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라폰(Nuraphone) 헤드폰 사용후기

우연히 후배로부터 누라폰(Nuraphone) 헤드폰 빌려서 들어볼 일이 있었다. 요즘 나온 헤드폰이나 이어폰 특히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헤드폰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 차에 들어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기본적으로 블루투스 헤드폰과 이어폰에 별 관심이 없었다. 5~6년 전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몇 차례 들어봤지만, 유선에 비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차에서도 블루투스 기기로 통화도 하고 음악도 듣고 하지만 편리성만 좋을 뿐 음질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하다 보니 케이블에 따른 소리 변화에 민감한 편이고 편협하게 유선을 좋아하기도 하고 블루투스 기술의 한계가 분명 있다고 믿는 쪽이다.

그럼에도 요즘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어떤지 궁금해서 듣게 됐다. 첫인상은 “이거 신기하고 생각보다 음질이 괜찮다.” 찾아보니 2021년 즈음 국내출시된 제품으로 신품가격이 50만원 가까이하는 제품이었다. 후배도 궁금해서 중고제품으로 구입했고 신품가격 대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워낙 전통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들이 많은데 누라(Nura)는 사실 이름도 처음 듣는 생소한 회사였다. 찾아보니 2015년에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사운드 기술 헤드폰 제조사였다. 누라(Nura)의 독점 기술은 귓속에서 생성되는 소리를 모니터링해 다양한 주파수에 대한 사용자의 청각 민감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듣는 사람에 최적화된 기술을 제공하는 헤드폰 제조사였다. 2017년 10월에 첫 제품인 누라폰(Nuraphone)이 출시됐다. 그런데 이 회사 2023년 4월에 데논(Dennon)에 인수됐다. 데논이 맞춤형 오디오 기술에 눈독을 들였다는 것이다. 결국 누라폰의 핵심 기술인 사용자 청각 민감도 측정 기술만 데논이 낼름 챙겼다고 봐야겠다.

일반 헤드폰과 다르게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고 전체 외형과 첫인상은 일단 박스부터 고급지다. 출시가격이 살짝 있다 보니 ‘나 고급 제품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고, 고급진 무광 처리가 돼 있다.

구성품도 충전케이블과 일반 유선 이어폰케이블도 제공된다.

헤어밴드 부분부터 전체적으로 고급진 마감과 적당한 탄성도 있고 만듦새는 훌륭한 편이다. 그리고 헤드폰이 아주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다. 일단 안쪽에 이어폰 같은 부분이 귓속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 인이어 스타일이고 헤드폰처럼 바깥쪽에 헤어밴드랑 헤드폰이 감싸고 있는 구조다.

그리고 귀를 감싸는 헤드폰 고무 재질은 부드러운 실리콘재질로 만들었으며 안쪽으로 중저역을 담당하는 부분이 분리된 구조다. 실제로 음악을 들었을 때 웅장감과 귀를 감싸는 저 부분이 쿵쾅거린다. 이런 헤드폰은 사실 처음 보는 구조로 굉장히 독특하게 설계되어 있다. 착용할 때 귓속을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착용해야 하고 이걸 잘못 착용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특이한 건 착용하는 순간에 헤드폰이 말을 한다. 착용했다고 나오고 배터리가 얼마가 남아있는지 친절히 알려준다. 다른 블루투스 헤드폰들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똑똑한 녀석이다.

스마트폰에서 누라(Nura) 앱을 다운 받아서 귀를 테스트해야 한다. 앱을 다운받고 계정을 만든다.

이 기술이 굉장히 특이하고 이색적이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귀를 과연 어떻게 테스트할 것인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도 궁금하다.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몇 분간 조용한 곳에 가서 착용하고 스타트를 누르면 귀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주고 다양한 전자 음들을 맛보기처럼 이것저것 들려준다.

좋은 착용감 얻기위해위해 고정 체크표시가 보일 때까지 이어 컵을 움직여 누라폰을 조정부터 해줘야 한다. 최적값을 얻기 위해서는 사실 귀에 고정하는 이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귀에 맞는 커스터마이징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선택해 들려주는데 갑자기 소리가 확 바뀐다. 이 차이가 드라마틱하게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정도로 변화를 바로 알 수 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이런 테스트는 처음이었다. 이비인후과에서 하는 청각 테스트나 이런 것이 아니고 헤드폰을 쓰고 받게 되는 테스트라니, 이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데논이 군침을 흘릴만한 기술은 확실하다.

