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 Chanson

중세 유럽에서는 트루바두르(Trubadour)라고 불리는 음유시인들이 있었다. 주로 프랑스와 스페인 지역에서 활동한 문화 예술가로 마을과 마을, 성과 성을 옮겨 다니며 지역의 소식을 전하기도 하던 이야기꾼이자 소식 전달자였으며 노래하는 음유시인들이었다. 주로 낭만적인 사랑시나 기사도와 관련된 영웅시를 읊조리며 군중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특히 사회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나 노래를 직설적으로 또는 풍자하여 부르기도 했었다.

트루바두르(Troubadour)와 샹송(Chanson)

트루바두르들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음악과 문학에서 귀중한 역할을 했고 유럽 예술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트루바두르들이 프랑스 샹송의 출발점이었다.

13세기 프랑스 북부의 트루베르(Trouvère)나 남부의 트루바두르(Troubadour)같은 귀족 신분의 음유시인들에 의해 기사도나 십자군 전쟁, 역사적 영웅의 무용담 등을 서사시 풍으로 읊조리듯 불렀다고 전해진다. 워낙 오래전에 구전되어 노랫가락이 전해지지는 것이 매우 드물고, 주로 가사만 남아있다.

이 초기 트루바두르 음유시인을 거치면서 노래의 골격은 구어체로 이야기하듯 부르는 쿠플레(Couplet)와 좀 더 선율적인 후렴구인 르프랭(Refrain)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두 형식이 샹송에 그대로 적용됐다. 그래서 투루바두르가 샹송의 기원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면서 민중가요로 애창되기 시작했고, 특히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수인 미니스트렐은 마치 조선 시대의 광대들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노래 외에도 신랄한 풍자로 양반들을 조롱했듯이 샹송도 이런 풍자 노래들을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다.

근대 샹송의 발전과정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민중의 권리가 강해지자 19세기 후반부터 샹송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예술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음유시인이자 가수이기도 한 이들은 이때 등장한 캬바레 등에서 공연을 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몽마르트 언덕에 문을 연 샤누아(Chat Noir 검은고양이)였다.

캬바레 외에도 식사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카페 콩세르(Café concert)가 등장했고 영국에서 유입된 뮤직홀들이 프랑스 파리에 생겨나며 음유시인들은 관객을 대상으로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주며 샹송이 하나의 형식을 제대로 갖춘 뮤직장르가 됐다.

이후 디스크 음반과 라디오의 등장으로 샹송은 프랑스 음악계에서 무시 못 할 대중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2차대전을 전후해 프랑스 바깥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영미권의 팝과 록이 들어오면서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게 된다.

샹송만의 특징은?

샹송(Chanson)이란 말 자체가 ‘노래’ 또는 ‘노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프랑스의 프랑스어 노래라는 뜻이기도 하다. 샹송만의 특징이 있는데 이탈리아 칸초네나 정열적인 리듬의 칸시온 류의 노래와 달리 샹송은 가사를 굉장히 중시한다. 멜로디가 아무리 좋아도 가사가 별로면 비판을 받는건 예사일이다.

이런 이유로 샹송 가수들은 발성뿐만 아니라 딕션, 명확한 발음 연습에 신경을 쏟는다고 알려졌다. 어느 가수가 어떤 곡을 처음 부르는 것을, 창조라는 뜻의 프랑스어 크레아시옹(Création)이라고 부르며 초연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한다. 그래서 샹송가수가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르면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 오면서 이런 문화는 사라지고 고전 샹송을 현대 가수들이 재해석해 부르는 리메이크는 많아졌다.

프랑스 대중음악의 중심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20세기에는 프랑스 음악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 전후로 대표적인 가수로 죠르쥬 브라상스(Georges Brassens),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 이브 몽땅(Yves Montand), 레오 페레(Leo Ferre), 샤를 트레네(Charles Trenet) 같은 가수들에 의해 샹송의 전성기를 누렸다.

누벨 샹송 프랑세즈 & 프렌치 팝

50-60년대를 거쳐 영미권의 팝과 록이 유입되며 샹송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새로운 샹송 장르로 누벨 샹송 프랑세즈(Nouvelle chanson française)가 있기도 하다. 샹송이 대중 음악계에서 쇠퇴기를 맞이함에 따라 상업쪽이 아닌 인디음악씬에 눈을 돌리고 얼터너티브록, 인디팝, 트립합, 챔버팝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형태의 샹송이다.

프렌치팝(French Pop)이라고 불려지는 팝 음악이지만 단지 프랑스어로 불려진 팝도 있다. 엄밀히 말해 프렌치팝이 샹송이냐 아니냐의 논쟁도 있었지만, 가수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어디에 담을지는 그들의 결정이다. 이런 논쟁은 별 의미는 없다.

하지만 샹송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가사 중심이라는 점이고, 가사가 중요한 장르로 알려져 있는데 감정 표현과 이야기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점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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