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 Story

고등학교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다. 사실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남고에 불어선생님은 몇 안 되는 여선생님이었고 무엇보다 샹송을 들려주며 불어공부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덕분에 불어를 잘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읽고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고, 실제로 불문과에 원서를 내기도 했었다. 당연히 똑 떨어졌고 2지망이었던 국어국문을 전공하게 됐다. 그 시절 프랑스 샹송들을 많이 찾아 들었다. 엄밀히 말해 프렌치 팝을 더 많이 들었고 예전 샹송들도 곁가지로 듣는 정도였다. 그때 유독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였다. 매력적인 목소리와 외모가 한몫했고 운 좋게도 그 즈음 앨범들이 라이센스로 새 앨범들이 발매됐을 때다. 

프랑스의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는 샹송에 블루스와 재즈, 로큰롤, 카바레 음악 등을 가미한 샹송의 맥을 잇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미권의 음악문법을 가미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혼합한 새로운 샹송의 시대를 연 가수다. 전 세계적으로 17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와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뒤를 잇는 샹송 디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6년 프랑스 로렌 지방의 포르바크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별히 정식 음악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실비 바르땅(Sylvie Vartan), 달리다(Dalida), 미레이유 마띠유(Mireille Mathieu) 노래들을 잘 불렀는데 8살 때부터 각종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해 두각을 드러냈다. 13살 때 한 가요제에서 우승하면서 독일의 ‘롬펠캄머’라는 클럽과 계약을 맺고 7년간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1985년 19살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오디션을 보고 첫 번째 싱글을 발표하는데 이 때 프랑스의 유명 영화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Gerard Depardieu)’가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를 눈여겨보고 제작을 맡았었다. 이 싱글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987년 두 번째 싱글인 “Mademoiselle Chante Le Blues(블루스를 노래하는 여인)”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데뷔했고 이 앨범에 초기 그녀의 대표곡 “Mon Mec A Moi”가 흥행하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1988년 첫 번째 앨범 <Mademoiselle Chante> 반응이 터지기 시작했는데 당시 프랑스 차트 2위에 올랐고 2개월 동안 머물렀으며 64주 동안 차트 Top 10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지에서 크게 히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 3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다. 

그리고 1990년 첫 세계 투어는 12개국에서 196회 공연을 하는 동안 7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연으로도 큰 흥행을 기록하고 그 여파를 이어 1990년 <Scene De Vie>앨범을 발표하면서 역시 크게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 앨범은 프랑스 음악차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앨범이었고 재즈와 블루스 리듬에 더 중점을 두고 1집 앨범과는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고 실제로 호평을 받았다. “Les Hommes Qui Passennt”를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다. “Kennedy Rose”는 Rose Kennedy에게 헌정됐다. 이 앨범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첫 구입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었다.

당시 이례적으로 소련에서도 공연을 가질 정도였고 1991년 월드뮤직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때 월드투어를 돌면서 녹음한 라이브 앨범 <Carnets De Scene>을 발표하면서 1,2집에 수록된 노래들이 다수 포함된 2LP로 제작됐다. 

1993년 세 번째 정규앨범 <Je Te Dis Vou>는 47개국에서 300만장을 판매하면서 이 앨범으로 월드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결정적인 앨범이 된다. 파트리샤 카스의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단연 이 앨범이었다. 독일어로 첫 번째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It’s A Man’s Man’s Man’s World”를 커버하며 영어로 된 노래도 3곡이 포함되어 있었다. <Je Te Dis Vou>는 독일어권(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앨범이 됐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한 노래는 “Il Me Dit Que Je Suis Belle”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트랙은 “Y’avait Tant D’etoiles(별이 참 많았는데)” 허밍으로 불러진 노래로 앨범의 문을 여는 곡으로 이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거의 모든 곡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투어는 19개국을 돌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게 되는데 이례적으로 베트남 전쟁이후 베트남 하노이에 출연한 최초의 서양 가수가 됐다. 이때 우리나라에도 왔었는데 이 앨범이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다.  

1995년에 프랑스와 유럽, 아시아의 인기를 넘어 영어권 음악계에 본격적인 데뷔를 시도한다. 뉴욕에서 녹음을 진행했고 12곡의 유명 팝과 클래식 재즈트랙들을 녹음했다. 대표적으로 빌리 헐리데이(Billie Holiday) “Black Coffee”, 빌 위더스(Bill Withers) “Ain’t No Sunshine”, 빌리 조엘(Billy Joel)의 “My Life”, 시카고(Chicago)의 “If You Leave Me Now”같은 유명 레퍼토리를 녹음한 특별한 앨범이 한 장 나왔다. 이 앨범은 LP판으로 녹음됐지만 공식적으로 발매된 적은 없었고 단지 프로모션용으로 3천장만 찍혔다. 세계적으로 희귀앨범이 됐다.

