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영 & 연석원 Story

문지영 & 연석원 Story. 2020년 <Funky Coup>이란 가요 컴필레이션 앨범을 LP(Vinyl)로 구입한 적이 있다. 어느 한 곡 버릴만한 곡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앨범은 첫 번째 시리즈로 1973년부터 1980년대 발표된 소울, 펑키 트랙을 한 데 모은 최초의 기획 음반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이었지만 브라운관과 댄스플로어를 뜨겁게 달궜던 흑인 소울과 펑키, 디스코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앨범이 가장 특이한 점은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디바들의 히트곡이 아닌 덜 알려진 희귀 음원들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레어그루브 트랙들만 모아놓았는데 생소한 가수들도 많지만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도 노래는 대부분 처음 듣는 노래들이었다. 그럼에도 전 트랙이 모두 좋아서 깜짝 놀랐고 그 시절에 이런 감성과 연주력, 사운드에 감탄하며 들었다. 그중에 문지영의 “연애작전”이란 곡이 한 곡 있었는데 문지영이란 이름도 이 앨범에서 처음 들었지만 이 곡을 만든 장본인이 연석원 임을 알게 됐다. 문지영과 연석원 에 대해 알아본다. 

사실 <Funky Coup> 앨범에서 처음 이름을 접했다. 목소리가 개성 있고 귀에 쏙 들어오는 음색을 지녔다. 목소리로 나이를 유추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적어도 앨범커버는 어려보이지만 목소리는 연륜이 묻어나는 보이스를 지녔다.

이 앨범이 문지영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앨범이다. <Funky Coup>에 수록된 노래는 “연애작전”이란 곡이었다. 이 곡은 작곡-편곡가였던 연석원의 작품으로 서라벌레코드르르 통해 1979년에 발매된 앨범이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해서 문지영의 독집이 아닌 스플릿앨범에 더 가까웠다. 총 열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문지영이 부른 노래가 다섯 곡이고 연석원 자신의 솔로앨범과 이전에 재적했던 밴드 까치소리를 통해 발표된 노래가 다섯 곡씩 수록되어 있다.

음반에는 70년대 펑크 가요팬들에게 새롭게 발굴되어 재조명받은 트랙 “연애작전”이 타이틀로 수록되어 있고 블루지한 애시드 기타가 주도하는 “겨울나무” 재즈 스타일의 “종착역”이 수록돼 있다. 재즈 기반의 퓨전재즈와 뉴에이지 음반을 발표한 연석원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사랑이 오고 갈 때”의 연주곡 버전이 실려 있고 1975년 까치소리가 발표한 펑키싸이키델릭 연주곡 “변함없는 마음”을 수록해 놓았다. 

연석원은 1949년 북한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중 가족이 남한으로 피난해 인천에서 자랐다. 1969년에는 인천 출신의 음악가 김명길을 만나 소울 밴드 ‘데빌스’를 결성해 미8군에서 음악활동을 했다. 당시 데블스는 각종 음악 경연대회와 클럽씬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데블스 데뷔 앨범을 발표한 직후 군입대를 하게 되면서 더 이상 밴드활동을 할 수 없었다. 군 전역 후 소울음악과 라틴음악을 혼합한 록 밴드인 ‘연석원과 까치소리(Outsider)’를 결성하고 1975년 딱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이후 신병하의 재즈 록, 디스코 유닛인 포시즌스(Four Seasons)에 합류하며 솔로 앨범 작업과 편곡자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자신의 솔로 데뷔 <어부>를 발표하는데 고향에서 어부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은 콘셉트 앨범이었다. 당시 서라벌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작곡과 편곡작업을 하게 되는데 당시 여성싱어들 윤시내, 문지영과 같은 소울펑크 가수뿐만 아니라 포크 가수 정태춘과 같은 다양한 가수들과 작곡-편곡자로 활동을 이어갔다. 

1982년 국내 가요계에서 작곡가-편곡가로서의 유망한 경력을 뒤로하고 더 큰 음악 세계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이후 5년간 하와이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현지 공연도 이어가다1986년 한국으로 돌아온다. 세계시장에서 보고 배운 음악적 범위는 수많은 주목할 만한 가요 앨범들에서 잘 표현되었고, 연석원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다.

인순이, 이은하, 김완선, 김범룡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작업을 이어갔고 특히 실내악의 요소를 가미한 발라드뿐만 아니라 뉴웨이브의 영향을 받은 디스코 곡을 편곡하는 데 있어서도 최고의 재능을 보여줬다. 또 연석원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의 스코어 작곡가로 다작 활동을 이어갔다. 

1990년, 연석원은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크리에이션(Creation)’이라는 음악 크루를 설립했다. 이 시기 연석원은 재즈 기반 퓨전, 뉴에이지 앨범들을 발표한다. 1991년 오아시스 레코드와 작업을 이어가는데 <어부>이후 10년 만에 솔로 앨범 <인어>를 발표하고, 신효범의 재즈 중심의 가요 앨범 <재즈: 나들이>. 편곡자로도 활동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력의 점정을 찍었던건 이문세와 김광석의 히트곡에 참여하면서다. 2000년대 이후, 연석원은 주로 드라마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연석원은 다채로운 음악들을 선보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70년대 소울음악과 록 밴드에서 시작한 후 독특한 음악적 여정은 디스코와 뉴웨이브를 거쳐 가요에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음악적 비전을 보여줬다. 연석원의 손길을 거쳐 7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보석 같은 다양한 가요 히트곡과 악보를 남겼다.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의 역할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예전에는 흔하지 않다보니 연석원의 존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이력은 음악필드에서 직접 활동했던 관계자들은 알려진 존재이자 인물이었지만 대중들은 그의 이름이 생소한 편이다. 그의 솔로앨범과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된 노래들은 뒤늦게 평가를 받게 된 경우가 많다. 일부 마니아와 가요 애호가, 컬렉터들에게 알려지면서 시대를 앞선 편곡과 신비로운 음악가로 남아있다. 뒤늦게 그의 앨범들이 재발매되고 이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때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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