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Story

아이돌과 뮤지션의 경계에 서 있던 가수가 있다. 곡 해석력도 좋고, 남자로서는 보기 드물 정도의 맑고 고운 미성과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래하지만 듣는 이를 충분히 몰입시키는 뛰어난 표현력이 있는 가수였다. 처음 TV에서 봤을 때는 삐쩍 마른 미소년 같은 이미지였지만 반짝 활동하더니 갑자기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지원 Vinyl 이야기.

지난 2021년 3월-4월 즈음, 서지원 1집이 LP로 발매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와이프는 서지원 팬으로 테잎이며 CD며 음반들이 수두룩하다. 영상자료까지 잘 보관해 왔고, 심지어 비디오테잎에 있던 자료를 거금을 들여 디지털파일로까지 변환해서 보관하고 있다. LP발매 소식을 접하자마자, 몰래 예약주문을 했다. 와이프를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그리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서지원 1집 LP를 받았다.

퇴근하며 슬며시 LP를 내밀었고, 예상대로 멋진 남편 코스프레에 일단 성공했다. 감동하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서지원을 LP로 영접하다니 연실 감탄사를 연발했고 ‘음~이제 나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겠군, 반찬도 바뀌겠군, 이제 LP 사는 것도 눈치를 조금 덜 봐도 되겠군~ 푸하하~~!!’ 이런 뻔한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푸하하 난 역시 멋진 남편이야.’ 그리고 이걸 자랑하고 싶었는지, 서지원 팬카페에 들어가 글을 남길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런데, 서지원 팬카페에 들어간 와이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찐 회원들은 LP 발매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발매는 서지원 소속사 전대표의 돈벌이 수단으로 비춰진 것이다. 유족들에게 앨범 발매를 알리지도 않았고, 지금껏 그랬듯이 유족들에게 땡전 한 푼 지급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지원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팬들 입장에선 이 또한 단지 돈 떨어져 팬심을 이용해 LP로 발매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불매운동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런 상황을 아쉬워하고, LP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뭐야~이런 된장같은 상황은 뭐지? 멋진 남편 코스프레가 꽝이 될 판이다.’ 서지원 1집 LP Vinyl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2집이 LP로 발매돼야 하는데 생각중일 때 아니나 다를까 2집 LP 발매소식도 들려왔다. 물론 이후 발매된 2집과 3집 앨범 Vinly 당연히 구색맞추기 위해 구입했다. 솔직히 서지원 1집보다는 2집이 조금 더 좋다. 

1994년 1집 앨범 “또 다른 시작”으로 데뷔한 재미교포 가수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피아노, 첼로를 배우며 음악적 센스를 익혔고 1990년 미국에서 가수활동을 염두 해두고 모델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1993년 고등학교 재학 중 LA에서 한국 음반사가 주최한 공개 오디션에 발탁되어 데뷔에 이르게 된다. 

데뷔는 옴니뮤직에 발탁돼 1994년 10월 1집 앨범을 발표하며 12월 <순간포착 당신이 특종>을 통해 방송 데뷔한다. 그리고 3개월 뒤 SBS예능 <점프챔프>에서 이례적으로 메인MC를 맡으며 단숨에 인기 스타 대열에 오르게 된다. 당시 인기 코너 ‘남녀공학’과 ‘라이벌’에 출연하며 남자 주인공으로 연기도 선보였다. 이외에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고정 진행을 맡으며 노래뿐 아니라, 작사, 작곡, 모델, MC, 연기 등 다방면에 뛰어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1집 타이틀곡 “또 다른 시작”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당시 가요계의 분위기는 호황과 역대급 가수들의 각축장이었다. 김건모, 신승훈, 솔리드, R.ef, 클론, 터보, 전람회, 윤종신 다양한 장르와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완전 신인이었던 서지원 1집은 나름 선방한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서지원 노래중에 좋아한 곡인데 “아바드림”이란 예능에서 서지원을 컴퓨터로 되살려 아바타와 다시 듀엣곡으로 만들어 방송했다. 시대의 변화와 음악의 힘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1995년 늦가을 나온다던 2집 앨범은 서지원의 건강 문제로 한번, 음반 심의 기간이 길어지며 또 한 번 발매가 늦어지게 됐고, 결국 2집 앨범 발표는 해를 넘겨 1996년 1월 중순으로 미뤄지게 됐고, 1996년 1월 1일 새 앨범 발매를 목전에 두고 돌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지원이 세상을 떠났다. 이때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속에서도 이 얘기는 나온다. 그렇게 2집 앨범은 그의 유작이 됐고 서지원은 하늘의 별이 됐다.

 2집 타이틀곡은 정재형이 작곡한 “내 눈물 모아”로 방송3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명곡으로 남았다. 당시 방송 3사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할 때 피날레 무대를 장식해야 할 서지원은 세상을 떠나 무대에 설 수 없었기에 그의 공연은 뮤직비디오로 대체됐다. MBC에서 1위 했을때는 그의 어머니와 동료가 대시 수상했고, KBS 가요톱10에서는 정재형이 속해 있는 그룹 베이시스가 대신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정재형은 이후에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훔치며 서지원을 그리워하고 끝내 완창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기도 했다. 

장래가 촉망되던 인기가수 서지원이 스무 살의 젊은 나이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수많은 의혹을 남기기도 했고 평소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사려 깊고 누구보다 밝은 성격이었던 그였기에 주변인들조차 힘들었던 그의 속내를 제대로 읽지 못해 그만큼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2집은 유작앨범이 됐고, 사후 3집 미발표곡과 라이브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묶어서 3집 <Made In Heaven>이 발표됐다. 그리고 이 앨범들은 최근까지 차례차례 LP Vinyl 앨범으로 재발매가 이뤄졌다. 특이하게 모든 Vinyl 안에는 CD도 같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사후 27년 만에 새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공지능 AI를 통해 서지원 목소리로 만든 새 싱글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를 발표하며 서지원을 그리워했다. 

가끔 앳된 외모와 다양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던 그의 모습에서 아이돌같은 모습으로 비춰졌고 그의 음악적 재능은 평가절하 된 면도 있다. 와이프덕분에 앨범들을 정주행해서 듣다보니 그냥 흘러듣기에는 자신의 곡에 대한 집념과 표현력이 탁월했다. 또, 자신의 앨범에서 작사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음악적 욕심도 있었던 친구였다. 데뷔하고 쉼 없이 14개월이라는 짧은 활동기간 3장의 앨범을 남겼지만 아직도 서지원을 기억하고 그의 음악을 추억하며 듣는 사람들을 통해 서지원의 열정은 살아있는 것 같다. 그의 팬클럽 푸르메는 아직도 정기모임을 가지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