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스크린 위의 움직이는 영상과 음향으로 이루어진 예술이다. 그 속에는 문학, 미술, 음악, 조각, 건축, 무용 등의 모든 예술을 총망라한 종합예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각 매체이기 때문에 시각 정보를 전달하고 음향을 포함한 영상에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 영상, 음향의 표현 기교를 합한 예술이다. 그런데 뜻밖의 시각장애인에게 영화 사운드트랙 Soundtrack 의뢰하고 앨범으로 발표한 경우가 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이야기다. 시각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사운드트랙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으로만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으로 마치 한편의 영상이 떠오르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스티비원더(Stevie Wonder)의 수많은 앨범리스트 중에 사운드트랙은 총 3편이다. 1979년 <The Secret Life Of Plants>, 1984년 <The Woman In Red>, 1991년 <Jungle Fever>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Soundtrack Story The Secret Life Of Plants
Stevie Wodner 누구?
1950년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생활을 하다 산소 과다 공급으로 인한 미숙아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12살의 나이에 데뷔해 최연소 빌보드 1위 기록을 가진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는 20세기 대중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특히 현대 흑인 음악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끼쳤는데 소울과 R&B등 흑인 음악 장르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상업적인 성공과 비평적 찬사를 꾸준히 받아내 후대 아티스트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그의 전성기에는 거의 1인 밴드로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는데 그냥 다룰 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드럼, 피아노, 하모니카의 경우에는 흑인 음악 연주 역사에 남을 수준으로 뛰어났다. 특히 하모니카는 5살부터 연주를 시작해 12살에 이미 자기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천재 하모니카 연주자다. 1970년대에는 신디사이저와 전자 악기를 사용해 R&B 사운드의 확장을 이끌었으며, 앨범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표현으로 LP의 앨범 시대를 이끄는데 공헌하기도 했다. 70년대 최고 전성기 시절에 발표된 앨범들은 하나같이 이런 컨셉앨범으로 만들어졌다.
30개 이상의 빌보드 톱10 히트곡을 냈으며, 총 25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심지어 영화 OST <Woman In Red>의 주제곡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총 26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가장 위대한 연주 파트는 보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흑인 음악 보컬의 완성형이다. 특유의 미성 보컬로 음역대도 기교도 표현력도 모두 최고로 뛰어나 흑인 보컬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스티비 원더의 첫 번째 Soundtrack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가장 특이한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영화 Soundtrack 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스티비에게 영화음악을 맡기다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영상과 이미지로 보지 못하는 그이기에 사운드트랙 작업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자 벽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음악만으로도 영상이 그려질 정도로 눈이 보일 정도로 선명한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앨범은 모타운 레코드에서 1979년 10월에 발매됐다. 웰런 그린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The Secret Life Of Plansts>의 사운드트랙으로 피터 톰킨스(Peter Tompkins)와 크리스포터 버드(Christopher Bird)가 쓴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사운드트랙이다.
영화 제작자가 각각의 시각적 이미지를 굉장히 자세히 최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하고 사운드 엔지니어가 각각의 구절의 길이를 지정하면서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dner)는 책과 영화의 다양한 정보를 노래 가사로 붙였다. 앨범 전체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작곡했지만, 일부 노래는 당시 영화음악계에 몸담고 있던 마이클 셈벨로(Michael Sembello)와 첫 번째 부인 시리타 라이트(Syreeta Wright)와 이본 라이트(Yvonne Wright)와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트랙들도 있다.
Soundtrack 획기적인 녹음방식
1979년은 대중음악에서 디지털로 대표되는 신디사이저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앨범의 대부분 트랙에 사용된 디지털 샘플링 신디사이저인 ‘컴퓨터 뮤직 멜로디언’이 사용됐다. 이 사운드트랙은 전 트랙이 디지털로 녹음 된 음악앨범이었다. 디지털 녹음 최초의 앨범은 라이 쿠더(Ry Cooder)의 <Bop Till You Drop>이었지만 불과 3개월 뒤인 10월에 스티비 원더의 이 사운드트랙이 발매된 것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서 전 트랙이 디지털로 녹음된 2번째 앨범이었고 스티비 원더에게는 최초의 디지털 녹음으로 만들어진 앨범이었다. 실제로 스티비 원더는 디지털 녹음 기술의 초기 지지자였고 이후의 신디사이저의 획기적인 활용과 디지털 녹음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 앨범에서 숨은 명곡 “Power Flower”다. 사운드트랙은 전체적인 컨셉과 영상과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단독 트랙들도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모타운 레이블에서는 이 앨범을 3단 슬리브의 더블 LP로 발매했다. 앞표지는 양각으로 입체적으로 제작됐고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 메시지를 넣었다. 심지어 LP초반 프레싱에는 꽃향기 향수를 뿌려서 꽃 향이 났었다.
스티비 원더의 이전 앨범들은 1973년에 <Innvervision>, 1974년 <Fulfillingness’ Fist Finale>, 1976년 <Songs In The Key Of Life>까지 모두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후라 이 사운드트랙에 거는 기대가 컸었고 모타운은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개봉관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앨범판매는 많지 않았다. 그나마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 “Send One Your Love”가 빌보드 4위까지 오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재밌게도 이 앨범을 위해 작곡되었지만 빠진 노래가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Overjoyed”는 1985년에 발표된 앨범 <In Square Circle>에 수록되어 발표된다. 곡의 느낌은 Journey Through “The Secret Life Of Plants”와 훨씬 더 어울린다.
사운트트랙의 반응은?
The Secret Life Of Plants 사운드트랙은 반응이 극명하게 극과 극으로 갈렸다. 모호하고 지나치게 야심찬 앨범으로 혹평을 받았다. 괴상하고 이상하다. 무의미하다고 여겼고, 반대로 용감하고 달콤하고 아름답다고 호평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앨범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음악이 담겨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실험적인 프로젝트였고, 심지어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Ecclesiastes”는 전도서라는 제목답게 성스럽고 비장하고 아름답고 마치 웅장한 교회 종교음악 혹은 클래식음악을 듣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실제로 스티비 원더는 한참이 지난 후에 “그 앨범은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지구의 창조, 꽃으로 돌아오는 것까지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모든 것에 도전했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사운드트랙 앨범답게 수록된 스코어들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해 줬는데 존재감이 확실했고 실제로 클래식공연이 열리던 장소에서 몇 차례 투어 공연이 있었다. 사실 이런 모험과 도전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외의 사운드트랙
1984년 이전 사운드트랙의 아쉬움을 한방에 만회한 앨범이 발표된다. 바로 <The Woman In Red> OST다. 이 앨범에서는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가 실렸고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한다.
1991년 세 번째 사운드트랙 스파이크 리 감독의 <Jungle Fever> 앨범을 녹음했다. 영화 <정글피버>를 만든 스파이크 리 감독은 인종간의 관계, 흑인 공동체 내의 문제, 현대 문명속의 미디어의 역할, 도시 범죄와 빈곤 등과 관련된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이 영화는 원초적인 피부색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인종간의 갈등을 들여다 본 작품이었다. 이 사운드트랙에서 공을 들인 만큼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후 자선 활동에 전념하고 일시적으로 무대에 물러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