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어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처음 듣고 홀딱 반하는 앨범이 있다. 귀에 속속 박히는 멜로디와 화음, 개인의 취향을 저격한 앨범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다 듣게 되고 또 듣고 싶어지는 앨범이다. 이렇게 첫 앨범을 만나고 뒤이어 다음 앨범을 들었는데 두 번째 앨범이 훨씬 더 좋다면 단박에 팬이 되어 버리고 새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CD부터 구입했지만 바이닐(Vinyl) LP발매 소식에 한 장 한 장 사모아왔다. 정규앨범 바이닐은 어찌 다 구했는데 Versus LP는 없다.

킹스 어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라는 팀이 나에게는 그랬다. 마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화음과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섬세한 우울함과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인디포크의 멜로디까지 얼핏 내가 좋아하는 그룹들의 장점만 쏙쏙 뽑아서 만든 듀오같다.

킹스 어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누구?

킹스 어보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는 2000년에 데뷔한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의 포크 듀오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팝스타는 단연 아하(a-ha)가 있고, M2M, 마리아 메냐(Maria Mena), 재즈 쪽에서는 시셀(Sissel), 잉거 마리(Inger Marie) 정도가 얼핏 떠오른다. 제2의 싸이처럼 빌보드를 강타한 “The Fox”의 일비스(Ylvis)정도만 생각난다.

사실 노르웨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인구 500만 정도의 오슬로가 수도고 북유럽의 스웨덴과 붙어있는 나라 정도며 바이킹, 고등어, 연어, 피오르드 해변이 전부다. 이런 북유럽의 나라에서 나를 홀려버린 듀오 킹스 어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는 참 특이한 존재다.

국내에 유독 팬들이 많다. 광고에서도 이들의 음악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고, 딱 국내 취향의 말랑말랑 섬세한 멜로디와 담백한 목소리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팀명이 길다보니 직역해서 “편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75년생 동갑내기 친구 얼랜드 오여와 아이릭 글람벡 뵈 이 둘은 이미 10살 때부터 친구였다. 16살 무렵에 기타를 배워 또래 친구들과 스쿨밴드 “Skog”라는 밴드를 결성 EP까지 발매했지만 바로 해체한다. 그리고 1998년 얼랜드와 아이릭은 듀오 ‘편리왕’을 결성한다.

2001년 1집과 리믹스 앨범

듀오는 1999년 여름 유럽의 한 페스티벌에 출연했는데 그곳에 있던 미국 레이블 킨더코어 ‘Kindercore’ 관계자에 눈에 띄며 계약까지 따냈다. 이후 런던으로 이주해 첫 번째 앨범[Quiet Is the New Loud]를 녹음 2001년에 발매하는데 콜드플레이(Coldplay) 프로듀서 켄 넬슨(Ken Nelson)이 제작에 참여했다. 앨범은 나오자마자 인디팝 음악팬들에게 입소문이 나오고 뜻밖의 매우 성공적인 데뷔를 맞이하게 된다. 인디팝, 포크, 발라드 계열의 노르웨이 음악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정도면 나름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다.

같은 해 2001년에 [Versus]라는 1집 앨범의 리믹스 개념의 앨범이 한 장 더 발매된다. 1집에 수록된 곡의 리믹스 버전과 과거에 만들어 놓은 1집에 실리지 못했던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인디팝 노래가 추가된 앨범이었다.

이렇게 2001년 한해에 2장의 앨범이 나오며 나름 인지도와 성공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데 바로 다음 앨범이 나온 것이 아니고 3년이 지난 후에 정규 2집 앨범이 발표된다.

잠깐의 공백기에 얼렌드 오여는 혼자 베를린에 살면서 솔로 활동을 하는데 생뚱맞게 DJ로 리믹스 앨범을 발표하는데 ‘DJ Kicks’시리즈와 ‘Unrest’라는 제목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또한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어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며 굉장히 바쁜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확실한 건 킹스 어브 컨비니언스와 스타일이 너무 달라도 다른 앨범이라 확실한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변신이었다.

2004년 두 번째 앨범

2004년이 되어서야 후속작 정규 2집 앨범 [Riot On An Empty Street]이 발표된다. 사실 이 앨범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앨범 전트랙 거의 모든 노래가 좋다. 캐나다 출신 여성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Feist)도 참여해 좋은 결과를 이끌었다.

특히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싱글곡 “I’d Rather Dance With You”는 2004년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MTV유럽 채널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만큼 많이 방영되고 들려진 노래였다.

그런데 이렇게 2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리믹스앨범이 나오는 동안 얼랜드 오여와는 달리 아이릭 글람벡 뵈는 번아웃을 겪게 된다. 성향상 안정된 삶을 추구했던 아이릭은 이런 성공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고 오랜 기간 노르웨이 집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런점을 부담스러워했다.

원치 않은 활동과 투어와 콘서트를 돌아야 하는데 불안정함이 힘들었고 과부하까지 찾아오게 된다.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된 꼴인데, 결국 아이릭은 고향인 노르웨이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 과정에서 얼랜드는 아이릭에게 버림 받은 기분을 느낄 정도로 섭섭했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팀을 해체하지는 않고 얼랜드는 오히려 솔로 앨범과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 활동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9년 세 번째 앨범

이후 세 번째 정규앨범[Declaration Of Dependence]가 5년이 지난 2009년에서야 발표된다. 아이릭의 성향으로 인해 노르웨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동안 얼랜드 오여는 여러 곳을 다니며 다른 솔로 활동과 사이드 프로젝트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러는 동안 킹스 어브 컨비니언스의 노래들은 아이릭이 만들어 혼자 녹음하고 후에 얼랜드 오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름 합리적인 작업방식을 찾아간 경우라 봐야겠다.

앨범발표 전후에는 오랜만에 콘서트를 열고 북미와 남미를 거쳐 유럽을 중심으로 투어 일정을 잡고 오랜만에 활동을 이어갔고 2008년 첫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다. 2013년에도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주 긴 공백기에 들어간다. 이 세 번째 앨범에 “Mrs. Cold”가 바로 카누라는 커피믹스 광고에 음악이 쓰이기도 했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가 이 노래가 된 계기였을 것이다.

2021년 네 번째 앨범

그리고 마침내 2021년 4월에 12년 만에 신곡 “Rocky Trail”을 발표하며 활동 재기를 알렸고 네 번째 정규앨범 [Peace Or Love]가 발표됐다. 동시에 ‘편리왕’ 이 듀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그동안의 활동내용과 새 앨범과 관련된 이야기와 둘 사이의 충돌과 화합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졌다. 2013년 이후 10년만인 2023년 3월 내한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영국 가디언지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닉 드레이크(Nick Drake), 아스트러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의 구수하면서도 우울한 융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북유럽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마치 맑고 깨끗한 청아한 공기가 연상된다. 순수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둘이 들려주는 화음은 섬세하면서도 계속해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사운드와 둘의 호흡 언제 들어도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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