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OST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 배경을 알면 더 재미있고 음악 또한 그 당시의 음악들을 적재적소에 박아버렸다. 음악감독으로 장기하가 맡은 선곡들과 스코어들이 그 시대를 잘 대변했다. 사실 사용된 노래들이 최헌, 한대수, 김추자, 김정미, 산울림, 신중현 노래들인데 이 노래가 너무나 압도적이다. 밀수 OST 알아본다.

밀수 OST 전체적인 선곡은?

영화 초반에는 70년대 노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영화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신선했고 기존 노래를 참 잘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중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금 남발한 경향이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전반적으로 너무 좋은데 좋은 것들만 계속 나오면 좋은게 마냥 좋은게 아닌 식상해지는 것처럼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지 아예 꽝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퀸틴 타란티노감독의 영화는 OST음악들이 인상적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단, 타란티노감독은 시대상관 없이 본인이 쓰고 싶은 음악들을 훌륭하게 펼쳐놓는 재능이 뛰어나다. 헐리우드 영화들이 음악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류승완감독 역시 예의주시 하지 않았을까? 최근 액션영화들의 영화선곡은 허를 찌르고 SF영화에서조차 시대불문 올드팝을 잘 쓰고 있다. 가오겔 시리즈가 얼핏 떠올랐고, 베이비드라이브, 크루엘라, Nobody 같은 영화들에서는 인상 깊은 OST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어쩌면 결은 디즈니에서 제작한 크루엘라와 액션영화 노바디가 밀수와 닮았다. 영화가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영화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그것도 60-70년대 올드팝들이 넘쳐난다. 밀수도 이 길을 따르는 듯하다. 

음악감독 장기하

밀수는 이미 시나리오 상에 사용될 음악이 선곡되어 있었다고 한다. 배우들조차도 주요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을 들으며 연기에 몰입했다고 하니 장면 하나하나 음악 한곡한곡 깔맞춤이 아닐수 없겠다.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발탁되어 작업했다고 알려졌는데 류승완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레트로 사운드, 장기하 음악의 뿌리가 70년대에 깊숙이 발을 딛고 있어 더 없이 찰떡궁합이며 작품의 개성과 장기하의 색깔이 완벽히 어울린 것 같다. 스코어 중에 긴박한 느낌의 곡에서는 예전 수사반장 음악의 느낌이 살짝 나기도 하며 70년대 흑인범죄영화 [샤프트(Shaft)]의 메인테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곡은 아이작 헤이즈(Issac Hayes)가 만들었고 와우기타의 기타리프와 쫄깃한 리듬이 넘실거린다. 다른 70년대 노래 선곡들에 가려져있는 느낌이지만 이 연주곡 또한 귓가에 계속 맴돈다. OST가 발매되면 필청곡이고 이 외에도 장기하가 직접 작곡한 연주곡들도 영화전체를 알차게 만족스러운 사운드로 채우고 있다. 

밀수 OST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곡이 흘러나왔나? 

  • 최헌 – 앵두

첫 장면부터 울려 퍼지는 곡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물질을 위해 배가 출발하면서 이 곡이 쓰이는데 가사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관통한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구름 속의 태양은 아니겠지요.’  김혜수, 엄정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노래로 설정됐다. 심지어 영화초반 큰 사고를 당한 염정아가 흥얼거리던 이 노래는 각자 다른 곳에서 김혜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노래 하나로 복선도 깔고 둘 사이의 갈등과 관계를 드러내는 곡으로 적절하게 사용됐다.

  • 한대수 – 하루 아침

최헌의 앵두가 끝나고 물질이 끝나 항구에 도착한 해녀들이 물질로 건져온 해산물들이 인근 공장 때문에 못 쓰게 된걸 보면서 한탄할 때 김혜수가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자는 대목에 흘러나온다. 인상적인 것이 항구배경으로 흘렀던 이 노래는 자연스럽게 선술집 라디오로 옮겨와 흘러나오고 있다. 이때는 선장을 설득하는 브로커가 선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 김트리오 – 연안부두

밀수 이후 해녀들의 생활이 바뀌는 모습들이 분활화면으로 나올 때 바로 이 노래가 쓰였다. 돈이 들어오고 옷을 사입고 나이트클럽에가고 항구의 분위기가 바뀌고 해녀들의 좋은 시절을 표현하기 아주 적절하게 쓰인 노래다. 노래가사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라는 대목은 해녀들의 마음이 설레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 펄시스터스, 신중현 – 님아

영화 속 시간이 3년이 지나고, 해녀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며, 염정아는 감옥출소후 더욱 어려워진 해녀들을 챙기며 근근이 살고 있다. 여기에 어린 마담이 된 고민시가 뉴-종로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다방은 극을 주요배경이 되는 장소다. 이 다방에서 펄시스터즈의 님아가 흘러나온다. 신중현의 연주곡 버전의 ‘님아’는 영화 스코어같이 쫙 달라붙는다. 김혜수와 조인성이 배위에서 건배하는 장면에서 나왔던 노래였다.

