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강원도에서는 메밀을 많이 재배했는데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 화전민들이 3-4년 화전을 해서 땅이 척박해지면 메밀씨를 뿌려 키웠다. 화전민들이 끼니를 때우려고 마구 뽑은 거친 국수라고 하여 막국수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물론 이와 관련된 설들은 많다. 메밀하면 강원도고 그중에서도 봉평을 빼면 섭섭하다. 봉평 막국수집 미가연을 다녀왔다. 막국수.
막국수의 유래는?
기본적으로 막국수는 메밀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군 다음 동치미국물이나 육수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냉면과 비슷해서 냉면집에서 막국수도 같이 내놓는 경우도 많다. 막국수는 강원도에서도 춘천, 봉평, 강릉이 유명하다. 메밀을 껍질을 거르지 않고 거칠게 갈아 면을 뽑은 것에서 비롯된 접두사 막을 붙여 막국수가 됐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막국수는 강원도 사람들만 아는 음식이었다.
메밀은 ‘루틴’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지방간, 당뇨, 고혈압등에 좋다. 메밀은 차로도 즐겨 먹는 편인데 메밀차도 좋지만 메밀소바나 막국수가 제격이다.
강원도 봉평에 가면 막국수는 꼭 먹어야 한다.
강릉은 특히 동치미 막국수가 유명한 편이고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듯이 메밀밭이 넓게 자리 잡고 있어 봉평에 가면 무조건 막국수는 먹고 와야 한다. 덤으로 메밀전병, 메밀전도 같이 먹어줘야 한다.
막국수의 면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은 메밀과 전분을 이대팔같은 비율로 섞기 마련이다. 강릉이나 춘천은 메밀함량이 집집마다 다르고 면발을 뽑는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런데 메밀로 유명한 봉평에서는 100% 메밀가루 반죽으로 누른 순면 사리가 유명한데, 이러면 찰기가 없어져 면발이 뚝뚝 끊길 정도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이 메밀도 쓴메밀과 단메밀이 있는데 쓴메밀의 함량이 높으면 텁텁한 맛이 더해지는 점이 이색적이다.
봉평 막국수 맛집 : 미가연
봉평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미가연”이라는 막국수집이 있다. 여름이나 휴가철에는 웨이팅이 너무 길고, 봉평오면 꼭 먹어야한다고 입소문이 나 있는 집이다.
여름에 몇차례 방문했지만 긴 줄에 기다리는것이 싫어 다른 메뉴를 선택했는데, 10월 중순 봉평에 갈 일이 있어 들렀는데 주차장이 한산해서 기쁜마음에 방문했다. 찾기 아주 쉽다. 평창IC를 지나 봉평에 들어오면 초입에 자리를 잡고 있다.
외관부터 각종 포스터들이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고, 여름에 방문해서 긴 줄을 서있었다면 아마도 꼼꼼하게 읽어봤을것이다.
입구부터 각종 문패들이 걸려있다. 가장 눈에 띄는건 “대한민국 신지식인”문패와 으뜸음식점 문패였다.
우선 메뉴판부터 확인해 봤는데 메밀국수는 모두 이대팔 100%라고 적혀있는데 보통 이대팔이란 메밀과 전분의 비율이 2:8이란 얘기인데 이집만의 특징이라면 순수메밀만으로 만들었다는 뜻인것 같다. 무엇보다 쓴메밀과 단메밀을 섞어 맛있는 순수메밀국수를 만들었다. 대게 다른 막국수집에는 쓴메밀을 잘 쓰지 않는다. 텁텁해지고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대게는 단메밀을 많이 쓰는편인데 이곳 “미가연”은 이집만의 순수메밀국수를 만들어내놓는다.
주문은 미가면과 메밀전병을 시켰다. 서빙도 서빙로봇이 다 해주는데 매장이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로봇도 나름 잘 어울린다.
미가연 메밀전병과 막국수 맛은?
우선 밑반찬과 메밀전병이 나왔는데, 메밀전병 전혀 기름지지 않고 슴슴하고 메밀만의 향과 소가 아주 맛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밀전병의 슴슴함을 옆에 고추로 만든 절임같은걸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었다. 고추로 만든 고추절임 꼭 먹어야한다.
미가면이 나왔는데 정갈하고 김가루와 메밀국수 메밀순인지는 알 수 없는 새순들이 올라가 있다.
이 “미가면”은 먹는 방법이 조금 다양하다. 메뉴판에도 적혀있지만 씹을때 100번 이상 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말은 오래 씹을수록 메밀특유의 맛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첫번째는 적당히 비벼서 그냥 맛을본다. 들기름맛과 메밀의 텁텁함과 슴슴함이 기름향과 적당히 올라온다. 그리고 두번째는 옆에 나오는 육수에 소바처럼 넣어서 육수와 함께 맛을 본다. 아까와는 달리 육수의 간이 베어 더욱 풍미를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릇에 육수를 모두붓고 위 사진에 있는 “태바시 다시마초” 특제 식초를 살짝 뿌려서 맛을 본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맛이다. 강릉이나 춘천에서는 절대 맛볼수 없는 막국수는 확실하다. 굉장히 이색적이고 메밀의 식감자체와 맛을 오롯이 느낄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웰빙식같은 느낌이며 아이들은 조금 먹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다먹고 나면 메밀주스를 후식으로 준다.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된다. 태어나서 메밀주스도 처음 먹어보고 지금껏 내가 먹었던 메밀국수, 메밀소바, 막국수와는 전혀 다른 메밀 본연의 맛과 건강까지 챙겨먹은것 같은 느낌이다. 앞서 말했듯이 웰빙음식이나 산사에서 먹는 절밥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사장님이 일주일에 이대팔을 두번먹으면 건강해 진다고 자부하기도 했었단다.
계산대 입구에는 이런 메밀관련 제품과 육포등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건 몰라도 메밀관련 제품들은 하나 사 볼까 순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경험상 집에서 해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해. 눈으로만 보기로 했다.
휴가가 됐든 우연히라도 봉평에 올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한다.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약간의 웨이팅이 필수이지만 기다린만큼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막국수의 맛을 볼 수 있다. “원래 막국수는 이런맛이야. 이런 막국수는 여기에서 봉평에서만 맛 볼 수 있는거야”라고 알려주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