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 후기, 결말, 시즌2

칼 세이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로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다만 외계 생명체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가 인류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과연 고도로 발달한 외계 생명체는 인류에게 호의적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한 소설이 바로 류츠신의 SF소설 <삼체>다. 칼 세이건은 “이 넓은 우주에서 오직 지구만이 생명의 구역이라면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라는 말을 남겼다. 페르미의 역설처럼 “도대체 모두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이 드넓은 우주에 과연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할까? 이 답을 얻기 위해 SETI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다룬 소설 류츠신의 <삼체>다. 1970년대 미국의 SETI 프로그램에 대항해 중국에서도 외계인과의 통신 계획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삼체 공개됐다. 8부작을 3일에 걸쳐 달렸다. 

중국의 작가 류츠신의 SF소설 <삼체>는 중국에서 300만부가 팔렸으며, 2015년 SF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장편 소설부문 아시아 최초의 수상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백안관의 정치와 세상의 정치, 사회, 경제 등의 문제들이 너무 사소하게 느껴졌다는 평을 할 정도로 유명한 SF소설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이 <삼체>를 드라마로 제작했다.

원작의 중국배경에서 영국 런던으로 배경을 바꾸고 각색해서 제작했다. 제작진은 “왕좌의 게임”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SF 소설을 “왕좌의 게임”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했고 제작하고 각본을 맡았다니 더더욱 기대감이 높았고 이미 제작전부터 화제였다. 물론 이런 광고문구에 낚시질 당한 경험도 많지만 기대감을 한껏 높이기에는 충분하다. 거기에 때깔 좋은 예고편도 사람을 낚기에 딱 좋다. 삼체 예고편만 보더라도 탄탄하고 참신한 SF설정과 거대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드라마에 열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본 스토리는 과거 중국과 현재의 영국 런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면서 과거에 일이 현재에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미스테리한 스릴러의 형식을 띤다.

삼체의 과거 스토리는 1960년대에 중국문화대혁명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과학자 예원제가 반동분자로 몰려 일명 홍안 기지에 배속되면서 천체 물리학 전공을 살려 전파 발사와 수신 업무를 맡고 있던 어느 날 자신이 우주로 쏘아 올린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받는다.

거기에는 “경고한다 대답하지마라! 대답하는 순간 그곳의 위치가 파악되어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당할 것이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수신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속에서 인간과 정치, 환경 파괴 등 인류에 대한 분노가 있던 예원제는 인류에게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류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예원제는 인류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으니 이곳 지구로 와서 이 세계를 점령하고 구원해 달라는 메시지와 지구의 위치를 전송하며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지구 침공을 유발한 장본인이다.

40년 후 과학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형사 하나가 등장하는데 그는 마블시리즈 닥터 스트레인지에 출연한 베네딕트 웡이 맡았다. 사건을 파헤치다 가상현실 VR 게임과 과학자들이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파고든다. 이 삼체 게임은 기존의 VR 게임과는 다른 초현실적인 경험을 보여준다.

이 게임 속 세상은 3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삼체계의 세상이다. 3중 항성계를 태양으로 가진 알파 센타우리계의 외계 문명이 바로 삼체 행성이고 태양이 3개이기 때문에 삼체역학이 적용되어 낮과 밤의 주기나 패턴을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자연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과학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게다가 3개의 태양이 모두 뜨는 시기에는 대기가 고열로 타올라 모든 것이 멸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문명이 리셋된다.

이곳은 살기 좋은 기후의 항세기와 어둠이 지배하는 난세기로 크게 나뉘어 있다. 3개의 태양이 미친 듯이 돌면서 열풍을 뿜어내기도 하며 영하 200도의 겨울이 수십년 동안 지속되는 미친 날씨 그리고 중력이상을 일으켜 모든 물체를 하늘로 날려버리는 난세기가 불규칙하게 교차되는 세상이었어. 이 VR 게임은 삼체 세계의 규칙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이 게임이 법칙이었다. 하지만 VR 기계의 접속 이후 눈앞에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나타나게 된다. 

과거 중국의 천재 물리학자 예원제가 삼체인들을 지구에 불러들였고 이미 그들은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렇지만 광속의 1% 속도로 오기 때문에 400년 뒤에 지구에 도착한다. 문제는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인들의 과학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자신들보다 앞서 있다면 지구정복은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해 기자라 불리는 소립자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한다. 그리고 광속으로 쏘아 보내 지구의 과학 연구 장비를 교란시키고 도청하고 이는 양자 얽힘이라는 거리에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활용한 설정이다.

