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 보관은?

요즘은 비상금 집안곳곳에 몰래 숨겨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넷뱅크도 잘 되어있고 여기저기 투자를 해 놓는 경우도 많아서 현금을 집안에 숨길일이 거의 없다. 물론 돈이 없어서 비상금도 없는 경우도 많다.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 판이 몇 장 없을 때 판 사려고 비상금을 LP자켓 안쪽에 꼭꼭 숨겨놨었다. 용돈이 조금 생길 때마다 속지에 만 원짜리 지폐를 고이고이 넣어 놨다. 학습지 산다고 말하고 그 돈으로 음반을 샀고, 야간자율학습 때 저녁 밥값을 아끼기 위해 라면과 순두부를 먹어가며 비상금을 모아왔었다. 그렇게 모아놓은 비상금을 곶감 빼먹듯 갖고 싶은 LP를 사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비상금 보관은 어떻게 하고 있나?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지갑에 넣고 다니다보면 야금야금 쓸 수밖에 없으니 구두쇠처럼 음반 살 돈을 차곡차곡 저금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동생이 문틈사이로 그 광경을 본 것일까? 그 비상금이 언젠가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의 착각이겠지 넘겼는데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다.

어느 날 음악도 잘 안 듣는 동생 녀석이 내방에 들어와 LP판들을 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장을 바로 덮쳤다. 잡았다 요녀석 현장범으로 바로 검거했다. 엄마에게 고자질하고 지금껏 빼먹은 나의 비상금을 다 토해내게 만들었다. 그래봤자 동생 녀석이 무슨 돈이 있었겠나? 오죽하면 내 비상금까지 탐냈을까 싶어서 합의를 했다. 

내가 사고 싶은 LP 10장이면 지금껏 저질러 놓은 도둑질은 눈감아주기로 했다. 그래봤자 당시 음반가격으로 따져봐야 5~7만원 정도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난 동생의 용돈을 탐냈고 감언이설로 꼬드겼다. 어차피 “니판 내판이 어디 있니? 내 모든 판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할테니까 너도 음반을 같이 사면 이판들이 다 너꺼야!!” 처음에는 욕심이 있었는지 잘 넘어와 꾸준히 판을 같이 샀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돈도 아까웠는지 더 이상 투자는 하지 않고 소유권만 주장하는 어처구니를 시연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처음에 음반 몇 장 없을 때는 그 비상금을 넣어놓는 앨범들이 내가 좋아하는 앨범들 위주로 비상금을 넣어뒀는데 나중에 음반양이 100장 200장이 됐을 때는 어디에 넣어놨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A부터 Z까지 다 훑어야 하는 시간낭비가 뒤따랐다. 대학 때도 아르바이트하며 LP판을 사기위해 비상금을 이런 식으로 모아놨는데 음반이 1000장이 넘어가면서 도저히 판들을 뒤질 엄두가 나지 않게 됐고 더 이상 비상금 숨길 곳을 다른 곳에 만들게 됐다.

여기에서 비롯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음반을 꺼낼 때 LP판 자켓 안쪽을 꼼꼼히 들여다 보게됐다. 혹시 예전에 숨겨 놓은 비상금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오지 않을까?? 괜한 기대감을 가지고 실제로 20대 중후반까지는 그렇게 발견된 예전 비상금이 나온 적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음반을 판매할 때나 구입할 때 혹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살펴본다. LP 바이닐(Vinyl) 음반 자켓, 음반 상태, 가사지보다 자켓 안쪽을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중고음반을 거래하다보면 무의식적으로 LP판 쟈켓 안쪽을 꼭 확인해 보는데, 음반관련 스크랩자료가 들어간 경우도 있고 전주인이 낙서를 해 놓은 경우도 있고, 편지가 들어간 경우도 있다. 제일 인상적인것은 누군가의 구구절절한 연애편지를 발견한 적도 있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남의 연애편지를 몰래 읽는 재미를 느낀적도 있었다. 비상금은 단 한번도 나온적은 없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언제부턴가 돈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들을 많이한다. 그러다보니 비상금을 어디에 보관할 일도 점점 없어지지만, 가끔 예전 생각에 와이프몰래 액자뒤나, 책속에 비상금을 몰래 넣어두는 남편들이 분명있다. 영화나 드라마속에는 돈뭉치를 집안 곳곳에 숨겨두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실 그 장면만 봐도 그런생각이 든다. “아~보고만 있어도 배부르겠구나!! 난 언제쯤 저렇게 돈뭉치나 금송아지를 집안 금고에 보관해 볼 수 있을까” 자자 모두 부자되고 비상금 집안 곳곳에 숨겨놓을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