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처음에 가수 이름이 ‘유심초’인줄 알았다. 무슨 풀 이름도 아니고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킥킥대고 웃었는데 알고 보니 유시형, 유의형 친형제로 결성된 듀오였다. 쌍둥이 형제로 이뤄진 ‘수와진’도 얼핏 생각이 나고,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혼성, 남성, 여성 듀오 이런 듀엣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남매로 구성된 ‘악뮤’만 기억나고 이런 듀엣, 듀오는 보기 쉽지 않다. 유심초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던 대표적인 포크 듀엣으로 외모는 많이 다르지만 유시형, 유의형 친형제로 준수한 외모와 감미로운 하모니로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듀엣 ‘유심초’에 대해 알아보자.

유심초는 1975년 결성 10년 정도 활동하고 1985년 해체했다. 유심초는 75년 데뷔하는데 두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쉽게’ 가수가 됐다고 한다. 이들은 대학가와 다운타운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후 앨범을 낸 독특한 케이스다. 당시 앨범 발매를 위해 발품을 파는 수고도 없이 먼저 찾아온 음반기획자의 제안으로 앨범을 냈고, 가수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너와 나의 석별”을 비롯해 가수 이종용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너”라는 곡도 유심초의 노래였다.

음반을 낼 당시 형인 유시형은 한국외대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어와 무역학을, 동생 유의형은 한양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당시 노래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유시형은 동생 유의형이 대학에 입학하자 듀엣을 결성했고 이들은 각 대학축제를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앨범의 수록곡 “너와 나의 석별”이 히트한 후 두 사람은 각각 학업과 군입대를 이유로 중간중간 공백기를 가지며 활동했다가 본격적인 가수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81년이었다. 그해 발표한 앨범에서 “사랑이여”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히트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앨범의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1982년까지 세 번이나 재발매가 이뤄졌다. 1980년 11월 1일 발매한 초반, 1981년 1월 25일 발매한 재반은 수록곡과 트랙 순서가 살짝 다르다. 초반의 타이틀곡은 “나는 홀로 있어도” 였지만, “사랑이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크게 히트하면서 아예 트랙 순서를 “사랑이여”를 A면 첫 번째 트랙으로 배치한다. 초반과 재반은 커버 디자인은 같지만, 사용된 색상과 톤이 살짝 다르다.

“사랑이여”는 1981년 대학생이 좋아하는 노래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당시 길거리를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지방 공연을 가면 팬들이 유심초가 탄 차에 올라타 백미러가 여러번 망가질 정도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사랑이여”는 작사가가 사랑하는 여인과 사별하고 곡을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 가사가 구구절절 애절하고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 앨범을 대표하는 또 다른 히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시인 김광섭의 <저녁에>를 가사로 삼았다. 2절 후렴은 유시형이 추가했다. “사랑이여”에 이어 이 곡까지 연이어 히트하면서 유심초는 KBS, MBC 양대 방송사 연말 가요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1981년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남자 부문 신인가수상을 수상했다. 아래 영상은 1982년 KBS 쇼쇼쇼에서 만든 뮤직비디오 영상이다. 나름 시대를 앞선 뮤직비디오와 명확한 스토리 라인이 있는 재밌는 뮤직비디오 되겠다.

1985년 발매한 3집을 끝으로 유심초는 해체한다. 그렇게 사랑을 받았지만, 가요계의 분위기가 바뀌며 포크 가수들의 방송 출연 기회가 줄어들자 형 유시형은 미국 이민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그러다 지난 2003년 즈음 7080 세대의 추억 떠올리기의 열풍에 힘입어 잠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었다.

유심초가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의 뜨거운 요청 때문이었다. 경기도 미사리 일대 라이브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유심초의 히트곡을 신청하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동생 유의형은 미국에 있는 형 유시형을 대신할 기타리스트를 영입해 2001년부터 ‘유심초’라는 이름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형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면서 다시 활동을 이어갔다. 한동안 방송 활동도 간간이 하고,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났다.

유심초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3집에 수록된 “사랑하는 그대에게”라고 한다. 라이브 카페 붐이 일면서 뒤늦게 라이브 카페 최고의 인기곡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비록 1980년대 가요계의 변화로 팀은 해체했지만 히트곡은 대중에게 꾸준히 애청됐고, “사랑이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두 대표곡은 미사리에서 활동하는 후배 포크 가수들이 꾸준히 커버하는 곡이 됐다. 유심초의 음악은 1970년대~80년대 포크 팝의 전형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됐는데, 유심초 노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디즈니플러스 <로얄로더>라는 작품에 삽입곡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가수는 지천이란 가수로 <로얄로더> OST 모음 앨범에 수록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노래는 노래 제목처럼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든 다시 불러지고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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