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신작영화 <밀수>를 보고 왔다. 영화 감상후기와 영화 OST를 작성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 영화 감상후기와 OST를 나눠서 올려야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난 뒤 극장문을 나설 때 곱씹게 되는 영화들이 있고 할 말이 많은 영화가 좋다. <밀수>는 그런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다. 흔한 액션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웰메이드 액션영화가 탄생했는데 결국 멱살을 잡고 끌고 가고 있는 것은 70년대 음악이더라. 영화 밀수 후기.
기본스토리와 예고편 – 밀수 후기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가상의 도시 군천이란 곳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질을 못하게 된 해녀들이 먹고 살기 위해 밀수의 세계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 음모와 배신이 깃들고, 전국구 밀수왕도 군천에 뛰어들고 판이 커진 밀수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기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는 내용이 시놉시스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카피는 덤이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류승완 감독 영화치고는 기대감이 별로였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정수, 고민시 출연진도 화려한데 스토리가 확 땡기지 않았다. 예고편을 봤을 때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이 화려할 것 같지도 않고 밀수라고 대놓고 물속에서 밀수품을 끌어 올려서 벌어지는 일인데 과연 뭘 보여줄게 있을까? 감독, 출연진은 믿고 볼 의향이 충분한데 스토리가 땡기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류승완인데라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았다.
초반의 플롯을 쌓아 올라가는 밑밥까는 단계의 지루함이 살짝 있지만, 이 부분만 지나고 영화 끝날 때까지 그대로 밀어붙인다. 한마디로 재밌다. 배우들의 합이 최고고 액션 시원하고 우려했던 부분이 말끔이 해소된다.
캐릭터와 배우들 합은?
배우 중에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연기 끝내주게 잘한다. 특히 박정민은 이 작품에서 연기를 너무 잘했다. 박정민이 맡았던 장도리역은 캐릭터상 극중 변화가 가장 큰데 어리숙한 밉상부터 코믹하지만 못돼 쳐먹은 양아치역은 천연덕스럽게 잘 해낸다. 극이 왁자지껄 어수선하고 만화적인 측면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런 캐릭터를 박정민이 잘 소화해내고 코믹한 연기 또한 물 만난 느낌이다.
특히 박정민은 왁자지껄 어수선하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자면 고민시 역시 다시 보게 된 배우다. 김혜수, 염정아와의 케미가 많은데 전혀 꿀리지 않는다. 오히려 둘보다 자기 옷을 입은 어린 마담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리고 김종수 또한 이중성을 지닌 캐릭터로 너무 능글맞게 잘 소화해 주며 확실히 연기 면에서는 어디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그리고 조인성의 오른팔역을 맡은 안대한 정도원이 새로운 씬스틸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반부 호텔액션씬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다 할 대사 하나 없지만, 안대를 하고 조인성 옆에 서있는 자체가 위압감이 들 정도였는데 실제로 호텔에서의 강도 높은 액션씬의 절반이상을 소화하면서 조인성을 보조하는 확실한 캐릭터로 남는다. 물론 잘생긴 조인성이 긴 기럭지와 호텔액션씬에서 멋짐을 보여주지만 영화가 끝나도 안대캐릭터는 선명하게 깊은 인상을 남는다.
반면, 조인성은 캐릭터롤이 적은 편이라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등장하는 씬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남긴다. 극의 초반과 후반을 잇는 중요 캐릭터로 극중 자기 역할은 충실하게 해낸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은 김혜수, 염정아 해녀로 등장하는데 리얼리티와 해녀캐릭터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 그냥 하얗고 이쁘다 해녀면 조금 해에 그을릴 법도 한데 배우의 외모가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보다 앞서간다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 또, 김혜수의 연기를 두고 연기같은 연기라는 평도 있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즐기기에 눈에 거슬리거나 티가 너무 나지 않고 극의 흐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류승완의 액션은?
액션은 한국범죄영화 중에 아주 깔끔하다. 류승완은 기본적으로 액션영화감독이다. 자기 장기를 확실히 잘 살렸다. 크게 두 번의 액션씬 호텔액션과 수중액션은 최고다. 첫 번째 호텔에서의 액션씬은 정말 잘 찍었다. 인상적이고 액션씬의 합도 좋아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그리고 마지막 해녀 수중액션씬은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액션을 완성해냈다. 솔직히 물속에서 액션을 해봤자 느리고 얼마나 잘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수중안무가 직접 참여해 만들어 낸 액션은 정말 창조적이고 신선했다. 허를 찔린 느낌이고 이렇게 긴장감을 잘 유지하며 해녀들이 펼친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다. 류승완에게 기대했던 액션씬을 기대이상으로 잘 보여줬다.
류승완 감독이 대작영화들 흥행에 성공을 거둔 영화에서는 힘을 주고 찍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밀수는 무게감을 줄였다. 그동안 류승완스러운 가이리치, 퀸틴 타란티노의 영향을 받은 충무로 액션키드의 모습이 잘 살아있어 예전 류승완 감독의 초기작들의 맛이 느껴진다. 예로 ‘다찌마라리’, ‘작패’ 같은 자기 개성이 강한 영화들이 얼핏얼핏 떠오른다.
재미있는 것이 짝패같은 자기 개성이 강한 영화는 흥행 면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오히려 힘을 빼고 찍은 영화는 흥행했다.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 같은 대작스타일은 성공을 거둔 아이러니가 있다. 또 흥행작들은 류승완 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잘 안 보이는 반면 이번 밀수에서는 감독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드디어 대중성과의 접점을 잘 찾았다고 본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감독의 초기작 전도연, 이혜영 주연의 ‘피도 눈물도 없이’ 와 ‘짝패’의 설정들을 가져온 것 같은 비슷한 면이 있다. 전도연, 이혜영의 여성범죄액션 영화에서 보여준 여성연대가 김혜수와 염정아의 모습이 겹쳐 보이고 짝패의 악역 이범수가 보여준 캐릭터가 밀수에서는 박정민이 보여준다. 짝패의 배경도 가상의 시골도시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이권, 배신과 음모의 갱스터 영화같은 면이 밀수에서는 장소만 바닷가 시골마을로 바뀐 것 같다. 앞선 영화들에서 보여준 배신의 배신과 그 반전이 밝혀지는 스토리도 비슷하다.
사실 이런 복수극의 끝은 제대로 악당이 벌 받는 영화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는 통쾌하다. 여름 한국영화로 오락영화로도 최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