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카사 아술(La Casa Azul) Story

인디팝(Indie Pop)은 주류 팝 음악 스타일과 톤에 반대하여 만들어진 하위문화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하며 기존 팝 스타일의 문법과 제작-유통까지 스스로 담당하는 일종의 문화 현상이었다. 주류 팝 음악에 대항해 기타팝과 스스로 만드는 DIY 정신이 결합한 음악 장르다. 인디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멜로딕하고 덜 거친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DIY 씬에 속하지 않은 팝 성향의 음악들도 인디팝이라 칭하고 있다. 인디팝 씬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팀들이 생각보다 많다. ‘Belle And Sebastian’,‘The Smith’,‘Vampire Weekend’,‘Arcade Fire’등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우효, 김뜻돌, 백예린이 얼핏 떠오른다. 전 세계 수많은 인디팝 밴드들이 존재하지만 스페인의 인디팝 밴드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 파란집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 Story.

스페인 인디팝 밴드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은 지향하는 사운드가 명확한 편이다. 1940년대 두왑 사운드, 1960년대 비치 보이스(Beach Boys)같은 슈가팝 사운드와 A&M레이블의 이지리스닝 프로덕션정신, 1970년대 아바(Abba)와 같은 유로 디스코와 유로 팝을 혼합한 스타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일본 시부야케이를 연상시키는 깨끗하고 깔끔한 프로덕션을 결합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금방이라도 빵하고 터질 것 같은 감각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진 노래들은 듣는 순간 한방에 귀를 잡아끄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스페인어 특유의 귀에 꽂히는 이국적인 발음과 뉘앙스는 중독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멜로디와 사운드는 행복한데, 가사는 사랑, 행복, 우정을 얘기하지만, 그 속에는 슬픔, 비탄, 분노, 좌절 같은 우울한 가사의 조합에서 오는 이질감이 특징적이다. 행복한 멜로디에 우울한 가사로 정의할 수 있다. 가수, DJ,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가 결성한 이 밴드는 스페인 인디레이블인 Elefant Records에서 2000년부터 음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처음 구상은 1960년대 “Sugar Sugar”를 부른 아치스(Archies)같은 가상의 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치스는 가상의 버블껌 사운드 밴드로 실제 멤버들은 스튜디오 뮤지션들이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서는 밴드였다.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 만든 캐릭터밴드 고릴라스(Gorillaz)도 같은 케이스다.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도 아치스(Archies)에 영감을 받아 뮤직비디오와 앨범표지에 등장하는 멤버 5명으로 David, Virginia, Oscar, Clara, Sergio로 구성됐지만, 실제로 음악은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 단독으로 제작한 것이다.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가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을 구상한 시작점은 음악학원에 다니며 작은 클럽에서 라이브 하던 다섯 명의 젊은이들을 발견하면서였다. 그들을 보자마자 한 편의 만화 같은 그림을 떠올린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는 그가 만들어 낸 음악들을 이 다섯 명의 밝고 힘이 넘치는 기운을 빌려 세상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자신만의 음악세계관을 창조한 것인데 아치스(Archies)로부터 영감을 받아 밴드 고릴라즈(Gorillaz)와 다프트펑크(Daft Punk)를 합쳐놓은 모양새였다. 

2000년, 첫 번째 앨범은 6곡이 수록된 EP 앨범으로 발표됐다. 데모 형식으로 출발하지만 데뷔 그룹답지 않은 화려한 일렉트로닉팝음악이었다. 호화로운 편곡과 중독적이고 매력적인 후렴구를 가진 노래들로 라디오방송에 송출되자 수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게 됐다. 스페인 내에서는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각종 잡지와 라디오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가상의 밴드 프로젝트가 구체화 된 건 2003년 부터였다. 

2003년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는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그룹의 첫 번째 정규앨범 작업에 들어가는데 새롭게 다섯 명의 청년을 선정해 비디오 클립과 TV출연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실제로 TV에 출연해 이 다섯 명이 악기를 연주하는 척 립싱크를 하며 등장했다. 밴드의 독특한 복고풍 비디오클립 뮤직비디오에 다섯 명이 출연하지만 라이브 공연은 하지 않았다. 실제 라이브 공연에서는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가 노래를 솔로로 불고 연주했다. 

