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 카트리지 바늘 리팁

턴테이블의 소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품은 톤암 끝에 붙어 있는 헤드쉘의 카트리지다. 어떤 카트리지를 쓰는지에 따라 소리의 성향이 다 다르다. 보통은 MM바늘과 MC바늘로 나뉘고 일반적으로 보급형은 MM, 고급형은 MC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음악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바늘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주 고가의 바늘은 아니지만 두루두루 여러 가지 바늘들을 구비해 놓고 비교를 해서 듣고 있는데 쓰다보면 실수로 바늘을 부러뜨리거나 마모로 인해 못 쓰게 될 때가 있다. MM바늘은 경우는 교체형으로 이뤄진 바늘들이 많은 편이라 오리지널 교체바늘을 쓰거나 요즘 대체용 바늘이 많은 편이라 교체하면 되지만 MC바늘의 경우는 리팁 아니면 버려야 한다. 카트리지 바늘 리팁 이야기.

신혼 초의 일이다. 그동안 좋은 소리로 보답해준 오토폰(Ortofon) MC20 Super 2 바늘을 분질러 먹었다. 그때 범인은 집사람이었다. 턴테이블에 먼지가 많고 지저분해 보여 큰마음 먹고 청소를 열심히 했단다. 물론 자기가 바늘을 분질러 놓은 것도 몰랐다. 퇴근해 오랜만에 LP 좀 돌려볼까 했는데 바늘이 사라진 황당한 상황이었다. 헤드쉘과 카트리지는 그대로인데 캔틸레버와 바늘만 사라진 상황 ‘뭐지? 왜 카트리지 바늘만 안 보이지?’ 침침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봤더니 밑쪽에 부러진 바늘이 애처롭게 부러진 샤프심 마냥 떨어져 있었다. 

오디오는 절대 청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청소하다 그랬는데 어쩌겠어?” 라고 했었다. “아하하하… 그래 그래 잘했어를 연발했다!! 난 마음 넓은 남편이니까!!” 한마디 보탰다. “이 바늘 30만원 짜리야! 이젠 단종돼서 더 이상 구하지도 못해. 하하하 괜찮아.” 내가 청소를 안 해서 지저분해 보여서 그랬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아끼고 아낀 내 바늘. 속이 무척 쓰렸다. 당시 여기저기 검색을 해 봤더니 리팁이란걸 하면 살릴 수 있다는 글들을 봤고, 오디오쟁이들에게 잘 알려진 부산에 리팁 전문 장인을 그때 알게 됐다. 통화했더니 부러진 바늘과 같이 택배로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수리비는 얼만진 물어보니 당시 가격으로 5만원을 불렀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릴 수 있다고 해서 택배로 보내고 며칠 뒤 받았다. 정말 비싼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턴테이블의 가장 핵심 소리의 핵심은 카트리지와 바늘이다. 크게 MC와 MM 바늘로 나뉘고 그라도나 골드링의 MI형 카트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장 널리 쓰이는 바늘은 MM과 MC형이다. 바늘 리팁은 파손된 다이아몬드 바늘 팁을 다시 새로운 다이아몬드팁으로 이식하여, 카트리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걸 리팁이라고 한다. 바늘팁을 지지하고 있는 캔틸레버를 새로 댐퍼에 장착하는 방법과 바늘팁이 마모되었거나, 캔틸레버 끝부분이나 팁만 파손된 경우 캔틸레버 고정 부분 앞을 자르고 그 길이에 맞게 새 갠틸레버 와 새팁을 끼워넣고 접착 장착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바늘 분질러 먹었을 때 이걸 살려내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부터 카트리지 리팁에 유명한 두 명이 있었다. 부산의 D전자와 청계천 부근에서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장착하는 S씨가 유명하다. 심지어 이 두 양반의 명성이 일본까지 퍼지면서 일본에서도 많은 수리가 온다고 한다. 거의 모든 카트리지 리팁이 가능하지만, 가격대비 효과로 봤을 때 MC카트리지 리팁이 가장 많다고 한다. MC 카트리지는 보통은 리팁밖에는 방법이 없다. MM 바늘의 경우는 바늘만 교체할 수 있는 모델들이 많고 리팁 비용대비 다른 대안이 많다고 할 수 있다. MM중에서도 고가의 MM바늘이나 더 이상 구하기 힘든 모델들의 경우만 리팁을 추천한다. 

실제로 리팁 전문가 두 분이 제일 많이 리팁하는 모델이 데논(DENON) MC D103과 오토폰 MC 시리즈라고 한다. MC10, MC20, MC30같은 구형 모델들이다. 경험상 리팁했을 때 원래 바늘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복원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리팁 부위가 약해져서인지, 바늘의 수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가 예전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보통 MC바늘의 수명이 300시간 정도인걸 감안하더라도 결국 리팁이 답이 아닐 수 있다. 

마음속으로 슬슬 올라오는 의구심, 리팁 된 바늘이 원래 소리가 날까? 성대결절 수술 뒤 목소리가 변하듯 제소리가 안 나면 어쩌나? 이래저래 심란했었다. 그리고 2주 후 리팁 된 바늘이 왔는데 생각보다 깔끔했었다. 당시 소리는 내 귀로 구별이 힘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이아몬드 팁의 수명때문인지 리팁 된 부위 접착부가 떨어져서인지 1년 정도도 못 썼던 기억이 난다. 소리도 시원찮아 지고, 돋보기로 바늘을 살펴봤더니 바늘이 느낌상 쪼그라든 것 같은 마모가 심한 상태였다. 결국은 리팁의 유통기한은 있다. 단연히 바늘의 수명이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썼는지도 중요하다. 결론은 새제품이 가장 좋다. 아니면 얼마 사용하지 않은 중고제품을 구입하는게 정신건강에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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