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블루스 앨범들

우선 신촌블루스를 많이 좋아했다. 미국 본토 블루스 시카고, 델타, 멤피스 이런 블루스는 와 닿지 않았다. 신토불이는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별로다. 나이 들면 그들의 오리지널 블루스가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난 오리지널 블루스가 아닌 각자의 문화에 이식된 블루스를 좋아한다. 원형에서 영국으로, 독일, 뉴질랜드, 일본, 한국으로 이식된 블루스가 좋다.

신촌블루스의 매력은?

그런 면에서 신촌블루스는 한국블루스 시장에서 꽤 멋진 역할을 했다. 많은 스타들을 키워냈고, 그들이 우리 가요시장에서 큰 역할을 했고 멋진 앨범들을 남겼다. 그리고, 블루스는 계속 변형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현지에 토착화된 블루스는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데 한국에서 이들만큼 제대로 블루스 음악을 했던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설픈 부분도 많았지만, 감안하고 들어도 신촌블루스를 가요사에 한 횟을 그은 팀은 확실하다.

한영애, 김현식, 윤명운, 정서용, 정경화, 김형철, 김동환, 이은미, 강허달님 등등…

수많은 블루스맨들이 거쳐갔다. 이들은 이후에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쳤다. 그리고 지금도 펼쳐가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가요사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는데 있다.

신촌블루스 초기 핵심은 이정선이고, 그다음은 엄인호다. 이정선의 행보는 도인같다. 신촌블루스도 해바라기도 다 내어준다. 이정선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어떤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자리 잡아 주고 떠나고 물론 그걸 키워낸 것은 엄인호고 수많은 아티스트가 거쳐갔다. 그리고 엄인호는 끝까지 그 이름값을 했고 버텨냈다.

신촌블루스 결성과 앨범들

1986년 신촌의 레드 제플린이란 라이브클럽에서 결성됐다. 가요와 블루스를 적절히 섞은 음악스타일을 지향했던 밴드로 기타에 이정선, 엄인호 2명, 보컬에 김현식, 한영애, 정서용 3명이 원년 멤버다. 사실 보컬은 객원 보컬의 개념이 조금 더 강해서 그때그때 기용해 다양한 색채를 보여줬는데 음악공동체에 조금 더 가까운 형태였다. 강한 결속력이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이나 밴드가 아닌 블루스쪽 음악에 관심있는 멤버들의 모임 크루같은 느낌이다.

1988년 첫 앨범이 발매되면서, 국내 음악 시장에 이전까지 없었던 앨범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뛰어난 완성도와 본토의 블루스를 가요에 절묘하게 조합된 음악을 선보였다. 1집의 주역은 단연 한영애의 소울풀한 음색과 카리스마였다. ‘그대 없는 거리’와 ‘바람인가’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다음 해 2집에서는 김현식이었다. 지금까지 신촌블루스의 대표곡 ‘골목길’이 수록되어 있다. 김현식은 이 시기 자신의 솔로 앨범 활동도 했지만, 밴드음악 블루스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김현식의 전성기는 이때가 아니었을까?

이정선은 2집까지 활동하고 신촌블루스를 떠난다. 나중에 밝혀진 얘기로는 엄인호의 음악적 욕심이 강해지면서 초기의 자유스러움이 없어져 이정선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물론 두 명의 기타리스트 이정선과 엄인호의 스타일이 서로 달라 추구했던 음악도 달랐고 2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음악적 견해차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수도 있겠다.

이후 1990년 3집, 1992년 4집, 1997년 5집까지 90년대 5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긴 휴식에 들어갔다. 2014년에 6집이 나왔고 2016년에는 신촌블루스 30주년 기념음반이 나오기도 했다.

엄인호 솔로와 그룹활동은?

엄인호는 자신의 솔로 앨범도 병행하며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하고 현재도 클럽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양반 또한, 긴 활동 기간 다양한 그룹과 솔로 활동을 병행했다. 정식 앨범참여는 1976년 이광조 1집에 기타와 코러스로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1978년 이정선, 이광조와 함께 포크 트리오 <풍선>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1982년에는 록밴드 <장끼들>에도 참여했는데 이 장끼들 앨범이 대박이다. 1980년대 히트곡들이 이 앨범 한 장에 대거 포진되어 있는데, 마치 베타테스트같은 느낌이다. 히트곡 작곡가들을 주축으로 한 단발성 밴드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초기 신촌블루스의 히트곡 ‘골목길’,‘비 오는 날’,‘바람인가’들이 이미 장끼들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다.

1984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만, 묻혀버렸다. 그리고 1987년부터 신촌블루스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원년 멤버다.

신촌블루스 앨범 이름을 단 앨범들을 한동안 열심히 모았다. 물론 곁가지로 뻗어 나간 보컬 멤버들 앨범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하다.

각 보컬 멤버 한 명 한 명이 이룬 대중음악의 역사 성취 또한 대단하지만, 그 출발점이며 밑거름이 되어준 건 확실히 신촌블루스였다. 그래서 신촌블루스를 좋아했다. 마치 척박했던 가요계에 다양한 장르를 이식시킨 초창기 한국 블루스 어벤져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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