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Lotto) 꽝! 로또의 역사 어떻게 될까?

헛꿈을 꿨다. 보통 사람은 수면 중에 몇 번의 꿈을 꾼다고 한다. REM수면 상태에서 많게는 5-6번의 꿈을 단편적으로 꾸기도 이어서 꾸기도 하고, 형태는 다양하다고 한다. 그런데 난 기본적으로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악몽이든 길몽이든 꿈을 꾼 것 같은데 눈을 뜨면 비몽사몽 꿈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좋은 꿈을 꾸면 우리는 로또 당첨꿈아닌가?

주변에 예지몽이니 자각몽이니 기억을 하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다. 또, 꿈에 조상이 나와 번호를 불러 줬다느니, 돼지들이 집에 들어와 똥을 왕창 싸놨다니, 연예인 꿈을 꿨다는 등의 이야기 하던데 그런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한 달 반전에 너무 선명한 꿈을 꿨다. 생뚱맞게도 홍콩영화배우 견자단이 나와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한국말로 온갖 좋은 멘트를 날리며 인생이 짧으니 즐기며 살라는 충고까지 덧붙여 주고 꿈속에서 굉장히 친한 척을 했었다. 잠에서 깨고 곰곰이 생각했다.

아~ 연예인 꿈이고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로또를 사라는 하늘의 계시구나. 싶어서 바로 그 주에 로또를 구입했다. 그런데…그런데… 바로 꽝이었다. 그 흔한 5등도 안됐다. 입은 근질거렸지만, 부정 탈까 와이프한테도 얘길 하지 않고 혹시 하는 마음에 6주 정도 꾸준히 로또를 구입했다. 그래 이런 꿈은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이 있을거야~ 주문을 걸고 꼬박꼬박 샀는데, 도대체 단 한장도 맞지 않는다.

어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로또 명당까지 가서 샀는데 역시나 꽝이다. 개꿈이었군….그냥 견자단이 꿈속에 나온 거였어, 생뚱맞게 난 견자단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내 꿈에 나와 웬 개소리를 해서는 사람 마음만 흔들리게….에휴…그때 갑자기 든 생각 견자단, 혹시 성의 견자가 개견자는 아니겠지? 성으로 개견을 쓰는 경우는 없겠지만, 정녕 개꿈이었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은 투기와 투자, 운과 과학, 그래프수치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돼지꿈, 개꿈을 꾸고 혹하는 마음에 로또를 구입했듯이 어떤 개미들은 선수들의 작전주 소스를 멋모르고 달려들었다 설거지 당하는 경우는 어떤가? 또는 힘들게 얻은 정보로 매수 매도 타이밍을 놓쳐 물린 경우라면, 과연 그래프만 보면 이건 과학이라고 얘기할 정도인지 의문이다.

어떤 경제학자는 현대 경제를 ‘카지노 경제’라고 했단다. 많은 사람이 투기와 투자는 다르다고 하고 도박이 운의 게임이라면 투자는 과학의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따져 봐도 오늘날 금융자본주의가 과연 투기와 투자를 분리해 낼 수 있을까? 로또, 카지노, 빠찡코, 경마 같은 합법적인 도박과 주식, 선물, 보험 등 점잖게 제도화된 것들의 간극은 얼마나 클까? 의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운은 기술이나 노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복권이라고 본다. 경제가 어려운 경기침체 때 복권이 잘 팔린다는 통설이 있다. 실제로 복권판매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는 뉴스는 자주 접한다. 2019년에는 4조 8000억 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020년엔 5조 4000억으로 늘었고 2021년엔 6조원, 2022에는 6조 4000억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또 얼마나 팔릴까?

로또의 기원과 역사가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가 기억하는 복권은 주택복권과 2000년 초반에 시작된 로또 정도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로또를 시작했는지 급 궁금해졌다. 그런데 찾아보고 너무나 놀라웠다. 복권의 역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래됐다.

바로 기원전부터였다. 기원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이 찾은 내용을 보니 복표를 팔고 제비를 뽑아 맞추면 상금을 주는 식의 게임을 했던 흔적을 고대 이집트 파라오 유물에서 발견했단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의 진나라에서 키노(Keno)라는 복권게임이 국가가 시행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복권을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국방비와 만리장성을 건립하는데 썼다는 거다.

