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 Story

각 국가마다 문화마다 듣는 음악취향이 확실히 갈리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야 빌보드차트가 전 세계 팝음악을 하나로 묶어 주지만 각 국가별로 차트에 오르지 못한 같은 가수의 다른 노래들이 인기를 얻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앨범에서 차트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에서는 다른 노래가 인기를 얻고 히트하는 경우도 많았고,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노래와 가수들도 있다. 국가별로 좋아하는 음색도 있을 것이고 멜로디, 리듬, 가사도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는 다른 언어에 대한 이해도와 배경지식, 정서가 갖는 의미 파악 때문에 갈리는 경우가 많다. 즉각적으로 듣게 되는 멜로디와 리듬, 화성같은 이런 요소로 좋아하고 히트한 노래가 갈리는 경우가 있다. 단적으로 미국에서 히트한 앨범인데 차트성적 히트한 노래 외에 다른 노래들이 정서와 취향에 맞아 더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가수가 이런 경우다.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크음악 중에 좋아하는 가수이자 앨범들이다.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 이야기. 

1960년대 후반, 미국 FM 라디오의 폭발적인 인기와 당시 히피문화 사이키델릭 음악의 출현등 다양한 이유로 록과 포크음악, 흑인 알앤비음악 까지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길이의 노래를 방송할 수 있게 됐다. 이전시대에는 싱글형태의 방송용 음악은 2분~3분 정도의 짧은 길이를 유지했고 길어도 4분~5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60년대 후반에 등장한 사이키델릭 음악의 영향으로 음악들이 전반적으로 길어졌고 심지어 포크음악도 엄청난 길이의 노래들이 등장했다. 

예로 포크싱어 알로 거스리(Arlo Guthrie)의 18분 길이의 “Alice’s Restaurant”이 등장했다. 보통 이런 음악들은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느슨한 부분이나 간주에는 포크 블루스 형식을 가미했다. 이 당시 포크 음악 쪽에서 특히 미국 FM에서 인기가 많았던 곡 중에 한 곡이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의 13분짜리 대곡 “Legend Of The U.S.S. Titanic”이란 노래였다. 이 노래 역시 포크 블루스 형식을 따랐으며,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속사포 랩같은 중얼중얼 구술을 하며 시작한다. 마치 마라톤 독백을 13분 동안 이어가는 이야기였다. 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침몰한 타이타닉호와 관련해 일종의 긴 이야기를 청중에게 들려주는 구술사의 느낌이 더 강하다. 13분짜리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이 노래로 컬트적 지위까지 얻게 되는데 포크블루스를 말하는 히피였다. 이곡은 한편의 뮤지컬처럼 느껴질 정도로 제이미 브로켓의 초기 명함이었다. 심지어 어떤 평론가는 “컨트리 바로크 포크 로큰롤”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인기 있었던 이유는 무대 공연에서 빛이 날만큼 가장 표현력이 뛰어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명성을 얻었다. 더군다나 이 노래는 일종의 서구 문명의 침몰에 대한 은유였다.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하면서 방송 제의가 정말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은 뉴잉글랜드에 기반을 둔 포크 싱어였다.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1969년부터 1970년 초반까지 첫 번째 앨범을 발표했을 때 컬트적인 지위까지 누리는 영광을 얻었었다. 1960년대 중후반에 매사추세츠와 보스턴의 많은 클럽과 커피하우스에서 정규 연주자로 활동했었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고 고향 작은 뉴잉글랜드 마을도 그리 탐탁하지 않았다.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나이가 들자마자 집에서 도망치는 나와서 떠돌이 생활을 한다. 처음에는 포크음악의 명소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한동안 살다가 서쪽으로 이사하면서 밭에서 담배를 수확하고 이주자들과 함께 농작물을 따는 일부터 전문 로데오 라이더, 트럭 운전사, 식기세척, 카니발 근로자, 경호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북미 대륙 전체를 히치하이킹한 뒤 보스턴에 정착을 한다.

수년 동안 여행을 하며 “Road Warrior”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음악계에서 그나마 친한 친구는 댄 포겔버그(Dan Fogelberg)정도였고, 존 바에즈(Joan Baez), 리치 헤븐스(Richie Havens), 죠니 미첼(Joni Mitchell), 쥬디 콜린스(Judy Collins), 톰 팩스톤(Tom Paxto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동시대에 함께 활동하며 같은 무대에 섰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을 계속 이어갔지만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은 두 번째 앨범이후 경력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당시 팝 페스티벌 포스터를 보면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추측이 가능하다. 라인업에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와 밴 모리슨(Van Morrison)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포크싱어이자 작곡가인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의 데뷔 앨범인 <Remember The Wind And The Rain>은 “Legend Of The U.S.S. Titanic” 한 곡으로 평가하기에 애매하다. 미국내에서는 이 곡이 인기가 높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곡을 뺀 나머지 곡들이 내취향이다.

감성적인 측면의 타이틀 트랙 “Blue Chip”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반권위주의적인 히피 찬가인 “Talkin’ Green Beret New Super Yellow Hydraulic Banana Teeny Bopper Blues”가 15분짜리 “Legend Of The U.S.S. Titanic”과 그마나 짧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Nowadays”가 있고,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노래와 제목만 같은 “Suzzane”이 있다. 그리고 밥 딜런(Bob Dylan)도 불렀던 “One Too Many Mornings”가 수록되어 있는데 밥 딜런(Bob Dylan)과 대조되며 확실히 노래의 분위기와 보컬은 제이미 브로켓이 훨씬 낫다. 잃어버린 삶과 비극적인 가사를 지닌 “Bag On The Table”로 첫 번째 데뷔앨범은 마무리된다. 

두 번째 앨범 <Jaime Brockett 2> 나올 때 제이미 브로켓의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그래서 레이블은 스튜디오를 급습해 미완성 상태의 마스터테이프를 갈취하듯 가져가 두 번째 앨범을 출시해버린다. 이 앨범에서 좋아한 노래는 “Morning Song For Sally”라는 잔잔한 포크송을 좋아했다.

어쩌면 가장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 스타일이 이런 곡들이었지만 사람들이 듣길 원하는 노래는 재밌게도 “Legend Of The U.S.S. Titanic”였다. 이 노래는 제이미 브로켓이 발표한 노래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이상한 곡이었다. 제이미 브로켓(Jaime Brockett) 앨범의 노래와 스타일은 내성적인 포크 발라드로 가득했는데 유일하게 이 곡만 전형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방송을 듣고 “와~ 이 신기한 이 노래를 뭐야?”라는 느낌으로 청취자들은 이 재미있는 곡에 열광했고 LP(Vinyl)를 구입했다. 노래제목처럼 “Legend Of The U.S.S. Titanic” 이렇게 전설이 됐지만 앨범의 나머지 노래들과 제이미 브로켓의 경력 전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노래가 저주가 되어 발목을 잡은 경우였다. 사람들은 옛날이야기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이 코믹한 역작에만 열광했고 다른 곡들은 그저 심심하고 느릿느릿 따분한 노래로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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