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이 – 제 7광구

‘7광구’라는 영화를 아는지? 수식어가 대단하다.

“한국 SF영화 맥을 끊어버린 망작. 한국 영화는 IMAX를 꿈도 꿀 수 없게 만든…”

작품이라는 오명을 쓴 영화다.

네이버 평점, 당연히 최악이다. 10점 만점에 3.34라는 어마 무시한 평점의 작품으로 ‘평생 보면서 기자 평론가 평점이 더 높은 영화는 처음이네’ 라는 관람객 평이 모든 걸 얘기한다. 사실 7광구 라는 곳을 이 영화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주목받았던 노래도 있었다.

정난이가 부른 <제7광구>라는 노래다. 이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72억 톤의 석유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로 출발했다. 이 보고서가 1969년에 나온 ‘에머리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대만과 일본 사이의 대륙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 매장된 곳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명시되어 있었고, 이를 본 주변국 대만, 일본,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 국제법 판례에 따르면 대륙붕은 기존 대륙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에 의해 개발권을 정했고 ‘대륙연장선’으로 한반도에서 이어지는 7광구 대부분이 한국 소유로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박정희 정부는 이 해역 일대에 우선 영유권을 선언했고, 석유 탐사 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당시 탐사 기술 부족으로 채산성 있는 석유 탐사에는 실패했고, 때마침 일본이 공동 탐사를 제안하면서 우리는 대륙붕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바로 제 7광구를 ‘한일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하고 1978년 발효해 50년 유효기간을 설정 2028년까지고 이후 상황을 봐서 연장이든 만료든 하기로 정한다.

그 당시 뉴스에선 연일 산유국에 대한 부푼 꿈을 보도했었고 일본이 딴지를 걸어 협정을 맺었다는 내용을 보도를 했는데 때마침 정난이가 <제7광구>라는 곡을 발표했다.

1980년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까지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이 산유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담겨있다. <제7광구> 이 노래는 펑키한 리듬에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한국적 펑키 사운드라는 평을 받았다. 지금 들어도 연주력이나 가창력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연주도 예술이고, 목소리도 최고, 브라스 적절하게 찔러주고 당시로는 파격적인 곡임에는 확실하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좋다.

가사를 잠시 살펴보면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제7광구 검은진주” 인상 깊은 가사가 바로 검은 진주 대목이다. 검은 진주는 바로 원유를 이야기한다. 당시 산유국에 대한 열망도 그대로 반영돼 이 노래가 발표됐고, 그런 염원이 이 곡의 히트로 이어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 곡은 큰 사랑을 받으며 세간에 알려졌다.

실제로 이 곡으로 정난이는 청와대에 가서 금일봉까지 받았다고 한다.

어쨌든 한중일 3국이 서로 눈치만 보고있는 상황이다. 7광구를 독식하려는 일본이 밑밥을 깔고 있다는 얘기부터, 중국은 호시탐탐 끼어들 준비를 한다는 얘기까지, MBC PD수첩에서는 그동안 주장이 경제성이 과장됐다는 내용의 보도까지 나갔다. 아직도 논란이 많은 상태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협정 종료 시점인 2028년이 다가오는 것은 확실하다.

노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 곡을 발표한 정난이는 이미 16살에 신중현 사단에 들어가 제2의 김추자로 불렸다. 1집 데뷔앨범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이 곡이 수록된 2집부터가 그녀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출세 곡이 됐다. 이 앨범의 편곡과 연주는 그룹 데블스가 맡았다고 한다. 과거 데블스가 추구한 음악 스타일이 디스코, 펑크, 소울로 봤을 때 이 곡의 히트는 데블스의 탁월한 연주도 한몫했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정난이 목소리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투정하듯 톡톡 쏘아붙이는 노래 창법이라고 할까? 지금 말로 쉬크한 스타일의 보컬 스타일이다. 잘 들어보면 김추자와 윤시내를 장점만 쏙쏙 뽑아 반반 섞어놓은 듯하다. 이은하의 느낌도 들고, 정수라의 느낌도 있는 암튼 묘한 개성 있는 목소리는 확실하다.

또, 무대에서 보여준 춤? 춤이라고 말하기 무색한 애매한 율동은 신비감마저 줬었다. 그리하여 정난이는 이렇게 2집까지 발표하고 성공했으니 당연히 3집을 준비했다. 81년 3집 ‘문을 열어주세요’, 82년 4집 ‘정든 사람’, 84년 5집 ‘굴레’ 85년 6집 ‘한 송이 들꽃처럼’까지 발표했지만, 영화 7광구처럼 발표한 앨범들이 거의 실패를 거듭했다. 덕분에 정난이 앨범은 희귀앨범이 돼서, 구하기도 어렵게 됐고,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쉽지 않다.

정난이 <제7광구> 거미줄 앨범을 보면서 ‘비슷한 재킷을 어디서 봤는데…? 분명 본 것 같은데 했더니 Millie Jackson의 [Caught Up] 앨범과 비슷하다.

이래저래 한 장 한 장 모았더니 정난이 앨범이 5장이 됐다. 3장 정도가 더 있는데 이놈들은 눈씻고 봐도 잘 안보인다. 음악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흑인음악을 토대로 한 펑키한, 소울틱한 음악이 주류고, 트로트 풍의 곡 또한 흑인필이 너무 들어갔다. 대중적인 훅이 없고, 귀에 쏙 박히는 한 곡 정도는 앨범에 다 있지만 뭔가 애매하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 봤다. 확실히 개성 있는 보이스컬러를 지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음악을 하던 가수가 있었다는 자체가 그것도 앨범이 여러 장 있었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정난이 제7광구 이 노래 한 곡으로 기억되기에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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