외부 소음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다. 커널형 이어폰을 꼈을 때보다 소음 차단이 뛰어나고 그냥 헤드폰에서 느꼈을 때보다도 소음 차단이 뛰어나다. 이어폰 끼고 헤드폰도 낀 것 같은 효과라 그 차단 효과가 월등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흔히 얘기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밖에서 소음이 안 들리면 그만큼 위험한 요소가 많다. 자동차 경적이나 각종 소리를 차단하니 어떤 위험도 감지되지 못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우선 장점으로 최적화된 상태에서 아이폰에 즐겨듣는 레퍼런스 노래들을 청취해 봤다. 첫 느낌은 생각보다 음질이 괜찮다. 특히 중저음이 뛰어난 편이고 저음은 상당히 타격감 있고 표현력이 좋다. 뭔가 꽉 찬 밀도감있는 탱글한 저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퍼지는 저음도 아니고 꽤 인상적인 저역표현력을 보여준다. 특히 ‘몰입’모드 오버드라이버를 높이면 귓속을 저음이 펄럭펄럭 때려준다.

또한, 히스노이즈가 굉장히 낮다. 히스노이즈라는 건 아무것도 플레이하지 않았을 때 헤드폰 자체에서 쉬~하는 노이즈가 발생하는 경우다. 예민한 경우는 이 소리가 굉장히 거슬리고 심지어 음악에서도 같이 섞여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히스노이즈가 거의 안 들린다. 개인적으로 이 히스노이즈 때문에 이어폰과 헤드폰을 여럿 바꿨는데 적어도 이 누라폰은 기본 히스노이즈가 감지 안 된다.

단점은 내 귀에 맞게 튜닝해서 내 귀에 최적화해준다고 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소리와 경험치가 다르고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좋아하는 경우 특히 중저음을 좋아하는데 이쪽을 조금 더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이걸 내 마음대로 튜닝 할 수 없다. 보통 수동으로 늘리고 줄이고 깍고 부풀리고 하고 싶은 전문가들에게는 분명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한마디로 보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런데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오히려 이것저것 설정하다가 소리의 밸런스가 무너져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들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워낙 좋은 해상도의 헤드폰과 이어폰이 많은데 누라폰은 해상도가 살짝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게인이나 톤 발란스도 다 좋은데 해상도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음 쪽의 표현력이 살짝 아쉽다. 소리가 살짝 안개 낀 듯 살짝 묻혀 있는 느낌이다. 쨍한 해상력 때문에 헤드폰과 이어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이 사실은 제일 아쉬운 대목이다. 굳이 평가를 하자면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의 해상력이다. 물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고 개인차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블루투스가 아니고 유선케이블로 연결하면 해상도 이 부분은 조금은 좋아진다. 블루투스 상에서 85점이었다면 유선연결시 해상력은 90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음상은 괜찮은 편이다. 대게 저가형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는 음상이 살짝 멀리서 맺히는 경우가 있는데 노랫속 악기의 배치가 적당한 위치에 배치가 잘 됐고 톤 밸런스도 괜찮은 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헤드폰 성향이 장르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성향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클래식음악을 들을 때는 살짝 아쉬운 면이 분명 있다.

기본적으로 무선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유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아주 깊숙이 박혀있다. 그래서 음질적인 이득이냐? 편리성이냐? 가 결국 유선과 무선의 선택의 기준인데 이 누라폰은 음질과 편리성의 접점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고, 유선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어서 집에서 조금 더 좋은 음질로 듣고 싶다면 언제든 유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외출시 듣고 싶다면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된다. 이 점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가장 큰 아쉬움은 무엇보다 착용감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어폰인데 헤드폰이 그걸 위에서 덮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헤드폰의 탈을 쓴 이어폰같은 느낌이다. 이어폰도 헤드폰도 아닌 하이브리드의 느낌이고 한마디로 대형 이어폰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다. 물론 이런 어색함은 시간이 지나 적응되면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헤드폰을 쓰고 벗고 장착 탈착이 살짝 불편하다. 그리고 오래 듣고 있으면 땀이 많이 차고 귀가 뻐근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인이어 쪽이나 귀를 감싸는 헤드폰 쪽에 땀이 많이 찬다. 밀폐형 헤드폰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지만 오래 듣기 힘들다.

그리고 초기 출시가가 살짝 높은 편이다. 이 정도 음질과 기술력과 편의성으로 보면 50만원 정도의 헤드폰은 좀 과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중고 가격을 찾아봤는데 굉장히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결국 시장에서 이 헤드폰의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중고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처음 출시가는 거품이 많이 껴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가격의 많은 부분은 특허인 귀를 최적화 하는 그 기술에 어느 정도 방점이 찍혀있고 이 점이 가격에 포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신품가격은 확실히 비쌌다. 물론 국내에 출시되면서 이벤트, 공구나 할인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가격이 현재의 중고시세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형성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되고 충분히 가치는 차고 넘친다.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이어폰헤드폰의 하이브리드고 무엇보다 사람들 각자에 맞춰진 최적화된 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좋은 기술을 다른 세계적인 이어폰이나 헤드폰 브랜드들이 눈독을 들였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데논에게 인수됐지만, 특허 기술력만은 살아남았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