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홍제동 언덕 길 그 집 : 초계국수

우리는 닭요리를 참 즐겨먹는다. 일례로 2022년 통계를 봤을 때 치킨집 수가 7만개에 육박할 정도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닭은 튀겨먹고, 쪄먹고, 볶아먹고 닭을 이용한 요리도 엄청나게 많다. 그중에 여름에 먹기 좋은 닭요리는 단연 초계국수다. 강릉 홍제동 초계국수 맛집 “홍제동 언덕 길 그 집”을 다녀왔다. 

북한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유래한 차게 먹는 닭요리가 바로 초계국수다. 식초와 닭이 들어간다고 해서 초계고 국수를 말아먹기 때문에 초계국수다. 닭 육수로 만든 냉면 또는 막국수라고 보면 이해가 빠른데 냉면이나 막국수도 물과 비빔이 있듯이 초계국수도 닭 육수가 들어가는 초계국수와 비빔소스가 들어간 비빔초계국수가 있다. 닭 육수가 들어간 초계국수에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서 먹는다.

어찌 보면 냉면도 소고기 육수에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듯이 닭 육수가 핵심이고, 고명으로 닭고기 닭 가슴살을 얹어서 먹는다. 개인적으로는 비빔냉면과 비빔막국수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새콤달콤 단짠단짠하게 먹는걸 좋아해서 비빔초계국수로 먹는 편이다. 

강릉시청과 강릉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 푸르지오 아파트 언덕 쪽에 위치한 재밌는 식당이름이 굉장히 직관적이다. “홍제동 언덕 길, 그 집” 이 얼마나 직관적인 작명인가?

하지만 강릉에 오래 살았지만 첫 방문이었다. 이런 곳에 이런 식당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홍제동 주민정도만 알고 있거나 이미 맛에 반해서 단골이 된 사람들이 즐겨찾는 듯 보였다. 

초계국수 때문에 첫 방문을 했지만, 메뉴판을 보면서 이집의 메인메뉴는 닭곰탕과 닭칼국수인 듯하다. 저녁메뉴로는 닭볶음탕과 유린기, 어향가지에 주류를 겸하는 식사가 가능한 듯 보이고 이색적으로 닭강정도 있다.

아마도 닭으로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메뉴들과 닭요리 전문점의 이미지가 엿보인다. 많은 닭곰탕 집 중 여름 계절 메뉴로 초계탕이나 초계국수를 내는 집이 많은데, 이집도 초계국수는 계절메뉴인 듯하다. 

보통 초계국수 체인점은 수입 냉동 닭가슴살과 공장제 육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진짜 초계탕을 만드는 방법으로 닭 한 마리 통째 푹 삶아서 쓰고 뼈와 껍질을 바르고, 차게 식혀 국물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닭고기를 잘 발려서 얹은 초계국수가 정석으로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과 정성이 한가득 담겨야 하는 음식이다. 

비빔초계국수를 시켰더니 밑반찬으로 김치겉절이 하나가 덩그러니 나온다. 뭐지? 밑반찬은 이게 다인건가? 싶었는데 초계국수를 먹으면서 다른 밑반찬이 필요할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비빔국수에 깨끗하게 잘 발려낸 닭가슴살이 고명으로 한가득 얹어서 나온다. 양이 야무지게 푸짐하고 닭가슴살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양이 아주 마음에 든다.

여기에 식초와 발효겨자 순으로 골고루 뿌려주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비비면 된다. 사실 비빔국수의 관점에서 봐도 별게 없고 위에 고명으로 닭고기가 들어간 것이 전부다. 흡사 밀면과 비빔국수의 느낌이고 쫄면과 비빔막국수의 차이처럼 면의 종류만 다를 뿐 흔하게 즐겨먹던 비빔국수의 그 느낌그대로지만 여름에 입맛 없을 때 새콤하고 시원하게 먹기 딱 좋다.

한여름 뜨거운 열기와 습하고 후덥지근한 상태에서 기력도 딸리기 마련인데 이열치열이라고 뜨끈한 음식에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보양식도 좋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더우면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고 땡기기 마련이다. 닭으로 단백질 보충도 가능하고 잃었던 입맛도 살리기에는 비빔초계국수 최고다. 

식당에서 흔하게 느끼는 조미료의 맛은 느끼지 못했다. 식초와 겨자와 비빔장의 절묘한 조화가 잘 어우러지고 처음에는 못 느꼈지만 먹다보니 살짝 매콤한 맛이 올라오는 정도고 집나간 입맛도 돌아올 맛이다. 

이집의 비빔초계국수를 먹으며 느낀 점은 군더더기 하나도 없는 깔끔함에 반하게 됐고, 100% 재방문할 의사가 확실하며 다음에는 비빔이 아닌 육수에 말아먹는 초계국수를 먹고 싶고, 여름이 지나면 닭칼국수와 닭곰탕을 반드시 먹어 봐야겠다. 그리고 저녁에 닭볶음탕을 먹기 위해 꼭 재방문할 것 같다. 

특이하게 담근 술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딱 봐도 사장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느끼고 왔다. 닭볶음탕에 이 담근 술을 언제가 반드시 먹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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