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1집

요즘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너무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창법과 몇 옥타브를 넘나든다는 공식 같은 목소리가 아닌 개인마다 가진 음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여자 가수들 중에 음색이 독특한 가수라면 한영애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학창 시절 노래 잘하고 예쁜 목소리의 가수들만 듣다 한영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은 꽤 오래갔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보세요~거기 누구 없소~’를 부르던 한영애, 아~노래를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를 알려준 분, 참 특이한 음색이었다.

보컬도 유행이 있고 시기별로 선호하는 목소리가 달라, 요즘은 음색의 시대로 개성 있는 보컬들이 무척 많은 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찾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독특한 음색이라면 정혜선 이 분을 따라올 사람이 있을까? 처음 들었을 때 이건 뭐지? 이 여자 노래를 왜 이렇게 부르지? 너무 특이했었다. 뭔가 어색하고 처음 듣는 미지의 존재 같았다.

이렇게 부르라고 해도 못 부를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자꾸 듣다 보면 계속 듣게 되는 묘한 매력. 혀 짧은듯하고 노래하면서 숨을 남들과 다르게 쉬나? 여자 전인권 스타일인가? 술 한잔하고 노래 부르나? 란 생각까지 들었다. 데뷔는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1회 대회였다.  대상은 ‘무지개’를 불렀던 조규찬이었고, 금상 없는 은상은 바로 정혜선이 부른 ‘나의 하늘’이었다.

이때 심사위원이었던 조동진이 눈여겨보고 노래를 만들어 가져와 보라고 했단다. 정혜선은 몇 곡을 후다닥 만들어 1992년에 발표하게 되는데 하나뮤직 1호 뮤지션이 바로 정혜선이었다. 손진태, 장필순, 조동익, 김효국, 김영석 등 당대 최고의 세션들이 이 신인가수의 앨범에 참여했었다. 전곡의 작사, 작곡을 해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고 당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흔치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 본 다면 정혜선의 존재는 확실히 특이했었다. 그리고 세상은 정혜선의 창법과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앨범은 쫄딱 망했고 시대를 앞선 것인지 특이해서인지는 시장에 유통되지 못한 2집 발매와 함께 정혜선은 사라졌었다. 그런데 뒤늦게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이 음반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났고 그렇지 않아도 망한 이 앨범은 구할 길이 없어 LP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았다고 한다. 이 CD는 94년 음악사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구한 앨범이다. 엄밀히 말하면 반품된 걸 챙겨놓은 CD로 나도 거의 듣지 않고 CD 장에만 처박혀 있던 앨범이다. 정혜선 LP 붐과 함께 재킷을 보는데 ‘어~이 앨범 난 CD로 있는데~’ 그렇게 뒤늦게 그 존재를 알게 된 앨범이다. 유튜브를 통해 한번 들어보시라!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단연 ‘오, 왠지’다

처음에는 노래를 왜 이렇게 부르지? 그 특이한 창법 때문에 헛웃음이 나다가도 자꾸 중독될지도 모른다. 매운맛에 중독되듯…. 이 음색에 중독되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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