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 Story

모델인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믹 재거와 에릭 클랩튼, 케빈 코스터너와 염문을 뿌리고 다닐 때였고 당시 얼굴값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1986년 19살의 나이로 패션모델로 데뷔해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클라우디아 쉬퍼 등과 함께 1980-90년대 모델계를 그야말로 주름잡았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 프라다, 디올, 돌체앤가바나, 입생로랑, 베르사체의 모델로 활약했었다. 특히 잔니 베르사체가 가장 아낀 뮤즈였다. 그런데 2000년 초반 뜬금없이 그녀의 이름을 접한 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었다. 모델 활동을 접고 음반을 발매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앨범이 나쁘지 않았고 굉장히 매력적이라 적지 않아 놀랐었는데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2008년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와의 결혼으로 프랑스 영부인이 됐다. 대체 이 여자 뭐야? 드라마틱한 그녀의 인생이야기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 Story.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태어났다. 공식적으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마리사 보리니와 아버지는 클래식 작곡가이자 사업가인 알베르토 브루니 테데스키의 딸이다. 브루니 집안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타이어 회사 재벌로 한마디로 재벌상속녀로 상당히 부유하게 자랐다. 유년 시절 기억으로 카라얀과 마리아 칼라스를 집으로 초청해 가족 음악회를 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70-80년대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테러단체의 납치 위협을 피해 1975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칼라 브루니는 7살 때부터 프랑스에서 자랐고 학교는 스위스의 기숙학교를 다녔다. 19살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한다.

모든 막장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기 마련인데 카를라 브루니 역시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2008년에 브루니 본인이 밝히길 친부는 이탈리아계 브라질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우리치오 레메르트로 어머니와 6년 동안 내연관계였고 이때 생긴 자식이 바로 카를라 브루니였다.

타블로이드 언론의 표지에는 루이스 베르티냑, 믹 재거, 에릭 클랩튼, 케빈 코스트너, 장 쟈크 골드만, 뱅상 페레, 레오까락스, 샤를 베링, 빈센트 페레즈 등등 수많은 유명인들과의 염문이 등장했다. 패션모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대단한 커리어 만큼이나 남성편력 역시 정평이 나 있어 수많은 이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그 중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막장드라마를 시전한 일이 있었으니 앙토방 부자와의 스캔들이었다. 19살 연상의 유명 출판인 장 폴 앙토방과 동거중에 그의 아들인 라파엘 앙토방과 그만 사랑에 빠진 것이다. 부자지간을 오가며 사랑에 빠진것인데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인 라파엘 앙토방은 카를라 브루니보다 7살이 어렸었다. 문제는 라파엘 앙토방은 유부남이었고 그의 아내인 쥐스틴 레비는 임신한 상태였다. 라파엘 앙토방과 카를라 브루니는 쥐스틴 레비에게 이혼과 낙태를 요구했고, 이 일로 쥐스틴 레비는 몇 년간 약물 중독에 빠져 지내게 된다. 라파엘 앙토방과 카를라 브루니는 이후 동거하고 2001년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듯 보였지만, 2007년 관계는 파국을 맞이한다.

2007년 11월 카를라 브루니는 엘리제 궁에서 열린 파티에서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를 만났고, 둘은 2008년 만난 지 2개월 만에 초스피드 결혼까지 하는데 당시 사르코지는 두 번째 전부인과 이혼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이혼과 동시 카를라 브루니와 결혼하면서 세기의 스캔들이란 평을 받았다. 둘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다.

1987년 19살의 나이로 모델에이전시와 계약하며 디올, 지방시, 파코라반, 입생로랑, 샤넬, 베르사체 등 1990년대 브루니는 최고 연봉을 받는 패션모델이 된다. 해외 패션모델 정보사이트 모델스닷컴에서는 카를라 브루니를 레전드 모델로 분류하고 있다. 이때 에릭 클랩튼과 믹재거와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1997년 칼라 브루니는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패션계를 떠난다. 1999년 인기 뮤지션 줄리앙 클레르(Julien Clerc)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이 쓴 가사들을 보여주고 이 중에 6개 트랙을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동안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대형 음반사가 아닌 소규모의 독립레이블에 자신의 곡을 보냈고, 그쪽에서 곡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 당사자가 모델 카를라 브루니였으니 그 레이블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3년 데뷔 앨범 <Quelqu’un M’a Dit>를 발표해 200만 장이 팔리며 깜짝 히트를 기록하는데 프랑스 대중음악 역사상 13번째로 많이 팔린 여성 가수 앨범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데뷔 앨범은 그녀의 우상이었던 포크싱어 조니 미첼(Joni Mitchel)과 프랑스의 전설적인 뮤지션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영향이 잘 드러나는 송라이팅이 이색적이다. 음반의 프로모션 비디오는 영화 감독 레오 까락스(Leos Carax)가 만들어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앨범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빅투아르 드 라뮤지크에서 최우수 여성 아티스트 부문을 석권했다. 타이틀곡 “Quelqu’un M’a Dit”는 영화 [500일의 썸머]의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트랙의 “L’amour”를 좋아했다.

