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a Bley 그녀의 첫 이미지는 딱 빗자루 머리다. 헤어스타일 하나로 모든 시선을 압도한다. 범상치 않겠군, 이 여자 뭐지? 헤어스타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라니, 그리고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잊지 못한다. 재즈는 재즈인데 뽁짝뽁짝 대규모 악기 편성에 쉬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멜로디에 난해했다.
Carla Bley는 누구?
그녀의 이름은 칼라 블레이(Carla Bley)다. 작곡가이자 건반 연주자고 무엇보다 밴드 리더다. 재즈씬에서 여성 보컬은 많다. 그에 비해 여성 연주자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여성 밴드 리더, 마스터는 드물다. 칼라 블레이가 활동했던 시대만 놓고 보면 전무후무하다.
1936년생이니 90을 바라보는 나이다. 칼라 블레이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피아노 교사이자 교회합창단장인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다. 17살에 뉴욕으로 이주하며 유명재즈클럽 버드랜드에서 담배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그때 오로지 독학으로 어깨너머로 배우고 습득하고 재즈를 흡수했다.
“재즈를 공부하는 최고의 방법은 오직 듣고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태도”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재즈를 스스로 체득해서 익혔다. 버드랜드에서 매일 매일 유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지켜보며 독학으로 곡까지 썼고 이때 틈틈이 써두었던 곡을 재즈 연주자들에게 들이밀며 자신의 곡을 연주해달라며 악보를 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Carla Bley 첫 번째 결혼 : Paul Bley
그녀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건 폴 블레이(Paul Bley)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폴 블레이와 결혼하며 칼라 블레이(Carla Bley)가 된다. 초기에는 확실히 남편 폴 블레이의 도움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결별하는데 이혼 후에도 남편이 성인 블레이(Bley)를 계속 쓰고 있다. 아마도 직업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쌓아놓은 명성을 이름을 바꿔가며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Carla Bley 두 번째 결혼 : Michael Mantler
1964년대에 들어서는 제대로 음악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아방가르드한 재즈를 연주하기 위해 ‘재즈 작곡가 길드’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때 두 번째 남편 트럼펫터 마이클 맨틀러(Michael Mantler)를 만난다. 둘은 Jazz Composer’s Orchestra를 공동으로 이끌며 스케일 큰 빅밴드 스타일의 아방가르드 재즈와 프리재즈 음반들을 쏟아낸다. 아마 가장 난해한 시기가 이때쯤이다.
이때 세간에 충격을 준 앨범을 하나 발매하는데 재즈 오페라로 불리는 작품을 발표한다. [Escalater Over The Hill] 앨범인데 악보만 159페이지 분량이고 3년에 걸쳐 대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재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칼라 블레이는 하고 있었다.
세번째 결혼 : Steve Swallow
1991년 마이클 맨틀러와 이혼하고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와 결혼했다. 1987년에 발표된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의 [Carla] 앨범을 2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이때 둘의 관계는 그때 더욱 견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Carla] 앨범에는 “Afterglow”라는 곡이 한 곡이 있는데, “Lawns”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스티브 스왈로우는 첫 남편 폴 블레이와 1960년대부터 트리오로 활동했었다. 칼라 블레이 밴드에 멤버로 합류한건 1978년경부터였고 이미 1980년대부터 음악적으로 로맨틱한 파트너였다. 1987년에 “Lawns”,“Afterglow”이 두 곡만 들어도 둘 사이의 호흡과 앙상블이 얼마나 좋았는지는 잘 드러난다.
재즈 역사에 폴 블레이, 마이클 맨틀러, 스티브 스왈로우는 모두 중요한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들과 부부의 연을 맺은 칼라 블레이 또한 평범과는 애당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칼라 블레이의 세 번의 결혼은 자신의 음악에 영감이 되어준 남자와 결혼한 것은 아닌지? 실제로 칼라 블레이의 음악적 변화는 이들과의 결혼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어 보인다.
칼라 브레이(Carla Bley) – Lawns
칼라 브레이의 그나마 가장 듣기 편한 쉬운 발라드가 바로 “Lawns”이다. 1987년에 발표한 앨범 [Sextet]에 실렸고, 칼라 블레이의 곡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각종 라이브 실황클립을 보면 칼라 블레이가 이 곡을 연주하는데 사실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는 밴드 멤버 래리 윌리스가 연주했고, 칼라 블레이는 오르간을 연주했었다.
이 곡의 특징이라면 곡 시작부터 동일한 베이스 리프를 기반으로 하는 최면적인 곡이다.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 자꾸 뭔가에 홀리게 만드는 곡이라서 최면을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칼라 블레이가 피아노를 남편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가 베이스를 연주해 주고 있다. 라이브 클립을 보면 피아노를 치면서 남편을 바라보는 칼라 브레이와 지긋이 미소를 띄며 베이스로 리듬을 든든하게 받혀주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곡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악기로 대화를 나누는 이것이야말로 재즈구나를 느끼게 하는 연주곡이다.
참고로 2018년에 국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칼라브레이 트리오로 공연을 했을때 이 곡을 앵콜곡으로 연주해 현장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도 존재한다.
다양한 버전과 평가는?
재밌는 것은 재즈 기타연주자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가 이 곡을 녹음한 버전도 있는데 거기에서도 베이스 연주는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가 맡았고 스코필드 버전은 더 블루지하고 에너지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해석했다. 참고로 이 곡은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다양한 악기로 레코딩한 버전도 있고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부른 버전도 있다. 재즈는 같은 곡을 각자의 해석으로 들려주는 매력이 넘치니 찾아들어보길 추천한다.
칼라 블레이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늘 바람처럼 자유롭게 그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프리재즈, 아방가르드 재즈, 심지어 록과 팝 앨범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밴드 리더로 작곡과 편곡 지휘까지 모든 걸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어떤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