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 폭군 후기, 결말, 스포일러, 시즌2

“폭군”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꽉 찬 느낌을 주는 작품이 탄생했다. 총 159분의 러닝타임을 4부작으로 나눴는데, 길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클라이맥스까지 시청자들을 이끌고 간다. 누구 한 명을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폭군”은 “마녀”의 세계관에 “귀공자”의 플릇을 착실하게 따라간다. 타겟 하나를 놓고 여러 세력이 추격을 벌이는 스토리라인은 감독의 시그니처처럼 느껴질 정도다.  

박훈정이 각본-감독-제작을 맡은 디즈니 플러스의 “폭군” 박훈정 감독만의 스타일이 영화라는 제약을 넘어 드라마로 제작됐고 분위기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한다. 국내 감독 중에 이런 수위로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사실 흔치 않다. 10점 만점에 7점은 된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등의 시나리오를 쓰고, “혈투”로 데뷔한 박훈정 감독은 독특한 시나리오로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 “대호”, “VIP”, “낙원의 밤”, “귀공자” 등이 그랬고, “마녀” 시리즈는 한국형 히어로물을 만들어 내면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 당연히 흥행과 평가도 편차가 심한 편이었고 호불호가 확실한 감독에 들어간다. 초기 시나리오와 “신세계”까지의 평가는 극찬을 받았지만 이후 몇 몇 작품에서는 너무 잔인하고 다크하다. 선혈이 낭자하고 피와 살이 튄다는 극혐의 평가도 뒤따랐고 겉멋 잔뜩 들어간 캐릭터들과 중2병 걸린 것 같은 허세가 너무 심하다는 악평도 뒤따랐다. 그리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들이 눈에 거슬리긴 했었다. 당연히 흥행 면에서도 들쑥날쑥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박훈정 감독의 뚝심 하나는 대단하다. 욕먹든 말든 하고 싶은 작품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건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물론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선회한 것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마녀” 시리즈의 스핀어프인지 중간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녀 세계관을 공유하는 디즈니 플러스 “폭군” 역시 기막힌 스토리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런 장르를 이만큼 뽑아낼 수 있는 건 박훈정 감독이 유일한 것 같다. 다소 잔인하고 총과 칼이 난무하지만 어설픈 CG의 아쉬움으로 발생한 액션시퀀스들이 아쉽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기복제에 가까운 패턴과 스토리라인으로 앞선 작품들에서 온 것 같은 캐릭터반복과 기-승-전(긴 서사)-각성-대미(대환장 액션씬)의 패턴, 허세와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 또 그 알 수 없는 소녀에 대한 집착,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돌려막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 작업했던 배우들의 대거 참여가 아쉽다. 

한국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폭군 프로젝트가 미국 정보기관에 발각된다. 이 폭군 프로젝트는 인간병기를 만드는 초인 슈퍼아미 프로젝트로 그동안 한국에서 몰래 진행하던 프로젝트였다. 이걸 운영했던 최국장이 미국에 발각되면서 마지막 샘플을 회수하기 위해 회사에서 배신당한 연모용을 이용하고 연모용은 다시 살인청부업자인 자경에게 일을 의뢰하고 이 과정에서 배달사고가 발생한다.

빡이 친 미국에서 직접 나서게 되고 일처리를 위해 들어온 미국정보 요원 폴, 국정원에서 은퇴했지만 온갖 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임상까지 이들은 폭군샘플 하나를 놓고 각기 다른 목적인 회수, 강탈, 청소, 복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일은 벌어진다. 과연 최후의 샘플을 차지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인상적인 것이 극중 김선호가 맡은 최국장은 애국주의자로 등장하고 기저에 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한국은 과거 독자적 노선을 펼치는 방편으로 핵과 ICBM, SLBM을 갖고자 했지만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슈퍼아미’의 일환인 ‘폭군 프로젝트’를 몰래 진행하고 있었다. 초인을 만들어 대항마를 갖는 것, 그것이 마지막까지 김선호가 맡은 최국장이 끝까지 지켜내려 한 것이었다. “너넨 되고 왜 우린 안 돼?”라는 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순간 김진명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생각났다.