2006년에는 영어로 노래한 앨범 <No Promises>를 발표한다. 예이츠, 에밀리 디킨스, 도로시 파커, 크리스티나 로세티를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작품들을 토대로 작곡됐다.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루 리드(Lou Reed)가 리딩을 담당했으며 시 작품들로 이뤄진 영어 가사였기에 영국가수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이 발음 지도를 했다고 한다. 음반은 유럽 내에서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지만, 데뷔 앨범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불어에 어울리는 목소리지 영어로 이루어진 가사였기 때문에 전달력의 문제가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2008년 세 번째 앨범 <Comme Si De Rien N’etait>를 발매하는데 이 앨범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앨범이 됐다. 당시 대통령 사르코지와의 결혼한 직후에 발표됐는데 심지어 앨범 출시를 위해 G8 정상회담 일정을 늦출 정도로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앨범은 차트정상에 직행했고 포크음악을 기반으로 1960년대의 프렌치팝과 보사노바, 플라멩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카를라 브루니의 음색으로 가득 채웠다. 수익금 중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올리버 스톤의 영화 [킬러] 사운드 트랙과 [슈렉]에 수록된 밥딜런(Bob Dylan)의 “You Belong To Me”를 녹음하는데 탁월한 선곡과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려 한동안 열심히 들었던 노래였다. 사실 이곡은 1952년에 발표한 조 스태포드(Jo Stafford)가 스탠다드 재즈 스타일로 부른곡이 원곡인데 카를라 브루니는 밥 딜런 스타일의 영향을 더 받은 편곡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불러 확실한 그녀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2013년에 네 번째 정규앨범 <Little French Songs>가 발표된다. 이 앨범은 영부인으로서 외부 일정과 의무로 다양한 미디어와 예술가로서의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다. 네 번째 앨범은 1960년대 프랑스 샹송에 대한 일종의 헌정 앨범이었다. 세르쥬 갱스부르, 에디뜨 삐아프, 샤를르 아즈나부르, 조니 미첼에 대한 차용과 언급이 등장한다.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는 자신의 보컬 스타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한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고음역이 강한 노래는 거의 피했고 친밀하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기존의 스타일을 잘 유지했다.

2017년 다섯 번째 정규앨범 <French Touch>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가 함께 작업한 앨범으로 1940년대 영화 삽입곡부터 70-90년대 팝과 록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버해 선보였다. 카를라 브루니의 앨범을 처음 접한다면 이 앨범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데뷔 앨범과 이 앨범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앨범이다.

카를라 브루니 자신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스탠다드 재즈를 재해석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음악부터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AC/DC, Abba, 루 리드(Lou Reed) 등등 전반적으로 본인의 음색과 개성에 잘 맞는 곡들로 전 트랙이 너무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들로 선곡 하나는 끝내준다.

특히 태미 와이넷(Tammy Wynette) 의 “Stand By Your Man”은 국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누나]에 삽입곡으로 쓰이면 더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2018년 내한공연 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2020년 여섯 번째 정규앨범<Carla Bruni>를 발표한다. 사르코지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고 브루니도 더이상 영부인이 아닌 상태에서 발표된 앨범으로 엘리제궁에서 해방된 카를라 브루니는 이 앨범에서 절제된 매력과 더욱 깊어진 목소리와 노래로 돌아왔다. “Quelque Chose”, “Comme Si C’estait Hier” 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마저 풍긴다. 기존에 포크 음악에 기반을 뒀다면 이 앨범에서는 재즈에서 영감을 받은 측면이 더 있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듣기에 쉽고 우아한 앨범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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