그나마 빌리 헐리데이(Billie Holiday)의 “Black Coffee” 이 한 곡만 <Jazz à Saint-Germain> 모음집 음반에 수록되어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앨범에는 프랑소아즈 아르디(Francoise Hardy)와 이기팝(Iggy Pop)의 듀엣곡 “I’ll Be Seeing You”가 포함되어 있었다. 

1996-7년에는 유명한 가수와 작곡가들과의 협연이 특히 눈에 띈다. “Comme Toi”로 유명한 장자크골드만(Jean-Jacques Goldman)과의 앨범작업을 하기도 했고, 재즈와 소울의 영향을 받은 재즈 블루스와 팝 스타일 음악이 혼합되어 있었다.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의 듀엣곡 “Don’t Let Me Be Lonely Tonight”이 포함됐다. 1998년에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과(Placido Domingo)와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Alejandro Fernandez)와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비엔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캐롤 앨범까지 녹음했다.  

1999년 6월, 파트리샤 카스는 마이클 잭슨이 주최한 콘서트 중 하나인 마이클 잭슨 & 프렌즈(Michael Jackson & Friends)에 초대되어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여명, 코코리, 유진박, 루더 밴드로스, 바네사메이, 보이즈 투 멘, 머라이어 캐리가 함께 등장하기도 했었다.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as)는 예전 영화 <남과 여>를 제작한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제안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제안 받고 영화 오디션까지 거쳐 재즈 가수 Jane역을 맡게 된다. <And Now…Ladies And Gentlemen>였다. 이 영화는 2002년 칸 영화제에 초대되어 상영됐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파트리샤 카스는 새 앨범을 녹음하기로 마음먹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의 예전 재즈스타일의 곡을 녹음하는데 예전 프랑스 샹송을 영어로 번안해서 녹음을 진행한다. <Piano Bar>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 앨범은 타이틀과 달리 결과물이 너무 현대적이라는 이유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정말 좋아했다. 무엇보다 녹음이 너무 잘 되어 있고 전곡이 오래된 샹송들을 영어로 불러 귀에 익은 멜로디에 선곡 또한 예술이었다. “If You Go Away”,“I Wish You Love”,“Autumn Leaves”,“Where Do I Begin(Love Story Theme)”, “La Mer”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주제곡까지 들어가 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앨범이었다. 오래된 샹송과 현대적인 리듬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혹적이고 로맨틱한 모음집이 바로 <Piano Bar> 앨범이었다.

보통 이런 예전 노래들을 녹음하면 목소리를 도드라지게 과시적으로 내게 마련인데 절대로 앞서나오지 않고 노래의 멜로디 라인에 맞게 목소리 윤곽을 잡는 방식으로 앨범을 녹음했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보여준다. 오디오 레퍼런스로 이 앨범에 들어있던 노래 “If You Go Away”,“Where Do I Begin”을 자주 들을 정도였다. 

2008년 즈음 러시아어로 듀엣앨범을 발표하더니 오랜만에 앨범녹음에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껏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음악을 들고 나온다. 1930년대 음악으로 흔히 얘기하는 캬바레(Kabaret)시대의 음악으로 회귀한다. 그 속에는 30년대 유럽에서 유행한 캬바레에서 들어봤을 것 같은 재즈 리듬과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시절 최고의 인기가수들인 그레타 가르보, 수지 솔리도르 느낌을 최대한 활용한 앨범이자 그녀들의 찬사로 가득 찬 앨범이었다. 비평가들로부터는 호평을 받았지만 앨범은 차트성적이나 판매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후 <Kaas Chante Piaf>라는 샹송의 상징적인 존재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를 기념하는 헌정 앨범을 발표하고 월드 투어를 통해 에디트 피아프의 상징적인 노래 21곡을 선보였다.

2012년 이 공연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방문해서 공연이 진행됐다. 당시 내한 기간에 tvN’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생각보다 국내에 팬들이 많은 편으로 1994년, 2002년, 2012년 세 차례 단독 공연을 하기도 했었고, 1999년에는 마이클잭슨과 친구들 공연에 게스트로 역시 방문했었다. 국내 화장품(나드리) 광고모델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어릴 때 파트리샤 카스의 음악적 원천은 실비 바르땅(Sylvie Vartan), 달리다(Dalida), 미레이유 마띠유(Mireille Mathieu),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였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캬바레 앨범이후 그녀에게 영향을 준 가수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수지 솔리도르(Suzy Solidor)였고, 안무는 현대무용의 선구자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이었고 그들의 대한 찬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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