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엄(Ranum) Story

스포츠 이온음료 중에 하얀색과 파란색이 인상적인 “포카리 스웨트”라는 음료가 있다. 이 포카리 스웨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리스의 미코노스섬인지 산토리니섬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라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라라라라라라라라 널 사랑한다고~”하는 노래가 바로 떠오른다. 이 포카리 스웨트의 CM송 멜로디는 사실 “두번째 달”이 만든 노래였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 포카리 스웨트 광고음악도 역시 기존의 있던 다양한 노래들을 사용했었다. 그중에서 1994년경 탤런트 이종원이 등장한 포카리 스웨트 광고음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랜엄(Ranum)의 “Photograph”라는 곡이었는데, 굉장히 고급지고 세련된 멜로디와 보이스의 팝음악이었다. 예스퍼 랜엄(Jesper Ranum) Story.  

예스퍼 랜엄(Jesper Ranum)는 195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에는 법학을 전공한 랜엄(Ranum)은 잠시 동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을 뒤로 하고,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에 걸쳐 다양한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Cubes, Nous Yto, Scatterbrain, DeFilm의 멤버로 활동하며 프로그레시브 록, 뉴 웨이브,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표하며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을 중심으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Ranum Studio>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4,000편이 넘는 광고, 영화, 뮤직 비디오, TV 사운드트랙과 함께 수많은 앨범을 제작했다. 이외에도 전자음악, MIDI 등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저술하는 등 랜엄(Ranum)은 현재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작곡-편곡가, 레코딩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다. 유럽음악 중에서도 상당히 세련되고 정제된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다. 컴퓨터 시퀀서,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다. 

80년대 다양한 밴드활동을 배경으로 그동안의 경험과 열정을 집대성해 1993년 솔로 데뷔 앨범 <Slow Down>을 발표한다. 이 앨범으로 랜엄(Ranum)은 유럽 전역에서 음악적,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싱글 커트된 수록곡 “Photograph”은 덴마크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효과에 반한 덴마크 하이엔드(High-End) 메이커 뱅앤올룹슨(Bang&Olufsen)은 이 앨범을 자사의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용으로 사용한다.

이 앨범을 들을때는 평소듣던 노래들보다 볼륨을 최대한 높여서 들어야 앨범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장대한 사운드부터 온갖 종류의 이펙트들이 아련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 앨범은 수록곡 중에 개인적으로 “Standing in the Rain”, “Mirror On The Wall”을 특히 좋아했다. 몽환적이면서도 전자음악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곡들로 오디오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굉장히 좋아 2000년 즈음까지 즐겨듣던 트랙들이었다. 특히 “Mirror On The Wall”은 보컬채널의 좌우 분리도를 테스트하기 더없이 좋다. 좌측과 우측에서 각각 목소리가 등장하며 들리는데 내 스피커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레퍼런스 트랙으로도 손색이 없다. 좌측과 우측 스피커에서 번갈아 나오는 가사를 듣는 재미도 있고 사운드 레코딩의 정수를 느낄수 있는 트랙이다.

이 노래 외에도 “A Game You Can’t Control”도 괜찮은 트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에 라이센스로 발매까지 이뤄진 계기는 단연 포카리 스웨트 광고음악으로 쓰인 “Photograph”라는 곡 때문이었다. 덴마크 출신의 음악감독이 발표한 이 앨범은 음악성과 대중성이 공존한 역작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랜엄(Ranum)의 보컬스타일이 가창력이 뛰어난 폭발하는 가창력은 절대 아니다. 자신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믹싱을 통해 또는 보코더나 각종 이펙터를 통해 자신의 보컬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만큼 깔끔하게 뽑아낸다. 이 앨범에는 랜엄외에도 조력자가 한 명 더 등장하는데 여성보컬 산느 그라우룬드(Sanne Graulund)다. 현재는 덴마크의 배우이자 재즈보컬리스트이기도하다. 그녀는 이 앨범전체에 또 다른 주역이자 조력자다. 

앨범전체에 얼마나 많은 믹싱과 녹음을 거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나 흠잡을 곳이 없이 세련됐다. 어쩌면 랜엄(Ranum)은 뮤지션이전에 최고의 사운드 엔지니어다. 신시사이저, 컴퓨터 시퀀서 등의 다양한 악기의 조합을 통해 세련되고 지적인 음악을 창조해내는 자칫 단순하게 말한다면 컴퓨터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음악은 그 이면에는 가장 인간적인 정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뛰어난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집 <Slow Down>이후 6년 만에 2집 <Second>를 발표한다. 북유럽의 짙은 감성과 퓨전 팝 사운드로 다시 돌아왔고 특유의 정제되고 세련된 사운드를 담은 2집 역시도 음악성과 대중성이 공존한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1집에 수록된 싱글 포카리 스웨트 광고음악 “Photograph”를 새롭게 리메이크한 “Photograph (2nd Edition)”와 조금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보컬이 매력적인 발라드 곡 “Phonecall”등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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