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훈 Story

앨범 발매 과정의 최종단계에는 믹스다운 또는 마스터링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우리나라 최고의 레코딩, 믹싱 엔지니어이자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한 명 있다. 신해철, 솔리드, 박효신, 신승훈, JYP, 아이유, 마마무, 샤이니, 레드벨벳, 소녀시대까지 1만 곡이 넘는 앨범을 프로듀싱한 인물이다.  바로 성지훈 이야기다.

이 양반은 1980년대 초부터 작사-작곡가로 음악계에 발을 딛는다. 그런데 녹음된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친김에 직접 프로듀서까지 해낸다. 하지만 자신이 프로듀싱한 앨범들이 최종과정에서 마스터링 된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자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레코딩 믹싱 엔지니어를 겸하기 시작한다. 1세대 사운드 엔지니어인 성지훈이다. 자신의 솔로앨범도 한 장 발매했었다. 물론 그 앨범은 희귀앨범이 됐고 고가에 거래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그 앨범은 당시 쫄딱 망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우선 믹싱이란걸 하는데 작곡가와 편곡가가 열심히 트랙을 만들어 놓는데 실제 악기소리 또는 미디로 만든 가상의 악기, 샘플링 소리, 가수의 목소리 까지 이런 소리를 각 트랙별로 따로 녹음해 놓은 트랙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을 믹싱이라고 한다.

그다음이 마스터링을 하는데 마스터링은 기준점이 Zero DB라고 불리는 0데시벨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소리가 작은 부분은 증폭하고 지나치게 큰 소리는 깎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마스터링에서는 EQ와 컴프레서 등을 사용해 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최적화의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소리가 작은 부분은 키워주고 큰 부분은 줄여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듣기 좋은 음원을 만드는 가다듬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어떻게 작업하느냐에 따라 곡의 퀄리티는 하늘과 땅차이가 난다.

성지훈 누구?

1980년대부터 작사-작곡, 프로듀서로 활약했는데 1990년 신해철 솔로데뷔앨범부터 넥스트 앨범, 015B, 윤종신, 엄정화 데뷔앨범 등 당시 인기가수들의 데뷔앨범 프로듀서였다. 1994년 솔리드를 만나면서 전업 엔지니어로 출발한다. 당시 그의 손을 거친 앨범들은 박진영 2집-5집까지, 김건모 5집, 임창정 3집, GOD, 이적의 앨범이 있다. 지금껏 작업한 곡이 10,000 곡 정도 된다고 한다.

아이유, 싸이, 신해철, 박효신, 마마무, 레드벨벳, 10CM, 백지영 등 우리나라 최고의 사운드 엔지니어다. 2008년부터 JFS Mastering을 설립해 운영 중이고 최근에는 CLASS101+ 믹싱&마스터링 클래스를 공개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양성에 쏟고 있다. 

작사-작곡을 하다 어느 순간 전업 엔지니어가 되어 있었고 마스터링까지 하게 됐는데,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운드 엔지니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경험을 쌓으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간 케이스다. 외국의 전문서적과 각종 자료를 뒤지며 외국의 엔지니어들로부터 직접 물어보고 배우길 반복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마스터링까지 온 음원은 작업에 참여한 모두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최종본이라고 생각하고 믹싱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 마스터링은 그 믹싱본을 광낼 수 있으며 약간 다듬는 정도의 작업으로 충분하다. 광내고 먼지 털고 포장하는게 마스터링 작업이다.”

2012년 애플뮤직 인증 Master For iTunes를 획득했다. MFit인증 음원은 미국내에서는 이미 보편화됐고 신뢰도가 형성된 상태다. 애플인증은 아무리 볼륨을 크게 들어도 안 깨지고 부담이 없도록 마스터링을 하는 일종의 툴로 피크를 체크할 수 있고 그 기준에 맞춰서 마스터링 작업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10년 전 쯤에 이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유일한 솔로앨범 : 늦은 오후에 떠나는 여행

1992년 10월에 성지훈의 솔로앨범이 한 장 발매됐다. 대영기획과 서라벌레코드 레이블로 발매됐고 아쉽게도 이 앨범은 많이 팔린 앨범이 아니다. 희귀앨범이 됐다. 고가에 LP음반이 거래되고 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신해철이 “어느 휴일날”의 작사와 작곡 프로그래밍을 담당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어레인지먼트 역할로 참여했다. 신해철의 “안녕”과 비슷한 미디사운드와 템포가 인상적이다. 노래 자체는 밝고 재밌는 가사의 곡이다. 신해철 특유의 멜로디감과 재치 있는 가사도 살짝 유치하지만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대박 뜰만한 곡은 아니었다. B사이드 정도라 하겠다.  

음반의 완성도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그 당시의 90년대 사운드를 잘 따르고 충실한 편곡도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한방이 없었다. 킬링 트랙 한 곡만 있었더라면 이 앨범은 또 다른  평가를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91”, “그대의 향기”,“외로운 밤이면” 정도가 귀에 들어오는 트랙이다.

대영AV대장과 뮤지션들의 중간역할을 했던게 바로 성지훈이었다. 015B, 윤종신을 비롯해 성지훈과 관련한 회상들을 들어보면 밥 잘 사주는 좋은 형의 느낌이다.

첫 번째 솔로앨범이 아쉽게 성과가 없었지만 보통의 경우는 한 번 더 도전해 볼만도 한데, 두 번째 앨범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한 경우다. “음악으로 35살까지 성공 못 하면 그만두셔야 합니다 미안하지만, 음악은 타고나야 해요. 희망 고문 하면 안 돼요. 그건 희망이 아니라 정말 고문이거든요.” 이 말은 어쩌면 자신이 절실하게 느꼈던 고백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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