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페레(Léo Ferré) Story

첫 느낌은 약간은 시니컬한 프랑스 할아버지의 느낌이었다. 흑백사진의 쟈켓은 볼 때 마다 스쿠루지 영감이 생각이 나고, 냉소적일 것 같으며 한 성깔하게 생긴 모습에 얼핏 보면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실제로 무정부주의 아나키스트이자 염세주의자였고, 음악도 난해한 곡이 많다. 프랑스어를 알면 그의 진가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프랑스 어는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그럼에도 몇 곡을 들어보며 확실히 예술의 나라 프랑스 답게 아름다운 선율과 멋진 가사가 어우러진 훌륭한 샹송이었다.

프랑스 음유시인 레오 페레(Léo Ferré)는 누구?

레오페레(Léo Ferré)는 1920년 모나코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다. 46년 동안 활동하며 58장의 공식 앨범을 발표할 만큼 광범위하게 활동했고, 클래식 음악부터 샹송까지 다양한 앨범들을 녹음했다. 초기에는 클래식 피아노를 익히며 1946년 프랑스 파리로 진출해 캬바레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여러 샹송 가수들과 교류했는데 이베트 지로, 에디뜨 피아프, 앙리 살바도르를 만나 함께 작업을 하며 명성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는 클래식 쪽에 더 관심이 많아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고 여러 프로그램과 콩쿠르에 참여하기도 하고 오페라 대본과 음악을 쓰기도 했고 또한 오라트리오를 작곡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1950년대 초반 클래식과 샹송을 병행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에 이르러 훗날 다양한 곡들을 남겼다.

무엇보다 직접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으며 지휘자로도 활동을 하는데 75년에는 스위스 몽트뢰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았었다. 벨기에 리에주 심포니, 이탈리아 밀라노 심포니의 지휘도 담당했고 앨범녹음까지 하게 된다. 주로 곡을 지휘하고 자신의 육성을 이용한 시 낭송에 가까운 읊조리는 샹송 앨범들을 발표했다.

그는 프랑스 샹송 장르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며, 그의 노래는 예술적인 가사로 유명하다. 레오페레는 자신의 노래에서 정치적인 주제나 사회 문제를 자주 다룬 편이었고 실제로 무정부주의자이기도 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작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이런 정교한 가사는 사회 비판적이고 유민한 면모를 자주 드러낸다.

다재다능한 예술가이자 사회 비판적 메세지

레오페레는 광범위한 예술적 역할을 수행했다. 오케스트라 곡을 만들기도 했고, 지휘하기도 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예술적 표현으로 유명하다. 그의 노래는 그의 강렬한 보컬 스타일과 정교한 가사로 귀결된다.

노래는 종종 사회 문제와 정치적 이슈를 다루며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여러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의 노래는 프랑스의 문화적 변화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반영했다. 특히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노래를 여러 곡 작곡했는데, 이런 활동이 프랑스 혁명의 이념과 정신을 감상적이고 감각적으로 다루어 프랑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문학적 영감과 레오페레의 노래들

레오 페레는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의 가사에는 종종 문학적 영감을 찾을 수 있는데 프랑스 시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었고, 이를 자신의 음악에 반영했다. 자작곡은 물론 프랑스의 시인 아르공, 보들레르, 랭보 등의 시에 곡을 붙여 수많은 음반을 발표했으며, 레오 페레는 그의 음악과 가사로써 프랑스 음악과 문화에 큰 기여를 했고, 실제로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생전에 레오 페레는 45여 장 정도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 중 일부는 위시트, 시저상 등 프랑스 대표 음악상들을 수상했다.

Avec Le Temps

레오페레의 가장 대표곡이라면 1970년에 10월에 발표된 “Avec Le Temps” (시간이 지나가면)이 가장 유명하다.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해가는 현실을 다룬 감미로운 노래로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번안해서 부른 버전들이 무척 많다. 대표적으로 셀린느 디옹(Celine Dion), 빠트리샤 까스(Patricia Kaas), 달리다(Dalida), 애비 링컨(Abbey Lincoln)이 불어 버전으로 불렀고 로드 맥퀸 (Rod Mckuen)은 “About The Time”으로 영어로 번안해서 불렀다.

