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후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처럼 여기저기 광고와 평점에 혹해서 극장을 찾았지만 조금은 실망했고 아쉬웠다. 이런저런 홍보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다, 기대된다, 주연들의 호연, 누구의 연기 변신이 대박” 이런 수식어로 괜한 기대치만 높여놓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귀공자>는 배경지식 1도 없이 보면 Not Bad, So-So가 되지만, 이런 포스터를 보거나 기본 정보 이상을 보고 간다면 그냥 Bad다.

​만약 아무런 생각, 기대 없이 봤더라면 <귀공자>는 킬링타임용 청불 액션 영화로 괜찮았을 것 같다. 오히려 IPTV, OTT로 풀리면 나름 인기는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이 대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이유를 굳이 찾자면 큰 영상, 큰 사운드, 몰입감 정도가 극장에서 보면 좋은 이유다.

박훈정 감독은 언제부턴가 플롯을 서서히 쌓아 올리다 마지막에 크게 한방 빵 터트리는 스타일로 고착화된 것 같은데, <마녀>, <낙원의 밤>에서 재미를 봤는지 이미 선보였던 방식을 <귀공자>에서도 그대로 가져왔다. 좋은 말로는 박훈정 스타일이고 속된 말로는 자기복제의 문이 열린 것 같다.

​<마녀>의 마지막 한 방은 큰 반전과 통쾌함이 있었지만, 전반부의 지루함을 꾹꾹 참아내야 하는 인내가 필요했고, <낙원의 밤>은 온갖 겉멋과 유치찬란한 대사, 누아르 클리셰를 넘어서야 그 허무한 끝을 볼 수 있다.

물론 <귀공자>는 <마녀>와 <낙원의 밤>의 아쉬움을 뛰어넘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역력하다. <마녀>,<낙원의 밤>보다 짧아진 러닝타임과 지루함을 많이 걷어냈고 극의 흐름, 강약 완급조절을 잘 하며 자연스럽게 마지막까지 쌓아 올렸다. 또, 극중 귀공자 김선호의 뜬금없는 유머라는 MSG도 버무려 놨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한방에 말아먹는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이 별로다. 마지막 액션신에 큰 한방을 기다리게 만들어 놓고 이건 뭐, 허무하고 김빠지는 액션 판타지를 찍어버렸다. <마녀>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고 이와 어울리는 액션에 환호할 만하고, <낙원의 밤>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엔딩 신이었지만 <귀공자>는 영웅 본색 2의 주윤발과 일본 만화 시티헌터의 우수한이 펼칠 법한 쌍팔년도 총질 액션을 2023년에 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라리 판타지를 찍을 거면 <마녀>같은 화끈함과 <아저씨>의 엔딩처럼 임팩트라도 강했다면 이리 허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극중 김선호의 대사처럼 ‘나는 프로야’를 복선으로 수시로 깔고 프로다운 실력을 보여주지만, 존윅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재벌들의 끝 모를 탐욕으로 심장이식,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로 개입된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와 코피노 이야기까지 재료는 나쁘지 않다.

예고편만 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흐름대로 1시간을 왜 쫓고 쫓는지 질질 끌고 오더니, 엔딩은 판타지를 찍어 놨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정말 개고생이었겠군 눈으로 마구 느껴진다.

그리고, 요건 진짜 몰랐지 요놈들아 준비한 반전은 약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고, 그 반전을 관객들이 모를까 봐 만화에서나 볼 법한 설명충처럼 이게 무슨 상황인지 친절한 상황 설명까지 이끌어준다. 또,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인지 감독의 개그 욕심인지는 알 수 없는 공익광고 같은 유머 쿠키영상까지 준비해 놓은 치밀함을 보인다.

​박훈정 감독의 필모에서 중간 정도 평점은 유지하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내 평점은 6/10 정도다. 단 배우들의 연기나 케미는 흠잡을 것이 없다. 귀공자 김선호와 마르코의 강태주, 악역 한이사의 김강우 연기는 훌륭하다.

박훈정 감독은 연출보다 배우 섭외 능력과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능력은 단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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