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리거워닝 평점

정말 오랜만에 제시카 알바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트리거워닝’이란 영화 한 편이 나왔다. 보고 싶은 작품들이 몇 편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극장을 통 가지 못했고, 자연스레 넷플릭스에 뭐 새로 나온 작품 없나 살피다 제시카 알바 주연의 ‘영화 트리거워닝’ 예고편을 보고 낚였다. 그런데 정말 제대로 낚였다.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 제목처럼 이 영화 만든 놈에게 방아쇠(Trigger)를 당기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고 안 본 사람들에게 경고(Warning)하고 싶게 만든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영화다. 근래 10년 전후로 본 영화 중에 최악이었고 10점 만점에 3점도 아깝다. 전설의 ‘7광구’와 ‘클레멘타인’ 급이다. 제시카 알바의 광팬이 아니라면 반드시 걸러야 하는 작품이다. 

해외에서 임무 수행을 하며 이름처럼 열일 하는 제시카 알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사고 현장을 살피던 제시카 알바는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눈치 챈다. 아버지의 부고를 알린 마을 보안관은 예전 제시카 알바의 연인이었던 전 남친 제시라는 인물이었고, 그리고 마을의 말썽쟁이 엘비스는 보안관 제시의 동생이다. 그리고 그 둘의 아버지인 스완 상원의원이 있다. 딱 봐도 구린 냄새가 솔솔 난다.

오랜만에 돌아온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총을 든 무장 강도의 출몰이 잦아들고, 군의 무기가 불법 거래되고 있었다. 이에 아버지의 죽음이 관련돼 있음을 직감한 제시카 알바는 아버지의 복수와 마을의 숨겨진 구린내와 진실을 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고 복수에 들어간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화 평점사이트의 관객 평과 별점을 무조건 확인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든 영화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평점을 먼저 보고 관람이든 시청이든 해야겠다. 평점이 올라오기 전에 모험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보통 영화에 대한 기본정보와 출연진, 감독을 살피고 영화를 볼지 말지? 예고편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예고편은 낚시질을 위한 미끼일 뿐 예고는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 그런데 이 모든 정보를 무시하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오랜만에 나온 제시카 알바와 영화 관련된 기사 중에 “여성 버전의 ‘존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액션 영화”이라는 말에 주저 없이 시청했다. 그런데 시청이후 시간만 날려버렸다는 생각과 허한 한숨만 나왔다, 그 어떤 욕으로도 날려버린 시간을 돌아오지 않는다. 제시카 알바한테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도대체 존윅의 여성 버전의 존윅이라니 도대체 어떤 대목을 보고 저런 망발을 내뱉었는지? 존윅의 발끝의 때만큼도 못한 긴장감 없는 액션과 느려터진 진행과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예측 가능한 결말까지 도대체 이걸 킬링타임이라고 고려해도 지루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는 무조건 네이버 평점이나 로튼토마토 평점, IMDB 평점을 꼭꼭꼭 확인할 것이다.

영화는 넷플릭스 로고가 짠 등장하고 전반 10분정도가 특수부대 요원인 제시카 알바가 남성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거 보고는 걸크러쉬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 높여 놓은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엉성하지만 끝날 때까지 한방이 있겠지?

존윅 비스무리한 액션시퀀스를 보여주겠지? 아쉬움을 끝내 놓지 못하고 본 것은 동네 양아치를 상대로 긴장감 1도 없는 액션과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는 것 같은 허접한 액션과 어설픈 연기의 향연에 그치고 만다. 스케일도 개연성도 임팩트도 무엇하나 만족하지 못한 영화가 됐다. 

영화를 보고나서 생뚱맞게도 영화제목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은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궁금해졌다. 트라우마, PTSD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소재를 내포함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 표시였다. 트리거(Trigger)는 총의 방아쇠를 말한다. 개인에게 안 좋은 경험을 상기시켜 우울, 트라우마 증상 등을 유발하는 소재, 빌미를 의미한다. 굳이 번역하면 “트라우마 자극 주의 경고” 정도 되겠다. 

대표적인 예가 가정폭력, 학교폭력, 왕따, 아동학대, 인종차별, 성범죄 등등이 트리거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은 무엇일까를 살펴봤더니, 다름아닌 인종차별에 대한 의미를 살짝 내포한 것 같다. 극중에 제시카 알바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회상씬을 보면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대화를 이어간다. 설정 자체가 남미에서 이주와 정착한 집안이었고, 전 남친과의 관계가 틀어진것도 아버지 스완 상원의원과 망나니 동생 엘비스의 대사를 통해 짐작가능하다. 혼혈 어쩌고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결국 영화의 숨겨놓은 메타포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영화상에서 “인종차별”은 아주 곁가지에 불과해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라고 느낄 정도로 갑갑하다.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제시카 알바를 백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독 이 영화에서 남미의 이국적인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그제서야 납득이 됐다. 백인인줄만 알았던 제시카 알바가 멕시코계 미국인 아버지와 캐나다계 미국인으로 덴마크와 프랑스계 혈통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시카 알바를 섭외할 때, 다양한 인종의 모습이 섞여 있는 외모 때문에 캐스팅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제시카 알바에 낚여서 이 영화를 시청했지만, 그동안 은퇴했나 싶을 정도로 왜 영화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의구심이 들어 필모를 찾아보니 보니까 2017년까지 활동하다 거의 7년 만에 출연을 했던 것이다. 2005년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씬시티>와 <판타스틱 포>에 출연하면서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었는데 이때가 가장 핫했을 때였다. 출중한 미모와 핫한 몸매로 주목받았지만 문제는 연기로 악평을 많이 받았다. 발연기로 맡을 수 있는 배역 폭이 적은데다 배우로서 커리어는 좋지 못했다. 

그제서야 왜 이 영화에 캐스팅됐는지 나름 이해가 갔다. 발연기도 발연기만 배역에 어느 정도 적합한 편이었다. 멕시코계 혈통과 스페인어가 가능한 설정, 그럼에도 오랜만에 나오는 제시카 알바의 모습은 나름 제시카의 고정 팬들에게 이 영화를 어필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감독도 인도네시아 여성 감독인 몰리 수리아가 연출을 맡았는데 그동안 이 감독이 만든 작품들이 액션영화가 아닌 드라마 장르였다. 제시카 알바 캐스팅은 그렇다고 쳐도 액션 영화를 연출해 본 적 없는 감독에게 액션을 맡기는 넷플릭스의 배짱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액션은 참담한 수준에 보기에도 민망한 시퀀스로 가득하고 전체적으로 어설프고 이질감만 가득한 영화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제목의 의미를 살려 인종차별에 대한 드라마적 의미나 개연성이라도 끌고 가던지? 총체적 난국의 영화이며 이렇게 구질구질 악평을 쏟아놓는 시간조차도 아깝게 만드는데 악평이 길어지는 이유는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가장한 악평을 늘어놓고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