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이 히트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앨범이 있기 마련이다. 차트에 좋은 성적을 올린 히트곡은 없지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여러 가지 이유와 개취를 반영한 앨범들도 상당히 많다. 보통 앨범 한 장을 듣다 보면 히트한 곡보다 B사이드라고 불리는 나머지 곡들이 내 취향에 더 맞고 더 좋은 곡들을 만날 때도 많다. 평론가의 혹평이 있든, 차트에서 성적이 별로든, 상관없이 아는 사람만 아는 앨범이나 추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앨범들이 그러하다.
좋은 노래가 성적순은 아니잖아요?
언제부터 차트 성적이 좋은 음악의 평가 기준이 되고 대중성의 획득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중성을 담보로 많이 들려지고 상업성까지 겸비하고 내 귀도 좋게 들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예전 영화 제목을 패러디 좀 하자면, 그렇다고 좋은 노래가 성적 순은 아니잖아요?
우연히 디깅한 LP중에 스티비 우즈(Stevie Woods)라는 가수가 그런 케이스다. 이름도 생소하고 처음 들어봤고, 노래는 더더욱 못 들어봤던 가수였다. 별생각 없이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었는데, Side A부터 Side B 마지막 곡까지 내 취향에 딱 맞는 노래들이 연신 흘러나온다. 기본 이상의 멜로디와 반주와 보컬 실력까지 두루 갖춘 앨범인데 보통 이럴 때 ‘앗싸~’를 외친다. 오 이 친구 뭐지?
스티비 우즈(Stevie Woods)는 누구?
스티비 우즈(Stevie Woods)의 아버지는 재즈연주자였다. 러스티 브라이언트(Rusty Bryant)로 섹소폰 연주자였고 그의 형인 빈스 브라이언트(Vince Bryant)는 펑키 밴드의 베이스 주자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음악가 가족이었다. 버지니아에서 태어났고 1970년대 후반부터 펑키밴드 크라우드 플레저스(Crowd Pleasers)의 멤버였다.
1980년대 초, 싱글 두 장 “Steal the Night”과 “Just Can’t Win ‘Em All”을 발표했는데 기대와 달리 빌보드 핫 100 에서 40위 안에 겨우 안착한 뒤, 얼마 안되어 차트에서 바로 광탈해 버렸다. 보통 밴드 생활하면서 칼을 갈고 나왔지만, 생각보다 솔로 활동은 쉽지 않았는지 짧은 명성이 흐지부지된 후 스티비 우즈(Stevie Woods)는 독일로 이주해 버린다. 그리고 거기에서 3장의 앨범을 발매하는데, 내가 들었던 앨범이 바로 첫 번째 정규 1집 앨범이었다.
Stevie Woods 1집 데뷔앨범 <Take Me To Your Heaven>
1981년에 이주한 독일에서 발표된 데뷔앨범으로 앞서 발표한 싱글 2곡과 여러 곡의 커버 곡들로 채워져 있는데 4곡이 커버곡이다. 총 9곡 중에 이미 발표한 싱글 2곡과 신곡3곡 그리고 커버곡 4곡인 셈이다.
나름 유명한 트랙들로 앨범 타이틀은 1979년에 발표된 윌슨 브라더스(Wilson Brothers)의 그루비한 “Take Me To Your Heaven”을 커버했는데 원곡보다 훨씬 고급지게 편곡했다.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피터 앨런(Peter Allen), 캐롤 베이어 세이거(Carole Bayer Sager),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의 공동 작품으로 “Fly Away”가 Side A의 첫 곡으로 바로 귀를 휘어잡는다. 데이빗 포스터의 숨은 걸작 노래 중에 하나로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트랙인데 빌보드 84위까지 올랐었다.
차트 성적이 저조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아쉽기만 하다. 참고로 Peter Allen의 80년 앨범 [Bi-Coastal]에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고 일본가수 다케우치 마리야도 같은 해 앨범 [Love Songs]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이 노래는 비슷한 시기에 3곡이 나온 상태였지만, 개인적으로 스티비 우즈(Stevie Woods)버전이 최고다. 편곡이 예술이다.
Side B의 펑키한 “Wanna Be Close To You”는 Rene & Angela의 곡을 커버했고, 앨범에서 가장 잔잔한 “Throw A Little Bit Of Love My Way”는 데이빗 포스터의 곡을 커버했다. 전체적으로 소프트한 팝 보컬 스타일이고 시티팝이나 AOR 음반을 좋아하면 충분히 마음에 들만한 트랙들이 차고 넘친다. 커버곡은 최대한 원곡에 가까운 어렌인지로 노래하고 있어 그 깔끔함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모든 커버들이 원곡들 보다 훨씬 좋다.
프로듀서는 독일인 잭 화이트(Jack White)가 맡았고 세션들이 화려하다 못해 끝내준다. 스티브 루카서, 레이 파커 주니어, 폴 잭슨 주니어, 나단 이스트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여했는데 당시 제일 잘 나가던 세션들이고 지금이야 다들 거장 반열에 올라와 있는 인물들이다. 앨범은 기본 이상이고 죠지 벤슨(George Benson)유형의 그루브와 재즈 R&B스타일의 멜로우 팝이다.
저평가 된, 숨은보석같은 앨범
당시를 회상하는 사람 중에는 숨은 보석, 너무 저평가된 앨범 또는 스티비 우즈는 과소평가됐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재즈적인 쟈니 마티스(Johnny Mathis), 알 재로(Al Jarreau)와 레이 파커 주니어(Ray Parker Jr.)를 섞어놓은 것 같다.
실제로 말랑말랑 사운드를 좋아하는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인기도 높은 편인데, 아마도 일본에서의 판매량이 제일 많았을 것 같다. 1집 데뷔앨범 이후 1982년 [The Woman In My Life], 1983년 [Attitude] 이렇게 3장의 정규앨범을 더 발표했다. 2집, 3집 역시 전작과 비슷한 퀄리티의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2010년경에 팬들의 요청에 의해 CD로 재발매 됐다. 하지만 LP가 구하기 더 쉽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독일에서는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하면, 꾸준히 음악 관련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2014년 독일에서 당뇨병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확실히 스티비 우즈(Stevie Woods)는 과소평가된 음악가다. 포스트 디스코 시대와 팝의 황금기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명곡 틈바구니에 존재감을 제대로 못 보였을 수도 있고, 이주하고 활동한 곳이 미국도 아닌 독일이라는 장소도 생뚱맞은 느낌이다.
앨범 전체가 다 좋은 앨범은 쉽게 만나기 힘들다. 오래오래 자주 턴테이블에 돌려줄 앨범이 확실하다.
저도 우연히 이 앨범 유투브에서 들었는데 정말 좋은 곡 많더군요
평론가들 잣대인 혁신적이거나 그런건 아니어서 명반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노래 절반이 넘게 있는 앨범입니다
근데 평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게 리메이크한 곡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케니로저스 원곡의 through the years가 정말 좋더군요
원곡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근데 이분이 독일로 이민가셔서 그런지 이 앨범 노래 라이브 부르는게 없어서 너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