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음악사에서 테이프도 녹음해 줬는데…

지금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지만 80~90년대 거리 곳곳 리어커에서 빵빵한 최신 유행곡들이 울리던 시절이 있었다. 최신가요, 최신팝송이란 제목을 달고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유로댄스, 올드팝, 록발라드, 샹송 칸초네 등등 클래식음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들이 이 작은 리어커에 담겨있었다. 그 리어커에 담긴 테이프는 결국 공테이프 에 대량 녹음한 테이프 들이었다.

공테이프 녹음해 주던 시절

빌보드챠트보다 대한민국에서는 더 공신력 있는 챠트가 바로 리어커 길보드챠트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당시 열심히 살 때는 몰랐지만 엄연한 불법이었다. 또, 음악사에서 듣고 싶은 노래리스트를 작성해주면 공테이프에 녹음해 주던 시절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나 팝송책에서 듣고 싶은 노래들을 적어주면 단돈 몇천 원에 나만의 믹스테이프를 만들어줬었다. 영화 가오겔(가디언스 어브 갤럭시)에서는 이걸 어썸 믹스테이프(Awesome Mix)라고 해서 주인공 스타로드의 보물 1호 아니었던가?

중 1때 처음 이런 멋진 서비스가(?)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호락호락 아무에게 녹음을 해주진 않았다. 음악사 주인이랑 얼굴도 트고 단골이 되어야만 이런 호사를 누릴수 있었다. 당연히 이걸 제작해 주는 음악사 주인도 이것이 불법인 걸 알고 있었고, 혹시 이놈이 신고할지, 안 할지 입단속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즐겨가던 음악사 단골손님 리스트에 이름도 올리고 어렵게 부탁해서 나만의 믹스테이프를 차곡차곡 만들어갔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싸구려 공테이프를 사용하다, 나름 공테이프계의 하이엔드로 불리던 TDK 크롬, 메탈 공테이프에 녹음해 달라는 객기를 부리기에 이르렀다.

코흘리개 어린이들이 구슬과 딱지를 보물로 여기듯이 이 믹스테이프들은 10대 시절 나에게 최고의 보물이었고, 신주단지 모시듯 30대 초반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프의 태생적인 문제로 씹히든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고 테이프는 늘어 날대로 늘어나 가수들이 거의 울면서 노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피치가 떨어졌다 올라갔다 생난리를 쳐댔다. 이 당시의 처방이라고는 테이프를 분해해서 씹힌 부분 이어붙이기 신공과 냉장고에 넣어두면 늘어난 부분이 원상태가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속설을 따라 했었다.

물론 유년 시절 유물로 잘 간직하고 싶었으나 이런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기억 못 할 정도로 하나둘 사라져버린다.

영화 <토이스토리>를 보면 어른이 된 주인공이 어릴 때 장난감들이랑 이별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냉정하게 말하면 소년 소녀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관심이 또 다른 관심사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지만, 그 아름다운 기억은 뇌리에 오래오래 남는 법이다. 특히 감수성 폭발하던 시기에 들었던 음악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기억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그 시절 좋아했던 음악들을 언제든 클릭 몇 번, 터치 몇 번이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은가?

단, 가물가물한 기억력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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