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토(Batteaux) Story

수많은 가수와 그룹들이 앨범 한 장을 발표하기 얼마나 힘들고 그 앨범이 대중들에게 들려지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노고와 난관이 있었을까? 앨범발표 당시에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룹이 해체하고 활동을 접은 후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뒤늦게 재평가가 이뤄지는 경우도 흔하다. 메인스트림 씬과는 거리를 둔 앨범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당시 방송에서라도 흘러나왔다면 충분히 알려졌겠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가수나 밴드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일작이란 타이틀을 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앨범이 재발매되기도 한다. 바토(Batteaux)라는 그룹이 그렇다. 좋은 노래와 좋은 앨범은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알려진다. Batteaux Story.

요트록(Yacht Rock)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있다.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West Coast Sound) 또는 AOR이라고도 불리고 라이트 멜로우(Light Mellow) 등등 다양하게 불리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소프트 록(Soft Rock)과 관련된 광범위한 음악 스타일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간 장르라고 보면 된다. Soft Rock – AOR – West Coast Sound – Yacht Rock 순으로 하위 카테고리를 차지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사랑받았던 장르로 부드러운 소울 음악, 스무드 재즈(Smooth Jazz), R&B 및 디스코와 같은 소스를 활용한 고품질의 프로덕션과 깨끗한 보컬,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달달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이 음악 스타일이 당시 버블경제로 떠오르던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티팝(City Pop)이란 하나의 조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사실 요트록(Yacht Rock)은 남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보트 타기와 여가활동과 이미지 자체가 요트를 타고 바다를 나갈 때 배경으로 쓰이기 좋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 홀앤오츠(Hall & Oates), 두비 브라더스(Doobie Brothers), Steely Dan(스틸리 댄), 마이클 맥도날드(Michael McDonld), 보즈 스캑스(Boz Scaggs), 토토(Toto), 슈퍼트램프(Supertramp)등을 에둘러 포함시키기도 한다.

요트자체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다 보니 엘리트 음악, 부자들이 듣는 음악으로 인식됐는데 요트록(Yacht Rock)과 관련된 LA기반의 스튜디오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이 대거 이런 경향에 뛰어들었고, 음악적 특징이라면 재즈와 R&B의 영향이 매우 강하며, 전자피아노 또는 신디사이저 활용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를 무엇보다 꼽는다. 이런 요트록(Yacht Rock)과 관련해 그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 가능한 앨범이 한 장 있는데 그게 바로 소개할 바토(Batteaux)라는 팀이다.

바토(Batteaux)는 보스턴 출신의 형제 로빈과 데이빗 바토(Robin & David Batteau)로 구성된 듀오로 1973년에 발표한 앨범이 유일하다. 사실 이 앨범은 시대를 초월한 앨범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데 왜 그들이 더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화려한 프로듀싱과 그 시대 거장들의 세션 참여는 정말 잘 만들어진 멜로디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반짝이는 AOR 분위기와 햇살 가득한 보컬 스타일까지 재평가는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 앨범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70년대 중후반과 80년대 웨스트 코스트에서 발생한 AOR, 요트록(Yacht Rock)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장르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바토(Batteaux)라는 팀이 이미 앞서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 음반의 기본성향은 포크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언더그라운드 포크 펑크(Underground Folk Funk)에 조금 더 가깝다.

미국에서 포크 음악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단연 그리니치 빌리지를 꼽고 있다. 가장 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이곳에서 활동했고 이곳을 기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리니치 빌리지와 큰 관계없이 독자적인 양질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준 계보가 명확하게 존재했다. 캘리포니아는 중심으로 미서부에서 발달하며 웨스트 코스트라고 명명되기 시작한 음악을 꼽을 수 있다. 바투(Batteaux) 형제의 유일한 앨범은 블루아이드소울(Blue Eyed Soul)과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West Coast Sound)의 컨트리 록(Country Rock)의 완벽한 혼합물이었다. 전체적으로 특이한 길을 걷고 있는 작품이며 그 특별한 선구자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씬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누드로 돌고래와 유영하는 두 형제의 모습과 눈이 쨍할 정도로 파란 재킷이 눈에 확 들어온다. 파란색의 이색적인 쟈켓과 그 안에 담겨있는 음악은 포크 음악 같기도 하지만 분명 당시 유행한 포크와는 성향 자체가 달랐다.

