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반은 절대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책과 음반은 절대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아끼던 나윤선 음반을 빌려줬지만 못 받음 지금도 배가 아플 정도다. 나중에 다시 구하긴 했지만 긴 시간이 허비 됐다. 어디 그 뿐인가?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로 책, 옷, 악세사리, 가방, 지갑, 화장품, 음반, 각종 스포츠용품 등등 온갖 물건들은 결국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고는 빌려가는 경우가 많다. 불행중 다행으로 받을수 있다면 걱정없이 빌려주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물건도 이러한데 돈은 또 어떤가? 아니 돈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것이 좋다. 인간관계까지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유약하다.

책과 음반은 절대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경험상 책과 음반을 빌려주고 돌려받은 경우는 흔치 않다. 그 심리가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한번 들어가면 왜 다시 나오지 않을까? 차일피일 미루거나 못 찾겠다. 깜빡했다. 누굴 또 빌려줬다. 별별 핑계를 다 댄다. 보통은 다시 구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그런데, 구하기 힘든 앨범일 때는 배가 아프고 약이 바짝바짝 오른다.

나에게 그런 앨범이 몇 장 있는데, 그중에 한 장이 바로 바로 나윤선 ‘Refrectory’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탱고 등 다양한 월드뮤직과의 만남을 이뤄냈다. 이 앨범이 나온 계기는 아마도 부다바 5집 컴필레이션 앨범에 나윤선의 곡 <Road>가 수록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당시 유럽에서 활동 중인 나윤선의 노래가 세계적인 클럽 부다바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됐었고, 한국어와 영어로 불러진 이 노래가 일렉트로닉, 라운지 클럽 모음집에 이례적으로 소개되어 화제가 됐었다.

기존 나윤선 스타일과는 거리감이 있는 노래였고 굉장히 몽환적으로 리믹스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이다. 부다바 5집이 2003년에 발표됐고 이후 나윤선이 2005년에 발표된 앨범이 바로 ‘Refrectory’다. 탱고곡 <Tango De Selos>를 특히 좋아했다. 이국적인 탱고리듬에 일렉트로닉이 가미됐고 나윤선의 보컬이 어우러진 멋진 트랙이다.

그런데 바로 이 앨범을 분실했다. 엄밀히 말하면 술 마시고 자랑하다. 친구에게 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 빌려준 것조차 까먹었다. 며칠 뒤 이 앨범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것이다. CD장을 발칵 뒤집었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곰곰이 복기를 해봤는데 바로 그 놈이 같이 술을 마시며 바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데, 듣고는 빌려 달라고 졸라서 술김에 빌려준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은 아이튠즈에 립핑해 놨다는 것이 위안은 되지만, 그래도 CD를 더 선호하는데,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거의 15년이 넘었으니, 이 앨범은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 얼마전 알라딘 중고 장터에서 이 음반을 어렵게 어렵게 장복해 있다 겨우 구했다. 이후 난 절대 책이나 음반은 빌려주지 않는다. LP는 더더욱 빌려주지 않는다. 그냥 주거나 팔면 팔았지…음반은 빌려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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