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특이한 노래 한 곡을 접했다. 당시 유행했던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란 곡이다. “길을 걸으면 밝은 햇살이 흘러내려와 나를 부르네~” 이렇게 시작하더니 갑자기 영어도 아닌 이상한 말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임병수 – 아이스크림 원곡은?
“찌끼야 미야 소모스 꼬모 엘 템뽀랄~어쩌구 저쩌구~” 그러다 다시 “아이스크림 주세요~사랑이 담겨있는 두 개만 주세요~”
우리말과 외국어로 번갈아 부르는 곡이었다. 신선하고 뭔가 묘한 곡이었다. 이 곡이 얼마나 좋았냐면 초등학생이 그 언어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받아 적어서 따라 부를 정도였다.
이곡이 발표된 것이 1985년 가을쯤이었다. 볼리비아 국적의 한국 교포 가수 임병수가 부른 노래였는데, 나중에 안 사실은 임병수가 부른 언어는 스페인어였다. 번안곡은 아닌게 가사의 반 이상이 스페인어로 된 원곡 가사가 그대로 사용되어 있어 엄밀히 말하면 번안곡은 아니고 리메이크에 조금 더 가깝다고 봐야겠다.
이 노래가 인기있었던 이유는 임병수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 창법 일명 염소창법도 특이했지만, 무엇보다 스페인어 가사가 핵심이었다.
원곡은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의 “Directo Al Corazon”이었다. 임병수가 미국 유학시절에 처음 접했고 볼리비아 이민시절에도 즐겨 불렀던 노래인데 국내 데뷔후 차안에서 이곡을 흥얼거렸더니 유심히 듣던 작사가 지예가 가사를 썼다고 한다.
원곡자인 루이스 미겔은 1982년에 이 노래를 발표하면서 라틴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남미 순회공연을 수없이 다녔다고 한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유럽시장까지 진출했고 유러비전 송콘테스트도 출전하기도 한다.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은 누구?
루이스 미겔은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멕시코 가수다. 별명이 멕시코의 태양으로 불리며 남미 최고의 슈퍼스타가 바로 루이스 미겔이다. 최연소 그래미상 수상,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라틴 앨범을 가진 가수,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투어 아티스트로 남미에서 가장 길고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가수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빌보드 역대 최고의 라틴 아티스트차트에 2위에 올랐고 1위는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다.
특이하게 이 시대에 이 정도 인기였으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게 당연한 수순인데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라틴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스페인어로만 녹음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6천만 장의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가진 가수이자 주류 시장에 볼레로 장르를 대중화한 공로가 있다. 추정자산만 2400억으로 예상한다.
루이스 미겔은 아주 어린 나이 11살에 데뷔했는데 매니저인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거의 모든 영화, 음반, 콘서트 공연을 보고 분석해 일종의 롤모델로 삼게 만들고 철저한 관리하에 데뷔하고 그 인기를 이어간 케이스다.
Luis Miguel – Romance
1991년 루이스 미겔 경력에서 최고의 한해를 보낸다. 1950년대부터 유행한 낭만적인 볼레로 앨범인 <Romance>를 발매하면서 대박이 난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라틴팝이 가진 최고의 낭만적인 곡들만 골라서 만든 앨범으로 고전의 재정립이란 의미에서도 큰 의미가 있고 언어는 감동을 초월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모든 곡들이 듣기 편하고 좋다.
라틴팝이 이미 있었던 예전음악을 현대적인 재해석을 루이스 미겔이 해냈다. 라틴팝에서 그의 공로라면 단연 예전 볼레로를 재창조한 업적을 꼽는다. 이 로맨스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700만 장이나 판매된다.
<Romance> 앨범의 첫번째 트랙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잘 들어보면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과 매우 흡사하다. 레퍼런스로 삼았든 편곡과 곡의 분위기가 상당히 유사하다. 루이스 미겔의 곡 전체는 거의 이런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앨범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곡은 “No Se Tu”라는 곡이었다.
이후 후속작인 <Segundo Romance>역시 1994년에 발표하면서 상이란 상은 싹쓸이 해간다. 1996년 최연소 남자가수로 헐리웃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린다.
루이스 미겔의 수많은 히트곡중에 이곡은 묘한 매력이 있는 리메이크 곡이다. 워낙 유명한 “Sunny”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서 발표했다.
루이스 미겔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는다. 이런 모습은 자신의 철학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해 40년에 걸친 경력동안 라틴팝이 다룰수 있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심지어 넷플릭스에는 그의 전기영화와 TV드라마 시리즈도 있을 정도다. 가수의 알려진 부분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 우리나라 넷플릭스에서는 이 시리즈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