이런 앨범의 특성은 바토 형제의 훌륭한 작곡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가 두 명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시 업계에서 꽤 알려진 프로듀서들인데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닐 영(Neil Young)의 음반을 제작했던 거물급 프로듀서인 헨리 루이(Henry Lewy)와 스무드 재즈계열의 프로듀서로 성공한 스튜어트 앨런 러브(Stewart Alan Love)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사실 둘은 가는 길이 달랐지만 둘의 콜라보가 이런 앨범을 만들어 냈다. 또, 세션 뮤지션들도 당시 한 가닥 했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톰 스콧(Tom Scott), 존 게린(John Guerin)같은 L.A. 익스프레스(L.A. Express)의 아티스트들과 슬라이앤더 패밀리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앤디 뉴마크(Andy Newmark)도 연주에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트랙 “Tell Her She’s Loverly”가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고 단박에 멜로디와 사운드에 빠져든다. 이 곡은 정말로 히트했어야 할 트랙으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너무나 기분좋게 만드는 곡이다. 사실 이 노래는 라틴 펑키 밴드 엘 찌까노(El Chicano)의 노래를 커버했는데 어쿠스틱 악기들의 쾌청함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Living’s Worth Loving”은 포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곡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만한 트랙으로 약간은 분위기 있는 발라드곡이다. 사실 이 두 곡을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고 자주 플레이한다.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댄 포겔버그(Dan Fogelberg)를 연상시키는 “Wake Me In The Morning”은 흥겨운 우아함과 매혹적인 하모니를 선보인다. 아련하고 신비로운 바이올린 흥겨운 선율이 춤추는 “Lady Of The Lake” 또한 묘한 중독성을 띄고 있다. 또, 폴리 리듬과 이국적인 악기들이 동원된 “Dig Up The Love” 역시 동시대 브라질의 대중음악(MPB)를 연상시키는 매우 훌륭한 트랙이다. 바이올린의 스타카토로 시작하는 프리 소울 넘버 ‘Mirror’도 어디에서 듣지 못한 신선함을 선사하는데 앨범 전체에 이들의 상상력과 서정미가 넘실거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히쓰 마르티네즈(Hirth Martnez)부터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까지 동시대의 부드럽고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던 뮤지션들의 족적이 연상되는 우수한 포크 트랙과 그루비한 어쿠스틱 소울튠들이 황금비율로 담겨있는 이 앨범은 그런 작품이다.

바토(Batteaux)형제는 그룹을 해산한 뒤에도 각자 음악의 길을 계속한다. 데이빗 바토는 솔로와 뉴웨이브 밴드 노모(Nomo)로 활동했고 도나 서머(Donna Summer), 마이클 셈벨로(Michael Sembello)에게 자신의 곡을 제공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로빈은 데이빗 버스킨(David Buskin)과 함께 듀오로 음악 생활을 이어갔고 이후 광고 음악 쪽에 진출했다. 방송용 음악들 예로 광고음악과 영상을 위한 음악을 징글(Jingle)이라고 부르는데 이쪽에서도 큰 두각을 드러냈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노래한 AT&T 광고로 미국 인기 작곡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다른 듀오인 콤튼과 바토(Compton & Batteau)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앨범의 가치는 분명 시대를 앞서있었다. 당시 블루스에 기반한 곡들이 씬을 지배하던 시기에 보편적인 서정성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리드미컬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음악은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 단절된 미싱 링크(Missing Link)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팝 역사의 70년대는 정말 특별하다. 봄이 되면 지천의 수없이 많은 꽃이 개화하듯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고 수많은 음악적 실험들이 이뤄진 시기였다. 그만큼 다양한 음악이 쏟아져 나왔고 이런 1970년대를 헤집어봐도 이 앨범은 시대를 앞서 있었고 당시와는 살짝 옆으로 빗겨서 있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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