2007년을 기점으로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은 일대변화가 생긴다. 가상의 다섯 청년들은 더 이상 그룹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La Revolucion Sexual> 앨범이 발매되고 “La Revolucion Sexual”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08에서 스페인을 대표하기 위해 입찰했고 결승까지 오르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곡이 선정됐다. 하지만 이 노래는 더 많은 홍보가 이뤄지며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의 지명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보너스 트랙을 수록한 정규앨범이 발매됐다. 이 앨범에는 두곡의 보너스 트랙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하나는 영어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연진과의 듀엣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2009년, 새 앨범 <La Nueva Yma Sumac (Lo Que Nos Dejo La Revolucion)>이 발매된다. 이시기 길레 밀키웨이(Guille Milkyway)는 영화 사운드트랙 작곡의뢰도 받고, 각종 페스티벌과 시상식에 불려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2010년에는 스페인의 아카데미 시상식 고야 시상식에 Besgt Original Song 부문을 수상한다.

2011년, <La Polinesia Meridional>이 발매됐는데 이전에 없었던 큰 호평이 이어졌다. 이 앨범은 소리의 벽을 창안한 필 스펙터(Phil Spector)사운드에 E.L.O, Jesus And Mary Chain, Pizzicato Five, Ramones, Style Council 등이 연상될 정도로 굉장히 팝적인 앨범이 완성됐다. 앨범발매와 시작된 투어에서는 빛과 컬러를 잘 활용한 무대 설정에 큰 발전을 이뤄냈다. 마치 상상과 환상으로 가득찬 놀라운 무대였고 프로젝션의 개념을 뛰어넘는 콘서트였다. 

2016년, <La Gran Esfera>에 수록될 첫 번째 싱글인 “Podria Ser Pero”는 팝송이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혼합한 형태의 노래라고 자화자찬한 실제로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의 유튜브 조회수가 가장 높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된다.

멜로디에는 광채가 살아있고 가사는 불행과 행복 실패의 아픔을 주축으로 하는 가사였다. 하우스터치, 디스코 편곡, 보코더의 사용과 한마디로 아주 멋진 유로팝이었다. 신스팝의 재창조처럼 느껴질 정도였고 미래의 디스코 사운드로 돌아온 것이었다. 디스코 사운드에 신스팝 웨이브를 믹스한 멜랑콜리를 혼합해 장식한 노래처럼 들린다. 마치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미래 지향적인 이탈리아 디스코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두 번째 싱글 “El Momento”, 세 번째 싱글 “ATARAXIA”가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뮤직비디오 클립역시 함께 발표되는데 이 뮤직비디오 자체도 큰 화제가 됐다. 그리고 네 번째 싱글인 “Nunca Nadie Pudo Volar”가 발표되면서 또 한 번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다. 멜로디가 현관 속으로 들어와 온몸을 뒤 흔든다. 사실 이 노래 비디오클립을 보면 성적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적 정체성으로 차별받는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비판이 노래 가사와 함께 포함되어 있다.

“Nunca Nadie Pudo Volar”는 “누구도 날수 없었어”라는 뜻으로 1912년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191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디자인한 비행복을 입고 에펠탑에서 뛰어내린 프란츠 라이켈트(Franz Reichelt)가 허공에서 떨어져 즉사한 이야기였다.

이탈리아 디스코의 거장 조르지 모로도(Girogio Moroder)의 영향도 느껴지는 고전적인 멜로디지만 편곡과 다양한 이펙트의 사용은 미래의 사운드를 선사하는 것 같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5장의 정규앨범과 수많은 싱글앨범들, 각종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와 라이브 공연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TV 오디션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리믹스작업과 유명 팝스타들과의 작업과 제작기술을 가르치며 스페인어권에서 프로필을 확장해 갔다. 여전히 멜로디는 살아있고 훅이 있는 팝송을 작곡해냈다. 중독적이며 즉각적인 멜로디는 한번 들으면 귓가에 멜로디가 계속 아른거린다. 40년대 두왑사운드부터 60년대 버블팝, 70년대 디스코, 모타운 사운드와 유로댄스까지 복고적인 동시에 범우주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 대형음반레이블이 아닌 혼자 뚝딱뚝딱 만들어 내고 있는 스페인의 인디팝 밴드 라 카사 아줄(La Casa Azul)은 좀처럼 듣기 힘든 웰메이드 뮤직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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