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는 이탈리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사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대중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고 중세 시대의 멜로디와 동화 속 우화 같은 가사와 시로 노래를 만들어 항상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섬세하고 여린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또, 이탈리아어가 갖는 묘한 뉘앙스도, 이탈리아 특유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도 좋고, 기타와 바이올린의 조화도 멋지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를 이탈리아의 깐따또레(Cantatóre) 음악인이라고 하는데 이 깐따또레(Cantatóre)를 자작곡을 노래하는 가수 흔히 얘기하는 싱어송라이터를 이탈리아어로 그렇게 표현한다. 시완레코드에서 발매한 앨범들, 이건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구입 한 앨범들이다. 당시에는 용돈이 넉넉할 때는 CD로 없을 때는 LP로 구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다 LP로 살 걸 그랬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는 누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클래식음악 특히 바이올린을 전공했는데 실력도 뛰어나 당시 16살의 이탈리아 음악원의 최연소 졸업생이었다고 한다. 졸업하고 기타 연주법을 배웠는데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에 관심이 더 많았고 이 시기에 작사-작곡을 시작한다. 초기 작사는 단테나 러시아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같은 시에서 영감을 얻어 곡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Angelo Branduardi)의 유년시절 대중음악 우상은 도노반(Donovan)과 캣 스티븐스(Cat Stevens)였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포크 음악의 매력에 빠졌다면 앨범까지 발매할 수 있었던 결정적 만남은 엘튼 존(Elton John)의 편곡자였던 폴 벅마스터(Paul Buckmaster)덕분이었다. 데뷔앨범은 성공적이었으면 모국어 이탈리아어 버전 외에 다양한 언어 버전의 앨범들이 유럽 전역에 풀렸다.

이탈리아와 유럽에서의 성공

1975년 안젤로 브란두아리디의 또 다른 결정적 만남은 다양한 악기 연주자 마우리치오 파브리치오(Maurizio Fabrizio)와의 만남이었다. 둘은 함께 2집 [Luna]를 발표했고 1집보다 확고한 스타일을 형성하며 수년 동안 성공적인 음반들이 쏟아져 나왔다. 2집에서는 존 바에즈(Joan Baez)와 도노반(Donovan)이 이미 녹음했던 영국 민요 “The Trees They Do Grow High”를 이탈리아어로 번안해서 불러준 “Gli Alberi Sono Alti”가 담겨있다.

파브리치오와의 만남은 서로가 영감을 주고받으며 1979년까지 공동작업을 시작해 초기 전성기를 이끌어준 인물이었다. 이때 유명한 앨범의 제작과 편곡에 참여했고 무엇보다 대중음악에서 다양한 민속 음악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클래식음악 바로크, 르네상스 음악부터 켈트 음악과 북유럽 전통음악들과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 음악을 자신의 음악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이 시기 이탈리아를 넘어서 국제적 성공을 거두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었던 앨범은 다섯 번째 정규앨범 [Cogli La Prima Mela]이었다. 이 앨범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양희은 “아름다운 것들”의 멜로디를 만날 수 있다. 존 바에즈(Joan Beaz)는 “Mary Hamilton”이란 제목으로 불렀던 곡의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데, 존 바에즈 보다 훨씬 섬세하게 아름답게 들린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의 초기 히트 앨범들은 이탈리아어는 기본이고 유럽 내에서 다양한 언어로 불러서 앨범을 발표한다. 한 장의 앨범을 이탈리아어로 녹음하고 뒤이어 영어, 프랑스어 버전들이 함께 발매됐다. 이때 발표된 앨범은 이탈리아에서의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독일과 프랑스 평론가들조차도 최고의 앨범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의 사운드트랙

80년대 들어오면서 안젤로 브란두아르디는 영화 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첫 작업은 1983년에 루이지 마그니(Luigi Magni)감독이 감독한 장편 영화의 사운드트랙 작곡에 참여하는데 영화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 OST로 그해 최고의 사운드트랙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음반으로 발매된 안젤로 브란두아디의 대표적인 OST [Momo]가 있다. 1986년 이탈리아와 독일의 합작영화로 미하엘 엔덴 장편 동화를 판타지영화로 만든 작품이었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 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 모모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 모모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너무 유명하다. 김만준의 “모모”라는 노래가 있고 ‘모모는 철부지~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대략 이런 가사를 지닌 노래로 기억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모모는 미하엘 엔덴 소설이 아닌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모모다. 오히려 걸그룹 모모랜드의 모모가 미하엘 엔덴 소설주인공 모모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중기작품 최고작품은 예이츠의 시

1986년에 시작된 또 다른 중요 프로젝트로 [Branduardi Canta Yeats]를 들 수 있고, 중기 안젤로 브란두아리의 최고의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전형적인 켈트 음악이 밑바탕에 깔리고 아일랜드 시인 윌리암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를 번역해서 만든 앨범인데 이국적이며 서정적이며 왜 브란두아리를 음유시인이라 불리는지 믿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예이츠의 시 10편을 이탈리아어로 부른 음반이다. 강력추천하는 앨범이다. 브란두아리디의 가녀리고 포근한 목소리가 전곡을 듣게 만드는 앨범이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초기의 앨범들에 비해 조금은 미니멀한 작업과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는데 초기 포크 기반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전자악기의 사용을 늘려나갔다. 1993년에 발표된 [Si Pu Pare] 앨범도 “Noi, Come Fiumi”,“Casanova”를 두 곡을 즐겨 들었다. 이례적으로 EMI에서 라이센스 앨범으로 발표됐는데, 초기작품 포크 분위기에서 업그레이드된 포크록의 느낌이 나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안젤로의 색깔은 유지한채 사운드의 변화만 시도한 앨범이었다.

이후 베스트앨범도 라이센스됐고 시완에서는 초기작들을 시리즈로 발매하는 노력까지 기울였었다. 모든 앨범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노래들이 1-2곡은 무조건 수록되어 있어서 눈에 띄면 구매하게 되는 믿고 사는 앨범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이탈리아 버전을 선호한다. 실수로 영어, 프랑스어판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같은 노래지만 언어의 뉘앙스가 달라도 너무 다르고 묘한 이질감이 생겨서 선호하지 않는다. 역시 이탈리아 모국어만큼 가장 뉘앙스가 좋다. 외국영화의 자막과 더빙의 차이 정도 될 것 같다.

예전엔 참 자주 턴테이블에 걸었는데, 요즘은 자주 손이 안 가지만, 그래도 LP장 A칸에 가지런하게 정렬해 있는 음반만 봐도 뿌듯하다. 쟈켓도 예뻐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가끔 사색적인 곡들이 땡기면 슬그머니 꺼내 예전 즐겨듣던 곡들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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