  • 김추자 – 무인도

이 노래는 두 번 나오는데, 염정아가 교도소에 있을 때 한번, 영화 클라이막스 수중해녀액션씬이 끝나고 마무리되고 배가 돌아올 때 흘러나오는 선곡이다. 교도소에서는 노래 앞부분 ‘파도여 슬퍼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로 시작하는 울분과 고독감을 나타내기에 적절했다면 엔딩씬에 쓰인 무인도는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풀린다는 의미에서 무인도의 중반 곡이 전환되는 부분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이 부분이 더욱 강조된 느낌이다. 영화의 가장 시원한 장면이자 악행을 행한 이들을 처단하고 3억어치 다이아몬드와 금괴를 든 가방을 쟁취한 후 배를 돌려 돌아오는 거의 마지막 장면에 쓰였다.

  • 나미와 머슴아들 – 미운 정 고운정, 행복 / 이은하 – 밤차

밀수에는 나이트클럽장면이 몇 차례 등장한다. 밀수이후 해녀들이 돈을 벌고 무도회장을 방문해 즐기는 장면으로 처음등장하고 이때 흘렀던 노래가 나미와 머슴아들의 노래들이다. 그리고 중간에 다시 돌아온 김혜수가 장돌이와 작당모의하며 양주를 마시는 장소 역시 나이트클럽이다. 이때도 나이트클럽내에 흘렀던 노래도 나미 노래였다. 그리고 후반부 행복한 결말을 대놓고 드러낸 장면에서 이은하 – ‘밤차’가 나이트클럽에서 흘러나왔다. 실제로 밴드가 모든 곡들을 연주하는 장면이 영화속에 등장하는데 예전 나이트클럽에서 밴드가 직접 모든곡들을 연주하는데 나름 고증을 잘 살린 것 같다. 극중 무대에서 노래부른 가수는 ‘미스트롯2’의 하이량이 섭외됐다. 

  • 송대관 – 해뜰날

밀수꾼들이 각종 밀수품들을 몸에 붙이고 몰래 숨겨오고, 세관원들은 이런 밀수꾼을 수색하고 현장에서 체포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때 이 노래가 쓰인다. 그 시대의 분위기와 밀수꾼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 선곡이 아닐까? 

  • 김정미 – 바람

사실 이 노래는 영화속에서는 괜찮은 선곡이었을지 몰라도, 고증은 아리송하다. 신중현이 만든 노래로 김정미가 1973년에 발표된 노래인데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은 아니었다. 이후 대마초파동으로 김정미의 NOW앨범은 거의 파기되기에 이르렀는데 후에 초반은 남아있는 경우가 없어 초고가의 희귀앨범으로 등극하며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앨범이 김정미의 앨범들이었다. 그런데 다방에서 이런 노래가 나왔을리 없다는게 내 생각이지만, 선곡만은 훌륭하다. 김혜수가 다시 돌아와 다방부터 찾아오는데 이때 흘렀던 노래다. 

  • 김추자 –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조인성의 주제곡이기도 하다. 설정자체가 월남에서 돌아온 권상사는 전국구 밀수왕이 됐고, 감독이 조인성을 염두해 두고 첫 등장씬부터 임팩트있게 만들고 싶어하는게 느껴진다. 카메라는 의자에 걸터앉은 조인성을 긴 다리부터 찍어 올라간다. 그리고 얼굴을 보여주는 씬에서는 오글거리기까지 했다. 물론 여성팬들은 소리를 질렀겠지만, 김추자 노래가 나오는 씬은 미군과 PX에서 양담배를 포함한 이것저것 밀수하는 장면에서부터 전화통화하는씬까지 흘러나온다.  

  • 산울림 –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역시 조인성을 위한 장면이자 극적인 액션씬 첫 번째 호텔액션에 쓰인 노래다. 두 명이 몇 십 명을 상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인성의 안대한 오른팔 정도원이 복도에서 일당들과 인상 깊은 액션을 보여주는 동안 조인성이 김혜수를 화장실에 대피시키고 눈빛이 바뀌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얼핏 슬로우모션을 걸어서 멋짐폭발 준비됐어를 장착하고 조인성이 출격하는데 바로 이때 베이스 리듬이 둥둥둥둥 깔리며 화려한 칼부림과 얼음송곳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의 긴장감과 긴박한 상황을 고조시키는 곡으로 극중 임팩트 강한 선곡이라 하겠다.

  • 박경희 –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에 김혜수가 복도를 향수를 뿌리며 복도를 걸을 때 흘러나온다. 어쩌면 김혜수를 잘 대변하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갈 곳도 없이 떠나야 하는가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는데 꿈길을 가듯 나홀로 떠나네~” 이 가사는 김혜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영화의 시작을 최헌의 “앵두”가 열었다면 마지막은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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