박훈정 감독의 최고의 장점은 신인배우 발굴, 특히 신선한 여성 캐릭터 발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마녀”에서는 김다미, “마녀 파트2”에선 신시아, “귀공자”의 강태주와 김선호 등 이번 “폭군”에서는 조윤수를 선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녀 세계관의 스핀오프 “폭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둘은 바로 조윤수와 차승원이다. 무엇보다 차승원은 본인 캐릭터 중 역대급 캐릭터를 만났다. 

출연진과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폭군프로젝트를 지키려는 최국장은 김선호가 맡았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인 “귀공자”에서 함께했고 폭군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캐릭터로 출연한다. 김선우는 약간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냉철한 캐릭터로 대의를 위해 소를 언제든 희생시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부하들의 죽음이나 그동안 함께 연구했던 박사를 제거하는 장면에서는 냉혈하게 느껴지지만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이걸 빼앗으려는 미국쪽 요원으로 폴 역할은 김강우가 맡았다. 역시 김선우처럼 전작 “귀공자”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김강우는 살짝 귀공자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밉상에 능글거리고 교활한 캐릭터를 찰떡같이 연기하는데 미국정보요원으로 일종의 빌런으로 보면 된다. 밑에 달고 다니는 2명의 초인과의 대결이 볼 만하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연 차승원이 맡은 임상이라는 청소부 역할이다. 차승원은 실력 있는 전직요원으로 등장한다. 은퇴하고 나서 건바이건으로 의뢰를 받아서 누구를 암살하거나 일을 처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최국장의 의뢰를 받아서 그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근데 임상의 전투력이 굉장한 편이다. 나이 먹은 아저씨처럼 나오는데 실제 능력은 굉장히 출중하고 능력치로 봐서는 거의 최강급이다. 평소에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허술하고 어찌 보면 인간미도 있어 보이고 이처럼 캐릭터 하나하나를 잘 구축한 편이었다. 이말은 단순한 이야기 안에 캐릭터들이 그냥 소비되거나 흘러가는 게 아니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들이 된다.

무엇보다 여자 주인공으로 채자경이라는 역할이 등장한다. 조윤수라는 신인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고 첫 등장부터 강렬한 모습을 선보이며 이 폭군 프로젝트의 모든 사건이 얽히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폭군 프로젝트 샘플을 중간에 가로챈 인물이 바로 채자경이다. 국정원에서 돌리고 돌려 채자경에게 샘플 탈취를 의뢰하고 탈취하면 조용히 제거하고 샘플만 챙겨오면 심플한 일이었지만 채자경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채자경은 킬러이자 총도 잘 쏘고 싸움도 잘하고 능력자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그 문제의 폭군 샘플까지 채자경이 빼돌렸다. 일이 완전 꼬이게 만든 핵심인물이었다. 여기에 이 캐릭터가 특이한 것이 이중인격으로 나온다. 몸에 쌍둥이 오빠의 인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다중 인격자로 등장해 혼자 혼잣말도 하고 오빠랑 대화도 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폭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서사가 나름 다 살아있는 편이다. 단순히 이야기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한명 한 명 각자의 서사와 행동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편으로 잘 짜여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채자경이라는 캐릭터도 그냥 실력과 능력 좋은 여자 킬러가 아니라 나름 서사를 부여해 아버지와 관계와 초반의 장면들에서 충분히 밑밥을 깔아 놓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의 성격과 성향까지도 짐작가능 할 정도로 촘촘하게 잘 짜여있는 편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이리저리 스토리를 비비 꼬아 놓는 편인데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대사로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편도 아니고 초반에는 살짝 불친절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충분히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마녀는 동쪽이야기, 폭군은 서쪽이야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이 둘의 스토리가 나중에 하나로 만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녀를 안 봐도 폭군은 그 자체로 봐도 무난하게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마녀를 보고 보면 더 재밌다. 

