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lighting(블루문특급) OST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나 스타들의 부고소식과 나이든 모습에서 세월의 덧없음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얼마 전 기사하나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었다. 미국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실어증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했다는 기사였다. 건강상 문제를 겪었고 실어증 진단을 받아서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쳤는데 영화 촬영 중에 대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돌이켜 보면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즐거워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위험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모습의 그였지만 건강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Moonlighting 블루문 특급을 혹시 기억하는지?

1970년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브루스 윌리스는 1980년대 TV 드라마 ‘블루문 특급’으로 이름을 알렸고 1987년 ‘다이하드’에서 존 맥클레인 역으로 세계적인 액션스타로 부상했었다. ‘제5원소’,‘아마겟돈’,‘식스 센스’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며 그의 출연작만 110편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다작을 했던 배우이기도 하다. 수많은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했던 브루스 윌리스를 떠올리며 추억속의 OST 한편을 소개할까 한다. 그런데 고른 작품이 그 많은 영화 OST를 다 제치고 TV드라마 OST다.

80년대 후반부터 외화라고 불리는 미드들이 큰 사랑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맥가이버, 에어울프, 아이언맨, 머나먼정글, A특공대, V, 레밍턴스틸 등등 정말 추억 속의 미드 중에 유독 오래오래 기억 남는 미드가 한 편 있었는데, 그게 바로 “블루문특급”이란 제목으로 KBS에서 밤 10시대에 방송했던 미드였다.

원제는 “Moonlighting”으로 미국ABC가 제작한 드라마였고 주연은 다이하드로 급부상했던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셰퍼드가 주연을 맡은 탐정물이었다. 드라마 스토리는 여주인공과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에피소드들이 매회 펼쳐졌었고, 무엇보다 오프닝타이틀 주제곡 Al Jarreau – Moonlighting이 너무 좋았다.

당시 초등학생이 듣기에도 얼마나 좋았는지 그 주제곡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꿈나라에 들어야 하던 시절로 드라마 시작 전에 잠 들거나 늘 앞부분만 보다 잠 들곤 했었다. 사실 드라마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 주제곡만은 너무 좋았다. 지금 들어도 너무 세련된 곡으로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에 가까운 곡이라 하겠다.

어린 나이에 동네 음악사들을 다 돌아다니며 이 노래를 찾았지만, 당시 레코드점 주인들은 이 꼬마가 뭘 찾는지 몰랐고, 당연히 그 곡은 라이센스으로도 수입도 되지 않아 찾을 길이 막막했었다. 심지어 이 곡을 부른 가수도, 노래 제목도 알지 못했고 단지 블루문특급의 주제곡인 것만 확실했었다. 너무 듣고 싶은데 방법은 없고, 당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기에 이르렀다. 방송시간이 되어 TV볼륨을 높이고 카세트데크 녹음버튼을 누르고 TV 스피커에 가깝게 들이대고 녹음을 했는데 문제는 전곡이 아닌 앞부분만 노래가 조금 나오다 광고로 넘어가서 1절까지도 채 녹음을 하지 못했다. 그것도 TV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녹음한지라 음질은 얼마나 열악했겠는가? 그럼에도 그 노래가 너무 좋아 그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그 곡을 어떻게든 찾고 싶어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도 보내고 혹시 나오면 녹음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놨지만 끝내 찾지 못했었다. 그 뒤 KBS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여러 차례 했지만, 가수와 노래의 제목은 끝끝내 알아내지는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90년대 중반 대학생이 됐을 무렵 CD가 LP를 밀어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수많은 앨범들이 CD로 찍혔고, 수입CD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즐겨가던 음반매장에서 블루문특급의 주인공 두 명의 사진이 붙은 앨범을 하나 발견했고 그렇게 애타게 찾던 블루문특급의 OST를 드디어 찾았다.

원제는 Moonlighting이었고 주제곡은 부른 가수는 Al Jarreau 였다. Al Jarreau는 최고의 남성 재즈보컬리스트이자 스캣을 누구보다 잘 구사하던 인물이다. 멋진 보이스로 불러진 이 곡은 언제 어떤 순간에 들어도 날 초등학교 시절로 데려다 준다.

진짜 첩첩산중에서 산삼이라도 캔 듯이 기뻤고 그 앨범을 질리고 질릴 때까지 듣고 또 듣고 아껴 듣고, 틈나면 듣고, 생각나면 듣곤 했었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훌쩍 지나 코찔찔이 초등학생은 40대 후반 아재가 됐고, 얼마 전 중고사이트에서 이 앨범을 레코드판 LP로 캐냈다. 그것도 상태가 너무 좋은 음반으로 득템을 했다. 마치 어머 어마한 물건을 경매에서 낙찰 받은 것처럼 내 손에 쥐어졌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짜릿함이 좌심방 좌심실을 두드렸다.

사실 이 앨범은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모든 곡이 다 좋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선곡리스트를 자랑한다. 남녀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셰퍼드가 극중에 불렀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는 고전 넘버인 <Good Lovin’>을 경쾌하게 불러준다. 실제로 브루스 윌리스는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했었다. 여주인공 시빌 셰퍼드는 마치 흑백영화에 등장하는 재즈가수처럼 두 곡을 레코딩해서 들려준다. 바로 <I Tola Ya I Love You, Now Get Out!>,<Blue Moon>이란 고전 재즈넘버들을 소화해 줬다.

이 외에도 Percy Sledge 의 알앤비 고전 <When A Man Loves A Woman>, 록앤롤 가수 Chubby Checker의 <Limbo Rock>, Isley Brothers <This Old Heart Of Mine>, Billie Holiday <Stormy Weather>, Linda Ronstadt <Someone To Watch Over Me>, Bob James And David Sanborn <Since I Fell For You> 어느 한 곡 버릴 곡이 없을 만큼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한다.

혹시 이 앨범이 보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잽싸게 집어 들어라!!

멋진 선곡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음악 한 곡이지만 이 앨범으로 인해 겹겹이 쌓인 추억과 마주 앉게 해주는 마법을 부린다. 마지막으로 브루스 윌리스가 건강하길 기원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