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를 싫어하는 어린이가 과연 있을까? 흑백 TV 시절에 태어나, 1980년대 초반부터 컬러 TV로 만화영화를 보던 세대다. 어릴 때 TV 시청 채널도 몇 개 없었고, 만화영화 방영시간은 늘 정해져 있었다. 어김없이 그 시간만 눈이 빠져라 기다리던 코찔찔이 어린이었다. 아톰, 미래소년코난, 은하철도999, 케산, 빨간머리 앤, 호호아줌마, 개구쟁이스머프, 개구리 왕눈이, 요술공주 밍키, 로버트태권V, 그랜다이저, 컴퓨터형사 가제트, 메칸더V 등등 얼핏 스쳐간 만화만 해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이런 만화영화의 주제곡은 운동회 때 응원곡으로 불렀던 기억도 난다. 만화영화 주제곡 뽀로로 LP 이야기.
만화영화 주제곡 “85 어린이 TV 인기곡 총 결산” LP
한 10년 전 음반 정리하는 곳에서 한 장의 앨범을 집어들었는데 쟈켓 사진에 장난감 아톰사진에 그만 반가워서 구입한 앨범이었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선물로 받았던 장난감이고 제일 아끼던 장난감 중 하나가 바로 아톰 장난감이라 더욱 반갑기도 했었다. 나에겐 토이스토리의 우디나 버즈같은 존재였다. 노래 중에는 모르는 노래들도 꽤 있지만, 예전에는 이런 앨범도 발매됐었구나 신기해하며, 집어 들었던 앨범이다.
들어본 만화 주제곡들도 많지만, 거의 처음 듣는 곡들도 있다. 돌아온 아톰, 요술공주 밍키, 그랜다이저, 호호아줌마, 개구리 왕눈이, 그레이트 마징가, 똘이장군, 마루치 아라치는 확실히 듣던 만화영화 주제곡들이고 나머지 곡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 딸을 키우면서 딸이 무슨 만화를 즐겨보는지 유심히 관찰한다. 3-4살 때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역시 뽀통령 뽀로로다. 뽀로로면 환장했었다. 아이들은 수많은 만화 중에서도 왜 뽀로로를 좋아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뽀로로 덕분에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뽀로로는 나에게도 최애캐릭터다. 뽀로로 없었다면 육아전쟁에서 넉다운 됐을 것이다.
4-5살 때는 치로와 친구들, 로보카폴리, 타요, 띠띠뽀, 콩순이, 브레드이발소, 아기상어 등이 스쳐지나갔고, 이후에 뽀로로만큼이나 확 빠져든 건 티니핑과 시크릿쥬쥬였다.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고 노래들은 나도 모르게 딸과 함께 흥얼거렸다. 딸과 함께 따라 부르면서 놀고 있는데, 그 특유의 중독성에 저절로 중독된 것 같다.
뽀로로 – 겨울왕국
그런데 세상 모든 어린 딸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겨울왕국>에 드디어 입문하게 됐다. 어린이집에서 누가 겨울왕국 얘기를 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이 <겨울왕국>이 뭐냐고 물어봤고,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에 있는 겨울왕국을 살짝 보여줬는데, 대번에 꽂혀버렸다. 이건 거의 눈이 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Let It Go”와 “다 잊어”를 거의 무한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계속 보여 달라고 한다. 그렇게 장면을 하나하나 익히는가 싶더니, 이제는 그 장면을 흥얼거리며 따라하기를 무한반복, 엘사왕관과 엘사 망토같은걸 해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머리를 엘사 헤어스타일의 머리로 묶어달라고 조르고 또 조른다. 틈날 때 마다 겨울왕국 따라하기가 하나의 놀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연히 겨울왕국 엘사 공주 드레스고, 칫솔, 숟가락, 젓가락 같은 생활용품도 겨울왕국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만화영화 뽀로로 LP Vinyl
뽀로로 이후 거의 최강중독수준이다. 왜 딸 가진 아빠들이 겨울왕국 얘기를 그렇게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데, 저 만화영화 주제가 아톰 쟈켓을 보면서 쌩뚱맞은 생각이 든다. 뽀로로 음악이나 우리 딸이 보는 만화 주제곡들을 LP로 찍으면 정말 대박 나지 않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에 이르렀다.
생각만 해도 뽀로로 LP 흥분되지 않나? 2LP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고 캐릭터들 사진을 이너슬리브에 넣어도 좋고 해설지에 캐릭터 스티커까지 넣어준다면 불티나게 팔릴텐데, 알판은 픽쳐디스크로 만들고, 형형색색 애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제작하고, 뽀로로 공연장에서도 판매하고 별별 망상을 다 하게 된다그래서 <겨울왕국>은 혹시 하는 마음에 검색했더니, “와우! 역시 디즈니에서는 LP로 발매했네, 픽쳐디스크까지 역시 디즈니다.”
정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절로 난다. “와~!! 이 정도면 내가 봐도 중증인데, 그래도 판매량은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까? 굿즈 개념인데 요즘 별별 LP들이 다 찍혀 나오는데, 뽀로로 500장 한정발매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도 미친 듯이 붙어 없어서 못 구할 것 같은데…. 이미 디즈니에서는 겨울왕국 LP도 있지 않은가?”
뽀로로 LP 발매 제안서를 한번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