마녀의 세계관을 몰라도 폭군은 그 자체로 꽤나 흥미롭다. 그리고 이 작품의 최고의 장점은 시원시원한 액션이다. 액션씬도 많고 각각의 액션 연출도 되게 잘한 편이다. 인물들이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마블액션처럼 허황되지도 않고 결코 만화처럼 비춰지지도 않는다. 굉장히 잔인하고 고어스럽기까지 하지만 부딪히고 부수고 하는 액션과 총기액션은 기대이상으로 훌륭하다. 차승원이 맡았던 임상캐릭터의 총기 액션이 무척 인상적이다. 다만 중간 중간에 어설픈 CG가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보통 CG가 들어간 장면들이 많이 어두운 편인데 이건 어둠 속에서의 디케일 묘사를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전반적으로 박훈정 감독의 작품들이 밝지는 않다. 굉장히 어둡고 무겁고 다크한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피카레스크식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피카레스크는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으로 설정되어 있고 이들이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다. 폭군의 주인공들은 선악의 경계가 없다. 누가 착하고 악당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모두 나쁜 놈들이다. 각자의 대의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들로 다크한 판타지 느와르적 느낌이 강하다. 장르적으로는 첩보 액션이 기본이고 여기에 다크 히어로물이 합쳐진 형태로 표현수위는 잔혹고어액션정도 되겠다. 

특히 인격장애 있는 채자경을 소름 돋게 연기한 조윤수 배우와 임상을 연기한 능글맞은 차승원 배우는 훌륭했다. 역할에 그 자체로 몰입한 흔적이 역력했다. 좋은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가 제1순위로 갖춰져야 한다. 액션도 멋졌다. 채자경과 임상의 혈투는 빛났다.

농도와 밀도의 측면에서 ‘폭군’은 다크 히어로 액션 느와르의 품격을 제대로 갖췄다. 디즈니 플러스 “폭군” 시즌2와 “마녀”의 세계관과 어떻게 만나게 될지도 우선 기대된다. “폭군”에서는 그동안 먹었던 욕을 설욕하려는 듯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고 연출했으면 그동안의 지적된 단점을 작정하고 최대한 줄이고 덜어낸 것 같은 느낌이다.  

채자경의 경우는 폭군 샘플 탈취를 의뢰받은 킬러이자 금고 기술자로 “폭군”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인물로 일반인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존재다. 회사에서 배신당한 연모용에게 이용당하고 크게 다치지만 살아남아 폭군 샘플도 빼돌리고 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움직인다. 자경의 경우 이중인격이라는 설정 값이 마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처럼 계속 비춰지는데 마지막에는 폭군 샘플을 탈취해 가지고 다니다가 미국 초인들과의 싸움 중에 병이 터져버리고 결국 폭군에 감염되어 초인이 되어 최고의 전투력을 보여준다. 이미 자경의 오빠 인격이 강한데 여기에 폭군으로 신체 능력까지 업그레이드되면서 극중 최강자가 된다.

폭군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인들은 폭주하거나 버티지 못한다. 단점은 강한 빛에 노출되면 약해져버린다. 최국장이 자경에게 폭군은 국가자산이며 빛에 약하니 어둠속으로 들어가라고 충고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경이 어둠속에서 ‘저것들은 언제부터 있었지?’ 라는 말로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은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아마도 비슷한 폭군인자를 지닌 세력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물속에 빠진 임상을 채가는 장면도 보여주는데 이 의문의 존재들인 것으로 추측된다. 당연 시즌2에 대한 떡밥이다. 

끝내 임상에 의해 폴도 제거되고 임상은 물속으로 뛰어든다. 이 장면은 제이슨 본이 연상된다. 그리고 최국장도 폭군 샘플이 자경의 몸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국정원내 반대파에 있던  선배 사국장이 결국 미국 측의 폴과 같은 헤드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국장의 마지막은 사국장 앞에서 자살하며 끝난다. 엔딩은 죽을 사람은 다 죽고, 사라질 사람은 사라지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그리고 4화 엔딩에서 쿠키영상이 하나 등장하는데 채자경의 어린시절 이성민 채선생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린 자경의 눈이 폭군의 눈처럼 변하는 장면과 원장수녀님에 대한 대사가 나오며 마녀처럼 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이미 자경은 이 시설의 실험체였다는 것을 암시하며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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