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현지인 맛집 – 강릉주문진해물국수

처음 이집을 방문한건 10년 전쯤에 아는 선배의 술자리 호출에 불려나갔다 알게 된 집이다. 굉장히 허름한 해물국수집이고 강릉에 오래 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뭐 이렇게 허름한 집을 약속장소로 잡아?’ 속으로 궁시렁 거렸지만 음식 맛을 보는 순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 맛집 ?

기본적으로 가게가 작다. 테이블이 좌식테이블 3개, 일반 테이블 3개 총 6개 테이블인데 이마저도 일반 테이블 하나는 사장님 짐이 쌓여있어서 5개가 전부다. 사전예약은 거의 필수다. 그날그날 괜찮은 생물 위주로 사장님에게 뭐가 좋은지 꼭 여쭤보고 술안주를 기본으로 시키는 편인데, 동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생선을 요리해 준다고 보면 된다. 메뉴판은 그냥 형식상 걸려있다. 

또, 가게가 작다보니 저녁에는 예약이 필수다. 5번 중에 1, 2번은 예약이 차 있어 방문하고 싶어도 못가는 편이 많다. 가끔 예약 없이 와서 마냥 기다리는 분들도 있고, 테이블에 꼽사리 껴서 드시는 분들도 봤다. 현지인 맛 집이다 보니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다. 그런데 몇 해 전인 2020년에 식객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백반기행에서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기본밑반찬이 맛있다. 사장님의 손맛이 야무지다고 할까? 음식들이 정갈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운다. 무침반찬 같은 경우는 재료의 원래 맛을 최대한 살리는 편으로 조물조물 손맛이 느껴지고, 김치류는 기본 이상이다. 해조류와 각종 나물 반찬이 나오는데 9찬 접시가 기본이라 사실, 이 밑반찬 만으로도 소주 각 1병은 무난하다.  

강릉 맛집 메인메뉴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생선조림으로 가지마 조림이나 열기조림이 무난한데 가자미 조림을 즐겨먹었다. 조림인지 탕인지 모를 약간은 국물이 자작자작 있는 편으로 조림이라고 하기에는 탕에 가깝고, 탕이라고 하기에는 국물이 걸쭉해 술안주로 먹다가도 밥 한 공기는 그냥 들어갈 정도로 간에 비벼먹는 싶어진다. 또 졸이면 졸일수록 생선의 깊은 맛이 계속 베어 나와 절로 밥에 비벼먹고 싶어진다.

1차부터 이곳에서 시작하면 조림에 밥은 필수고 2차로와도 역시 공기밥을 시켜 쓱쓱 비벼먹게 만든다. 재밌는 것이 주문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랑 갔더니 이 친구들 하는 말이 “완전 주문진 스타일이야!” 강릉이 그리 넓지도 크지도 않지만, 강릉 주문진 만의 조림스타일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조림이 퍽퍽하지 않고 이렇게 자작자작하게 조림을 하고, 약한 불로 계속 졸이는 스타일이다. 무조건 생선조림은 필수다.

두 번째는 소라숙회나 문어숙회가 예술이다. 이런 숙회는 데치는 시간이 관건인데, 그 짧은 시간을 얼마나 적절하게 데치는지에 따라 쫄깃함이 살아있는데 사장님이 그 타이밍을 기막히게 아는 것 같다. 매번 먹지만 재료 원래의 식감을 잃지 않고 그 쫄깃함이 늘 살아있다. 문어는 시가로 적혀있어서 비싼 경우가 많아서 소라숙회를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쫄깃한 식감이 입에 오래 머물러 계속 씹게 만들고 초장에 살짝 찍어서 그 맛을 오래오래 느끼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위에 누룽지는 사장님의 서비스, 입이 심심할 때 먹기에 딱이다.

세 번째는 회무침이다. 쥐치회가 나올 때도 가자미회가 나올 때도 있고 오징어가 좋을 때는 오징어를 썰어주시기도 한다. 정말 그때그때 다르다. 일명 세꼬시 뼈째회로 즐기는 맛이란 씹히는 맛이 좋고 신선한 회가 이집의 특징이다. 친구들이 강릉 살면 집집마다 회를 냉장고에 재여 놓고 먹는줄 안다. 실제로 어릴 때 새벽골목에 오징어나 생선을 머리에 이고 파시던 아주머니들이 있어서 아침에 엄마가 그걸 사서 오징어 회를 자주 먹긴 했지만, 이제는 다 옛날얘기다. 

해물에 특화된 집이다. 물곰국이나 대구지리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좋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시원하고 몸에 있던 모든 알코올이 빠져나올 것 같은 맛이다. 그래서 다시 소주로 알코올을 채워넣게 되는 악순환(?)이 되는 메뉴다. 

새우게장 이게 기본 밑반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시간에는 먹기가 쉽지 않은 메뉴가 하나 있다. 간판이름의 주메뉴인 해물국수, 해물칼국수를 빼버리면 아쉽다. 점심특선메뉴라는 단점이 있지만, 정말 운이 좋으면 저녁때 코스요리 마지막 메뉴로 해물칼국수를 맛 볼 수 있다. 아주 깔끔한 술자리 마무리로 해물칼국수만한것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 대부분 점심때 모든 재료가 소진되어 점심때만 먹을 수 있다. 

강릉은 언제부턴가 장칼국수만 생각이 날 정도로 장칼국수가 대표 향토음식이 된 듯하다. 하지만 동해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데 해물이 안 좋을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해물칼국수도 바닷가 쪽에서는 많이 먹었지만 실제로 해물 칼국수 집들을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이집 해물칼국수는 무조건 바닥을 비울 때 까지 먹게 된다. 국물이 시원하고 원샷드링킹을 하게 되는 맛이다. 국수는 쫄깃하고 국물은 동해바다를 품은 듯 바다향이 가득하다. 해물칼국수도 그때그때 들어가는 해산물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에는 게를 넣어서 시원하게 끊여내기도 하고, 각종 조개류가 들어가기도 오징어가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 이상의 해물칼국수를 맛 볼 수 있다.  

강릉에 살고 있지만, 바닷가 해안가 쪽이나 항구 쪽이나 어시장을 가지 않으면 강릉은 동해안을 끼고 있는 바닷가동네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이런 집을 발견하면 새삼 동해바다라는 거대한 식재료가 넘치는 곳임을 느끼게 된다. 온갖 해산물 요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주문진 해물 국수집이다. 실제로 주문진에가도 이런 퀄리티의 집을 찾기 쉽지 않다. 술을 부르는 집, 단점이라면 이곳에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소주병이 부지불식간에 쌓이게 된다. 어느 순간 꽐라가 되어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다음날 점심으로 해물칼국수를 먹기 위해 다시 찾게 되고, 점심에 해물칼국수를 먹다 다시 저녁에 예약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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