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 1집 – 진한 커피의 야상곡

대한민국 펑키 최고의 밴드 하면 단연 “사랑과 평화”가 떠오른다. 미8군 무대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밴드이다. 이장희가 프로듀싱한 1집 앨범 [한동안 뜸 했었지]는 신선한 충격을 줄 만큼 펑키 장르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물론 멤버들의 후덜덜 한 연주 실력과 무대매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과 평화는 멤버교체가 잦은 팀이 었는데 그중 음악 전 변신을 시도한 때가 바로 4집 때다. 펑키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됐다.

사랑과 평화 4집부터 소위 재즈락, 마치 한국의 스탠리 댄을 꿈꿨는지도? 펑키장르가 발전해 더 빠른 비트로 발전한 것이 디스코로 치닫게 되고, 한편으로는 재즈랑 융합한 록은 재즈록이라 부르기도 했고 퓨전 재즈라고도 불렀다. 사랑과 평화 4집에서부터 퓨전재즈에 가까운 팀이었다. 이남이가 <울고 싶어라>히트로 팀을 탈퇴하고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활동하던 장기호와 박성식을 영입해 재즈락을 선보였다. 물론 장기호와 박성식은 이후 빛과 소금을 결성하게 된다.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 최이철이 신인여가수 한 명을 데려온다. 서울예전 실용음악과 1학년 학생이던 유주희였다. 아마도 기타 강의를 갖다 눈에 띄어 발굴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찬기획이란 기획사 대표에게 유주희를 소개를 해 준다. 당연히 앨범을 제작하기로 하고, 사랑과 평화와 빛과 소금이 곡을 만들고 편곡, 연주까지 맡아서 서포트 해 준다. 서라벌레코드에서 앨범을 찍기로 했다.

이 앨범에는 빛과 소금 3집에 들어 있던 곡 <진한 커피의 야상곡>을 먼저 녹음해서 발표했었다. <그대 떠난 빈자리>,<욕심장이>,<바쁜인생>,<비 오는 밤>등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다. 거의 빛과 소금 앨범이고 보컬이 유주희 느낌이다. 앨범에서 좋아하는 <비 오는 밤>이다. 1990년 10월 초 시장에 음반이 풀린다. 1989년 봄부터 기획되어 1990년 5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연습과 녹음까지 9월에 마무리 하고 10월에 발매했다. 하지만 음반은 예상대로 묻혀버렸다.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그 시대의 대중들에게 들려주지 못하거나, 홍보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다면 이런 앨범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10년 20년이 지나서 뒤 늦게 알려지는 앨범도 있다. 빛과 소금의 음악도 사실 그랬다. <샴푸의 요정>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그 앨범이 불티나게 팔려서 대박 난 앨범이 되진 못했다. 아무리 앨범이 좋아도 그걸 듣는 청자 들을 납득시키고 받아들여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빛과 소금은 시대를 조금 앞서있었다고 봐야겠다. 당시 음악관계자들과 마니아들로 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앨범이 발표된 당시보다 솔직히 뒤 늦게 회자 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유주희 1집 발매이후가 궁금해서 폭풍검색을 했다. 이문세 6집에서 <그게 나였어>듀엣을 했고, 몇 편의 드라마 음악을 불렀었다. 빛과 소금, 장필순, 조규찬의 공연코러스로 참여했다. 이후 신촌블루스 보컬로도 있었고 미국시애틀로 가서 재즈보컬공부를 이어갔고 2010년 이후 부터는 재즈보컬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 9월에 발표된 앨범이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장의 앨범을 더 발표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도 두 가지가 있다. 어둡고 묵직한 허스키가 있다면 반대로 밝고 상쾌한 허스키 보이스가 있다. 유주희가 약간 밝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가수다. 아는 후배가 유뷰트 동영상에서 빛과 소금의 <진한 커피의 야상곡>을 빛과 소금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자가 부르는 버전이 있다고 누구 목소리를 찾아 달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순간 유주희가 아닐까? 들어봤는데 그녀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유주희 1집 전곡이 전부 좋다. 빛과 소금 앨범을 좋아한다면 100% 플러스알파로 좋아할 만 하다. 눈에 보이면 무조건 덥썩 집어들어라~!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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