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토(Carlito’s Way) OST

영화 <칼리토>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알 파치노 주연의 작품으로 1993년에 개봉한 범죄 드라마 영화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전작 중 <스카페이스>와 분위기나 마피아 이야기는 서로 연계된 느낌의 작품이지만 주제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 느와르 영화의 최고봉, 교과서라는 찬사가 붙어있는 작품으로 영화 마지막 지하철 역 추격씬은 정말 긴장감이 압도적으로 끝내주고 입 벌리고 보게 되는 작품으로 안타까운 엔딩은 인생의 허무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과거의 작은 실수가 나비효과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어쩌지 못한 채 지금의 내가 된 회환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더욱 끝내주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바로 OST에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조 카커(Joe Cocker)의 “You Are So Beautiful”이 계속 아른거리지만 이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클럽이라는 배경과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낸 선곡들 70년대의 디스코 히트곡들을 퍼부어 주고 있다. 영화 내내 흐르는 디스코음악들은 그 어떤 소품보다 더 훌륭하게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칼리토 OST.

<칼리토>는 첫 장면부터 주인공 칼리토(알 파치노)가 총을 맞고 죽어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맞이하며 후회로 가득 찬 지난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칼리토는 과거 마약 거래로 30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지만, 5년 만에 가석방된다. 오래 동안 뒷골목 생활을 하던 칼리토는 정상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는 바하마에서 차 임대업을 꿈꾸고 있었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 변호사 데이브가 지분을 갖고 있는 클럽을 운영하게 된다. 

꿈을 위해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는데 어느 날 옛 애인 게일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와의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더욱 열심히 클럽 일을 한다. 그런데 변호사 친구 데이브에 의해 다시 범죄에 말려들게 된다. 거기에 신흥 마피아 보스 베니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다. 

‘칼리토’는 알 파치노의 명연기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전작 ‘스카페이스’와 마찬가지로 마피아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과 배신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또한 주인공의 삶에 대한 회한과 좌절감 등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재밌게도 ‘스카페이스’가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 반면, ‘칼리토’는 상대적으로 폭력성이 덜하다. 또한 주인공의 성격도 차이를 보이는데 ‘스카페이스’의 주인공은 악랄하고 잔인한 성격인 반면, ‘칼리토’의 주인공은 정의감도 있고 가족애가 강한 인물로 범죄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을 테마는 ‘스카페이스’는 주인공의 권력 욕구와 배신을 다룬 반면, ‘칼리토’는 주인공이 범죄에 말려들어가는 과정과 그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편이다.

결말도 ‘스카페이스’는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를 보여주는 반면, ‘칼리토’에서는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한을 느끼며 끝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요약하자면 칼리토와 스카페이스는 모두 마피아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과 배신을 주요 테마로 다룬다. 두 작품 모두 마피아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배신, 권력 다툼 등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이를 통해 범죄 조직의 부패상을 고발한다. 특히 칼리토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반면, 스카페이스는 폭력성이 두드러진다.

<스카페이스>에는 없고 <칼리토>에 있는 것이 바로 끝내주는 영화 OST다. 칼리토의 음악 슈퍼바이저는 젤리빈 베니테즈(Jellybean Benitez)로 영화 속의 디스코 클럽 장면에서의 분위기를 정말 70년대답게 뛰어난 선곡들의 향연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는 단연 영화의 사랑의 테마곡은 조 카커(Joe Cocker)의 75년도 No.1 싱글 “You Are So Beautiful”이다. 칼리토가 옛 애인 게일을 다시 만나면서부터 그녀를 위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영화 OST에는 영화에 쓰인 곡이 아닌 키보디스트 빌리 프레스톤(Billy Preston)이 리메이크한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를 보고 OST를 구입했다 조 카커(Joe Cocker)노래가 빠져 있어 그 당시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이 OST는 정말 버릴 곡이 한 곡도 없고 다 좋은데 조 카커(Joe Cocker) 노래까지 들어갔다면 100점 만점에 120점일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당연히 조 카커(Joe Cocker) 앨범을 따로 구입하는 수고가 뒤따랐다.

사운드트랙 1번 트랙과 6번 트랙은 오제이스(O’Jays)의 노래가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번째 트랙의 “I Love Music”은 1976년 빌보드 5위 히트곡으로 로잘라(Rozalla)가 리메이크한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여섯 번째 트랙 오제이스(O’Jays)의 대표적인 히트곡 “Backstabbers”가 들어가 있다.

디스코 시대의 문을 열었던 팀 중에 휴 코퍼레이션(Hues Corporations)의 대표곡 “Rock The Boat”가 있는데 이 노래도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 국내에서는 광고음악으로도 종종 쓰이는 KC & The Sunshine Band의 1975년 빌보드 1위곡 “That’s The Way I Like It”도 들어가 있다. 또한 유명한 곡들로는 영화 <물랑루즈>에서 리메이크됐던 원곡 라벨(LaBelle)의 “Lady Marmalade”, MSFB(Mother Father Sister Brother)의 “T.S.O.P (The Sound Of Philadelphia)”가 클럽과 영화 속에서 흘러나온다. 

확실히 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초반은 디스코의 시대였다. 70년대 미국의 팝음악의 가장 큰 조류는 디스코열풍이었고 특히 나이트클럽과 같은 댄스홀에서의 배경음악은 디스코와 찰떡궁합이었다. 디스코의 불을 지핀 건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비지스(Bee Gees)의 음악이었지만 같이 붐업시킨 디스코음악의 대표가수들은 거의 흑인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보컬들의 디스코는 이런 인기를 견인했던 상황이었다. 

셜리 린(Sheryl Lynn)의 “Got To Be Real”과 죠지 맥크레(George McCrae)의 히트 넘버 “Rock Your Baby”를 에드 테리(Ed Terry)의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극중 알 파치노가 맡았던 칼리토는 푸에토리코 출신의 마피아로 등장하는데 이를 반영하듯 자연스럽게 라틴음악들도 등장한다. 산타나(Santana)의 “Oye Como Va”나 마크 앤써니(Marc Anthony) “Parece Mentira”, 레이 바레토(Ray Barretto) “El Watusi”도 수록되어 이국적인 정취와 캐릭터의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Pillow Talk”이다. 1973년 실비아 로빈슨(Sylvia Robinson)이 불러서 히트 시켰던 노래를 시오나(Siona)라는 여성싱어가 불렀는데 원곡의 느낌을 훨씬 더 잘 살렸다. 참고로 실비아 로빈슨은 힙합의 탄생에 기여한 힙합의 어머니로 불리고 힙합레이블 슈가힐갱을 만든 인물이다. “Pillow Talk”는 배갯머리송사 정도로 이해될 만큼 부부사이 배갯머리에서 애정의 속삭임 사랑의 밀어 정도 될 것 같다. 중간에 굉장히 야한 신음소리도 원곡보다 시오나(Siona)가 훨씬 더 잘 살렸다. 

알파치노, 브라이언 드 팔마, 프로듀서 마틴 브레그먼 세사람이 <스카페이스>이후 몇 년 만에 만나서 또 하나의 느와르 명작을 만들었고, 이 영화가 더 좋아진 이유는 단연 뛰어난 선곡력이 한 몫 단단히 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디스코가 들어있다. 디스코의 시대는 분명 지났지만 주기적으로 디스코 음악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면서 발표되고 있다. 이 영화는 마피아영화이고 느와르 영화지만 70년대 디스코시대에 대한 회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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