로마 제국 시대에도 로또 형태의 추첨 게임이 있었다. 로마에서는 이벤트나 축제와 관련하여 로또를 열어 상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BC 63 ~ AD14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복권 판매 기금을 사용해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 로마 5대 황제 네로까지 추첨행사를 시행할 정도로 복권을 좋아하는 로마인들이었다.

복권이 로또(Lotto)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530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번호추첨식 복권 판매 이후부터다. 로또(Lotto)는 행운아라는 뜻을 지닌 말로 복권의 일반적인 고유명사로 정착됐다.

그리고 현대적인 복권의 기원은 15세기 이탈리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에서는 복권 게임이 광장에서 주민들의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됐었다고 한다. 16세기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국가 수입 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예로 프랑스에서는 로또를 통해 에펠탑의 건설 자금을 마련한 적이 있다. 심지어 세기의 바람둥이로 유명했던 카사노바가 재정 파탄에 몰린 루이 15세의 프랑스를 살린 비책도 바로 복권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이 5개의 복권 사업소를 운영하며 막대한 수입을 벌여들었다.

이런 복권이 우리나라에서는 뜻밖에도 ‘계’를 통해서 발전하게 된다. 친목도모 및 서로간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근대이전의 한국사회에서 발달했는데, 특히 산통계에서는 통이나 상자 속에 각 계원의 이름을 기입한 알을 투입한 후 그 통을 돌리다가 나오는 알에 의해 당첨을 결정했었다. ‘작백계’라는게 있다. 천인계 또는 만인계라고도 일컬어졌는데 일정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작백계), 1000명(천인계) 혹은 10000명(만인계)등 일정한 단위로 팔고 추첨을 하여 총 매출액의 100분의 80을 복채금으로 돌려줬었다.

이러다 일제강점기 막바지 일본의 태평양전쟁의 군수산업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1945년 복권 ‘숭찰’이란 걸 발행한다. 해방직전인 1947년 12월에는 대한올림픽위원회에서는 올림픽후원권을 발행하는데 이것이 공식 복권의 효시라고 보고 있다. 발행규모가 140만장으로 당첨인원은 21명, 액면가 100원으로 당시 1등 당첨금은 백만원이었다. 이 복권의 목적은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949년에는 재해대책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후생복표를 발행하기도 했고, 산업박람회 복권, 무역박람회복권 등 다양한 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했었다.

이쯤 되면 정기발행복권이 등장할 때가 됐는데 1969년 9월 한국주택은행이 월 1회 ‘주택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1972년부터 월 3회, 1976년 6월 주1회 발행하는 주택복권이 등장해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1992년을 기점으로 복권판매량이 급증하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1992년 이전에는 1등부터 4등까지의 상금만 있었지만, 5등 당첨금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소액이지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부터다.

시대가 바뀌던 2001년 5월 제주도에서 최초의 전자복권이 발행됐고 다음해인 2002년 12월 현재 우리가 열심히 구입하는 온라인복권 로또가 발행되기 시작한다. 2011년에는 분할방식인 연금식 복권까지 등장한다.

복권이 이렇게 인류역사와 깊숙하게 함께 했지만, 당첨의 기회를 맛 볼 수 있는 경우는 아쉽게도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로또의 경우만 보더라도 1등 당첨 확률은 1/8,145,060 이다.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서 6개의 번호를 맞추는 경우의 수로 봤을 때다. 당첨 확률은 매 회 차마다 동일하며, 번호 선택에 관계없이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확률로 적용된다. 대신 상금은 매 회 차마다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로 결정된다. 그리고 정말 아쉬운 점은 로또는 무작위성이 높기 때문에 당첨 확률을 특별히 높이는 전략이나 팁은 존재하지 않다. 매번 독립적으로 추첨되며, 번호 선택은 완전히 무작위로 이루어져, 어떤 번호를 선택하더라도 각 번호의 당첨 확률은 동일하다. 그래서 대게 판매점에서 자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컴퓨터가 랜덤으로 임의로 번호를 골라 주기 때문에 무작위성을 보장한다.

복권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운과 대박은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매주 복권판매점을 방문해 나의 운을 믿어보며 한주를 시작한다. 허탈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5등, 4등 당첨의 행운을 맛보면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재투자를 반복한다. 단지 번호가 적힌 종이 쪼가리지만 버리지 못하는 이 집착은 무엇일까? 행운, 당첨, 탈출, 인생역전, 초월? 지갑 깊숙이 꽂아둔 인생 역전의 짜릿한 꿈에 대한 염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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