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Joji) Story

코로나 시국에 LP음반을 미친 듯이 질러댔던 적이 있다. 매일 매일 택배 알람이 울렸고  그날도 어김없이 택배 알람이 하나 울렸다. ‘코로나로 어쩌고 저쩌고 집앞 현관문 앞에 놓고 갔다’는 일상적인 문자였다. 퇴근하면서 확인했더니 딱 봐도 LP음반이 담겨있을 박스를 현관 앞에서 발견했다. 우선 와이프 몰래 신발장 구석에 슬그머니 밀어 넣었고 애를 재우는 사이 후다닥 방에 들고 들어왔다. 당시 예약 구매한 것들부터 여기저기 쇼핑몰에서 주문해 놓은 앨범들이 있으니 그 중 하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박스를 뜯었다. 그런데…. 그런데…. 난생 처음보는 앨범이었다. Joji

Joji 잘못 주문한 앨범

‘아~ 이 앨범은 뭐지? Joji ? 당황스러웠다. 처음보는 앨범인데 누구인지 조차 모르겠다. ‘순간 아는 지인이 나에게 선물을 했나? 아니면 잘못 배송된건가??’ 운장을 몇 번을 봐도 내 이름이고 음반 쇼핑몰이었다. ‘아~이건 도대체 뭐지?? 난 이런 앨범을 주문한 기억이 없는데…..’ 자그만치 30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봤다. 그리고 카드결재내역과 네이버스토어 결재 내역을 들여다봤는데 분명 내가 결재한 것이 맞다. 결재일과 날짜를 되짚어 보니, 그제서야 며칠전 회사 회식 술자리가 생각났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회식자리가 생겼고, 6명이 옹기종기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알람 문자 하나를 받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퍼즐이 맞춰졌다. 소주는 10병정도 소비된 상황이었고, 알딸딸한 상황에서 문자를 받았는데, 어떤 동호인이 올린 죠지의 LP발매 알람이었다.

‘와~대박대박 이건 무조건 사야지~’ 하고 결재한 음반이었는데 내가 알딸딸한 상태에서 잘 못 본거였다. “죠~오~지~ George~”가 새 앨범을 LP로 발매한 줄 알았다. 김현철 앨범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Drive 는 한동안 차에서 주구장창 들을 정도로 좋아한 곡이다. 그래서 죠지 노래들을 찾아 듣고 있었고, 김현철도 좋지만 죠지의 멋진 센스가 돋보이는 곡이라 늘 생각했다.

사실 예전부터 죠지라는 친구를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시티팝 분위기의 감성이나 음악들이 좋았다. ‘아니 도대체 언제 작업을 부지런하게 해서 이런 앨범을 낸거지? 착실한 친구구만~’ 바로 그 자리에서 앞뒤 따지지도 않고 결재를 해버렸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처럼 몇 장 한정발매 딱지 붙어있으면 바로 품절되는 상황을 여럿 겪고 뒤늦게 프리미엄 붙여 사는 생활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일단 결재부터 하고, 그제야 음반을 살펴보는 상황에서 품절에 대한 조바심에 결재부터 질렀던 것이다. 알람 뜨고 결재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고 헛웃음이 났다.

‘George를 Joji 랑 착각을 하다니….아 술이 웬수다 웬수야…..생전 알지도 못하는 앨범을 덥석 구매하다니…’ 쟈켓을 한참 들여다봐도 모르겠고 유튜브부터 검색을 해 봤다.

단순변심에 의한 반품은 안 될 것이고, 장터에 올려 헐값에 팔 것인지? 그냥 들어볼 것인지?? 유튜브를 열었고 제일 위에 있는 노래를 클릭했는데 뮤직비디오와 함께 뜨는데 음악이 생각보다 너무 좋다. 앗 이 가수는 뭐지? 처음 보는 가수인데…음색이며 분위가가 괜찮다.

한 곡 한 곡 차분히 들어봤다. 요즘 유행하는 음색이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 After Sex), 혼네(Honne) 같은 분위기에 나쁘지 않다. 이 노래 저 노래 들어보고 계속 듣기로 결정했다. 모르는 가수, 처음 보는 앨범에서 의외의 발견을 한 느낌이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몰랐던 새로운 가수의 새 앨범을 하나 발견한 해프닝이었다.

Joji 이 친구는 누구지?

Filthy Frank 혹은 Pink Guy로도 잘 알려진 일본계 아티스트 Joji. 원래 거침없는 풍자와 독특한 유머로 정평 난 인기 크리에이터였으나, 이따금씩 선보이던 자작곡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201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행로를 걷기 시작했다. 트립합과 R&B, 일렉트로닉의 문법과 소울풀한 보컬, 미니멀 다운템포 스타일을 주로 구사하는 그의 노래엔 우울과 무기력감, 반항심이 짙게 깔려 있는데, 그가 음악에 비춰내는 이런 진중한 표정과 인간적인 면모는 Joji의 반전 매력 캐릭터와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뒷조사를 해봤다. 그런데 완전 똘아이 대박이다. 앨범을 발표했을때는 굉장히 멀쩡해 보인다. 컨템퍼러리 R&B 싱어송라이터로 요즘 유행하는 찰진 음색의 무난한 싱어송라이터인데 가수 데뷔 이전이 웃긴다. 2010년대 영미권에서 가장 파급력있는 유튜버였다.

유튜버로 활동했을 때 이름은 필티 프랭크(Filthy Frank)였고, 충격적인 기행과 더불어 풍자가 넘쳐나는 블랙코미디영상으로 인기를 얻었던 한마디로 관종 유튜버였다. 필티프랭크라는 이름을 앞세워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했고 그런 입담에 병맛에 똘기 넘치는 음악을 올려서 활동을 했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은 음악가로서의 활동이었다. 당연히 필티 프랭크로 활동은 그의 음악활동에 발목을 잡게 된다. 똘기 넘치는 웃긴 영상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그의 진지한 음악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양날의 검이 됐다. 악플과 음악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당연히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유튜브 활동은 중단한다. 그리고 2018년에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한다. 

Joji 그의 가수 활동과 앨범 평가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연히 있었지만, 유튜브로 쌓은 팬들과 출중해진 작곡 실력으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앨범에서 “Slow Dancing In The Dark”는 유튜브 조회수 3억8천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히트를 기록한다.

2022년에 발표한 싱글은 각종 글로벌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유뷰터 생활을 접고 뮤지션의 길을 택한 조지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또 다른 길을 개척했다. 2020년에는 그 유명한 지미 팰런 투나잇 쇼에 정식으로 TV에 데뷔까지 한다. 내가 모르고 주문한 앨범이 바로 2020년에 발표된 그의 2집 정규앨범이었다.  2018년에 발표된 1집 [Ballads 1]이후였고 올뮤직평점 별4개를 획득했다. 

‘놀면 뭐 하니’의 유재석을 보면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를 확장해 나간다. 김신영도 페르소나를 앞세워 자신을 본캐와 부캐를 만들어 가고, 다나카상, 카페사장 최준등등 부캐 전성시대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캐릭터, 엄밀히 말하면 다중이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이 많다.

그런데 조지라는 인물은 오히려 페르소나 부캐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더니 본캐에 더 집중하는 뮤지션의 길을 택한 똑똑한 선택을 한다. 제일 잘하는 것보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을걸 하는 조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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