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앨범들을 들으며…

김현철 시작

지금 들어도 <춘천가는 기차>는 참 세련됐다. 김현철이 고등학교 시절 만든 습작곡 <아침향기>라는 곡을 다듬어 발표한 곡이다. 20대 초반인 1989년 본인이 작사, 작곡, 프로듀서까지 자처한 말 그대로 어린 음악 천재의 등장이었다.

물론 한국대중음악의 산실이라 불리던 동아기획이라는 곳에서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친구의 재능이 빛났으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년의 감성을 세련된 퓨전재즈와 보사노바 스타일로 담아낸 명반으로 평가받았다. 21살 유재하 음악경영대회에 심사위원으로 나갔다고 하니 말 다했다. 장필순 1집에 1번 트랙 <어느새>도 김현철의 작품이다. 물론 동아기획의 대부분 음반이 그러하듯 당시에는 아는 이들만 아는 앨범으로 어린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으로 김현철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계기가 됐겠다.

김현철의 전성기는?

김현철의 전성기는 “그대안의 블루”라는 영화음악을 작업하면서부터다. 낯선사람들 출신의 보컬 이소라와 불렀던 <그대안의 블루>의 곡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사실, 이 노래로 김현철이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됐고, 이소라란 보컬도 이때 처음 알았다. <춘천가는 기차>는 <그대안의 블루> 덕분에 찾아 듣게 된 경우다. 2집도 뒤늦게 영화음악 덕분에 알게 됐다.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와 전성기를 연 앨범은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부터다. <달의 몰락>이 가요톱텐에 나오면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고 봐야겠다. 그리고 94년에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OST 작업까지. 번뜩이는 감성과 곡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4집에서는 <왜 그래>,<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히트했고, 이소라 1집 작곡과 앨범프로듀서까지 하면서 손댄 앨범들은 대부분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때가 아마 가장 큰 전성기는 아니었을까?

프로듀서 장인 김현철과 키즈팝

물론 다음 앨범들은 소년의 풋풋함보다는 노련한 음악인의 능글능글함이 묻어났었다. 이 대목에서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었고, 도회적이고 세련된 프로듀서 장인같은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겠다. 물론 시티팝과 관련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극도의 세련됨을 선보였고, 브라스악기의 편곡은 국내 최고였다.

그러다 키즈팝이란 앨범 2장을 발표하더니 갑자기 음악이 재미없어졌다며 나름 긴 공백기를 갖는다.

다시 소환된 김현철

시간은 흘러흘러, 시티팝 음악들이 유행처럼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중들과 떨어져 있던 김현철을 다시 소환하게 됐다. 죠지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Drive>라는 곡으로 노련함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에 정규 10집 ‘돛’을 발표했고 다음해 정미조, 주현미, 최백호와 함께한 ‘Brush’라는 EP앨범을 발표했는데, 긴 공백이 무색 할 만큼 한층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Brush EP앨범에서 주현미가 불렀던 <Remind Wedding>은 끝내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김현철의 음악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날이 올 줄이야…’

솔직히 김현철의 음악은 초기와 전성기 시절까지 음악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능글능글하게 노련해진 김현철은 관성으로 움직이는 그냥 프로듀서 장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김현철은 인생의 깊이까지 음악으로 담아낸 연륜이 엿보였다. 앞으로 김현철이 어떤 앨범들을 내놓을지 더욱 기대가 앞선다.

1 thought on “김현철 앨범들을 들으며…”

  1.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현철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레전드 그 자체!!
    초딩끝자락에 듣게 된 달의몰락으로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그 진가를 알게 된 건 스무살 이후..
    1집부터 그리고 김현철 앨범의 ‘봄이와’까지 듣게 되면서 인데.. 그중에서도 1집 오랜만에, 동네는 여전히 여러 후배 가수들로부터
    리메이크와 리스펙을 받는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1집 음반 마지막 곡 “형”에서 눈물을 쏟을 만큼 진한 브로맨스를 느낄 수 있었는데,
    친형에게 부르는 노랜지, 잘 모르겠지만
    그 어떤 사랑노래보다도 애절함 가득해서, 우리나라 노래 중에 동성에게 받치는 가장 슬픈 발라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수 김현철의 노래를 바탕으로 뮤지컬이 나왔으면 하는 큰 바램 가져봅니다.

    응답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