게 천천히 먹거나 덜어 먹어야 한다. 덜어 먹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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