이를 통해 과학 발전 능력이 있는 과학자들을 죽이기 시작하고 VR 게임을 통해 삼체인들을 숭배하는 추종자 그룹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추종자 그룹의 우두머리는 예원제와 환경운동가이자 정유 회사 오너인 마이크 에반스였다. 그들은 외계인인 삼체인을 구원자라고 여기며 주님(Load)라고 부른다. 삼체인이 보낸 ‘기자’라 불리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외계추종자들에 맞서 과학계 모인 옥스퍼드 절친 5명이 삼체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인류가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내용이 주요 스토리다.

우선 드라마 시즌1은 8부작으로 마무리됐다. 시즌2로 넘어간다면 원작 소설의 내용을 어디까지 보여줄지 벌써 시즌2가 기대된다. 사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했지만 소설은 굉장히 방대하고 SF소설답게 과학적이고 기초과학은 물론 물리학과 천체물리학에 대한 넓은 이해와 어려운 과학적 용어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각종 물리법칙부터 진입장벽이 살짝 있는 편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이 드라마는 이런 어려운 부분들은 과감하게 가지치기해 버렸다. 오히려 정치와 사람과의 관계와 종교화된 외계추종자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시즌2에서는 외계인을 추앙하는 세력과 멸망을 인정하고 자포자기하는 무리 그리고 피할 곳을 찾는 등 다양한 인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왕좌의 게임”처럼 정치적 선택, 이율배반적 심리 묘사 다양한 특징을 살린 각색을 보여줄 것 같다. 또한 면벽자, 파벽자 이런 개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체 추종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인물들과 관계에 따른 각종 암투를 더 커진 세계관과 미래세계를 SF스릴러 스타일로 표현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체인들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굉장히 궁금하다. 기존에 우리가 봐왔던 외계인의 모습은 아닐 것 같고, 예전 영화 컨택트처럼 독창성 있게 잘 표현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아니면 뭔가 애매하고 난해하게 그려질지 걱정반기대반 이다. 

총 8회로 구성된 넷플릭스 삼체 드라마는 원작의 이야기의 배경을 중국에서 영국으로 변경됐다. 또 이야기의 전개와 캐릭터의 배경 인물 간의 관계가 원작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각색했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가해 SF 대한 깊이와 삼체 문명과의 대립을 보는 재미가 있다. 

로튼 토마토 리뷰를 보면 극과 극으로 나뉘는 상황이다. 이야기 전개가 밋밋하고 원작의 과학적인 추리와 방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생략됐고 다소 캐릭터와 이야기 에피소드가 뒤엉켜서 문제라고 지적한 리뷰도 있다. 반면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흥미로운 설정 요소와 빠른 속도로 스펙타클함과 액션을 적절하게 섞어서 웅장한 스케일감을 보여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오펜하이머”가 물리학자 헌정 영화였다면 “삼체”는 물리학자의 물리학자에 의한 물리학자를 위한 시리즈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우주 문명에 있어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개인적으로 원작의 과거와 미래 현재를 아우르는 큰 이야기 구조와 작가가 문명에 대한 인식과 메시지를 캐릭터들에게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도 궁금하다. 시즌1의 마무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삼체인들이 인류에게 보낸 메시지 “너희는 벌레다!”라는 대목에 대한 항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하고 벌레를 영원히 없애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라. 이놈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삼체인에 맞서 싸울 인류의 미래를 암시하는 모습으로 시즌1이 마무리된다. 

중국도 이 드라마를 이미 제작했다. 보지는 못했고 전반적인 평을 살펴보니 소설 원작에 너무 충실하려고 해서 다소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보다는 소설의 재연 정도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고 중국의 이상한 문화적, 정치적 야욕이 읽히는 작품이란 평도 있다. 넥플릭스 삼체는 다소 큰 스케일에 비해 출연진들이 아쉽기도 하고 중반에 스토리가 늘어지는 부분이 많은 편이고 옥스퍼드 5인방에 대한 지나친 시간 할당이 아쉬워지는 대목이 있다. 시즌2에서 과연 엄청난 문명을 가진 삼체인들이 지구 정복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문명의 본성은 무엇인지 현재 우리 인류가 우주에 보낸 메시지는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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