이 노래가 발표되기 이전 1969년 이탈리나 밀라노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정착했는데 이때 발표한 곡이 에로틱한 “C’est Extra”였다. 이 곡이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 곡을 계기로 새로운 청중을 얻으며 자신의 음악에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즈음에 마치 시 낭송하듯 구어로 긴 독백을 사용하는 노래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런 독백은 그동안 샹송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노래 구조를 깨뜨리는 작업이었다. 시 낭송도 아니고 연설도 아니고 마치 모노드라마의 독백처럼, 또는 연설처럼 리듬감도 있고 운율도 있으며 마치 주술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읊조렸고 하나의 스타일로 의식화했다. “Avec Le Temps”은 1970년에 그렇게 탄생한 노래였다. 또한 같은 해 발표된 “Amour Anarchie” (사랑의 무정부주의)라는 곡도 유명하다.

La Solitude

이즈음 레오페레는 비틀즈(Beatles), 무디 블루스(Moody Blues) 등 영국 록밴드의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혼자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방식을 모색했다. 밴드 음악을 도입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1971년 프랑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조(Zoo)와 함께 발표한 앨범이 바로 [La Solitude]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La Solitude”라는 곡이다. “Avec Le Temps”이 서정성이 극대화된 아름다운 노래라면 “La Solitude”는 그 가사 때문에 레오페레의 이미지를 염세주의자로 굳혀놓는 데 결정적인 노래였다.

후반부의 조(Zoo)의 연주와 기타연주는 곡을 더욱 고조시키며 노래 제목처럼 고독과 절망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곡은 이전에도 없었고 레오페레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놓았다.

La Maline

그 외에도 대표곡으로 여성을 찬양하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힘에 대해 노래한 “Jolie Mome” (예쁜 아가씨)라는 곡과 “Paris Canaille” (탐욕스러운 파리) 이 노래는 파리의 어둠 속에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염세주의적인 노래도 잘 알려진 곡이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낸 노래로 “L’Affiche Rouge” (붉은 포스터)라는 노래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저항한 프랑스 공산당원들을 기리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르튀르 랭보의 시에 곡을 붙여 시낭송처럼 읊조린 “La Maline”를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1990년에 발표된 레오페레의 공식적인 마지막 노래 앨범인 [Les Vieux Copains] (오랜 친구들)에 수록된 곡으로 모 선배의 추천으로 음반을 구입해서 듣는데 참으로 묘한 감흥을 건내는 곡이었다. 말년의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하고 시를 낭송하듯 프랑스어로 말을 건내는 것 같은 느낌에 반주로 깔리는 현악 연주는 너무 아름답고 슬프기까지 한 곡이었다.

이 곡으로 레오페레라는 샹송 가수를 처음 알게 됐고, 이후 다른 앨범들을 찾아 듣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앨범이었다. 거의 마지막 앨범을 시작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 레오페레의 다른 곡들을 알아간 특이한 케이스였다. 사실 이 앨범을 발표한 이후 1993년 이탈리아에서 76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사망한다.

무정부주의자 레오페레

레오페레는 좌파 무정부주의자 (Anarchist)로 알려져 있다. 무정부주의는 국가나 중앙집권적인 권위를 거부하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자발적인 협력과 조화를 중시하는 사상을 나타낸다. 무정부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권위를 거부하고, 사회적 평등과 자유를 추구한다. 1968년 5월 혁명이 일어나자 레오페레는 무정부주의자 연맹 집회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이후 무정부주의자 연맹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꾸준히 공연을 이어갔다.

1981년에는 무정부주의자 연맹이 설립한 라디오 방송국에도 적극 관여했다. 이런 사상은 자신의 노래 가사와 음악을 통해 무정부주의적인 이념을 자주 반영했다. 그의 노래 중 일부는 사회 정의, 개인의 자유, 권리 등 무정부주의적인 가치를 다루고 있고 아예 대놓고 “L’Anarchie” 제목 자체가 무정부주의라는 곡에서는 이념을 직접 다룬 곡도 유명하다.

레오페레는 프랑스 샹송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사랑과 반항, 서정성과 친숙함도 있지만, 도발과 아이러니, 때로는 단순하지만 숭고하고 서사적 과잉을 혼합한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아티스트였다. 또한, 풍부한 표현력으로 프랑스 20세기 후반의 중요한 시인으로 꼽힌다.

노년에 가서는 초현실주의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프랑스어의 광범위한 어휘를 사용하며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섬세한 시인이자 작사가였다. 작곡 또한 오페라, 오라토리오, 발레음악, 영화음악, 샹송 등 그의 손에서 다양하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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