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만졌다, 살인진드기에 감염 사망 기사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환자가 발생 열흘 만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SFTS는 이른바 ‘살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병인데 알려진 보도에 따르면 이번 환자가 특별한 야외활동을 하지 않았고,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길고양이와 접촉한 것이 전부라고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길고양이 접촉 주의보’라고 자극적 헤드라인이 실리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종종 보게 되는 살인진드기 감염 사례가 결코 남 일이 아닌 것이 2022년에 실제로 진드기에 물려 감염됐고 죽다 살아났었다. 거기에 떨어진 면역력으로 또 다른 질병에 감염되기까지 했었다. 실제경험담과 SFTS 살인진드기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자.
진드기에 물려 죽다 살아난 경험담
지난 2022년 추석 즈음 잔디밭에서 5시간 정도 일하다 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기한테 물렸구나 했다. 그런데 가려워서 만져보니 생각보다 많이 부어올랐고 모기한테 물린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물린 자국이 양어깨에 각 하나씩, 목 뒤에 크게 하나가 있었는데 작은 혹처럼 봉긋하게 부어있었다. 처음에는 진드기에 물렸구나, 버물리 바르면 괜찮아지겠지 했다.
그런데 며칠뒤 증세가 나타났는데, 생각보다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몸살기가 살짝 올라오고 속이 메스껍고 설사가 오면서 장염 증상이랑 비슷했다. 그러다 점점 오한과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두통을 동반한 열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2022년 초에 코로나19로 고생을 잠깐 했지만, 체감상 코로나의 몇 배로 힘들었다. 급한대로 해열제를 먹고 누웠는데 식은땀과 고열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오한이 오는데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렸고,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온몸이 움츠려들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오한과 두통 고열에 시달렸다. 추석 연휴 기간이라 응급실에 가기도 애매했고 하룻밤만 견뎌보자는 심정으로 꼼짝없이 밤새 앓았다.
진드기에 물린후 떨어진 면역력 때문에 수족구병 감염
그렇게 꼬박 밤새 앓고 나니 오한은 어느 정도 잡혀 조금은 괜찮아졌지만 두통은 여전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즈음 딸이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을 옮아왔는데 아이들만 걸린다는 수족구병에 전염됐다. 면역력이 최악이었던 상황이라 수족구병에 감염된 것이다. 수족구병도 알다시피 약도 없고 1,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병이다. 그렇게 수족구병까지 앓으며 병원을 찾았지만, 속수무책 방도가 없었다. 아이들처럼 입속에 물집이나 궤양은 없었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에 수포성 발진이 잡히기 시작했고 2주 정도 고생을 했다. 손바닥 발바닥 피부 껍질이 한 꺼풀 홀라당 벗겨지더니 이번에는 손발톱이 전부 빠졌다. 거의 몇 달을 고생했다. 지금도 발바닥은 엉망진창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40대 중후반에 특별한 질환이 없어서 그나마 버틸 정도였지 만약에 면역력이 더 약해졌거나 특정 질환이나 질병이 있었다면 아마 호흡곤란, 의식 저하가 나타나 증세가 더 심각해 졌을 수도 있었다. 그때 상황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특히 진드기가 정말 무섭다는 것을 절감했다.
일명 살인진드기,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과연 어떤 병일까?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작은소피참진드기)에게 물렸을 때 이 바이러스가 옮아서 발병하는 중증열성 바이러스 감염병을 말한다. SFTS에 감염되면 발열, 소화기 이상 증상 등이 주로 나타나는데, 93.3%가 발열 증상을 보인다. 그다음 근육통-설사-식욕부진-오심-두통-고열 순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더 상황이 악화되면 자칫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도 나타날 수 있는데, 증세가 심해지면, 혈소판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 림프절 병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른다. SFTS 환자는 주로 4월~11월 사이에 발생하는데 참진드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4월이면 참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인 만큼 봄철부터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따로 없고, 치사율이 10~30%로 아주 높은 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치사율이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환자가 발생했을까?
매년 전국적으로 SFTS 환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13년에 국내에 첫 환자가 보고됐다. 당시 일본에서 ‘진드기’에 물려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자, ‘살인 진드기’라고 자극적인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참진드기 등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조사했었다. 그런데 그때 국내에 널리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에서도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어 5월에 이 병에 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 2013년에는 치사율이 50%에 육박했고, 2014년에도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지난해인 2022년까지 모두 1697명의 환자가 집계됐다.
제주 사례처럼 길고양이 접촉이 원인인 경우도 있을까?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번 제주 서귀포 발병환자는 길고양이와 접촉한 뒤 나흘 만에 SFTS에 확진됐다. 환자는 길고양이와 접촉한 후 근육통과 두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SFTS 환자의 50.8%가 농·작업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진료지침 권고안에 따르면, SFTS 환자 가운데 85.5%는 50대 이상이다. 일본에서도 2012년 SFTS 환자가 처음 발생했는데, 사망한 환자 모두 50세 이상이었다. 야생 동물과 접촉이 많은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하고, 50대 이상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경우 특히 취약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제주 사례는 길고양이가 원인일 수 있지만, 길고양이만 원인은 아닐 수 있다.
살인진드기 다양한 감염경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관련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가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3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노령인구가 농사를 주로 짓다 보니 SFTS 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에 물리고, 노령인구가 젊은 인구에 비해 증상이 쉽게 나타나 감염된 사람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진드기 숫자가 증가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 인체에 쉽게 침입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 변이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이 더 있다. 보통 동물의 털과 피부에 있는 진드기에게 물려서 감염되는데,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 등을 통해서도 2차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서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고 한다. 또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 등에 손상된 피부에 노출되면 ‘2차 감염’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등 16명이 동물을 통해 SFTS에 2차 감염된 사례가 있다.
예방과 주의사항은?
STFS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한 4~10월 사이에 풀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가 많은 곳에 간다면 반드시 긴 소매나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진드기가 서식하는 환경이나 다른 동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무엇보다 면역력이 취약하거나 고령층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진드기에 물려 크게 고생한 이후에 주변에 위험성을 최대한 알리고 있다.
풀밭에서 작업할 때나 야외 활동시 특히 주의 해야하고, 혹시 물렸거나 의심증세가 발생하면 보건소나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서 반드시 진료를 받고 의료진에게 진드기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꼭 고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