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 We Are The World

아프리카를 돕고자 기획된 프로젝트 USA For Africa의 노래 “We Are The World” 정말 한 번쯤은 들어본 노래로 1985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공동 작곡,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프로듀싱한 노래로 기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꾼 상징적인 노래다. 세계적인 팝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발표한 합창곡으로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위대한 음악가들이 모인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2024년 2월 넷플릭스에서 당시 프로젝트의 녹음 현장과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The Greatest Night In Pop)>을 공개했다.

80-90년대 팝음악 팬이라면 보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수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한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스타들의 모습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강력추천!

라이오넬 리치의 매니저였던 켄 크레이건은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당시 평판이 무척 좋았다. 아침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는데 바로 해리 벨라폰테였다. 그는 전설 자체이고 원로 음악인이자 사회운동가였다. 배우나 가수 활동은 이미 접은 상태였고 대부분 그를 상징적인 인물로 여겼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났다. 예술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의 빈곤 특히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하며 아프리카에서 특히 에티오피아에서 수천 명이 죽어 가고 극심한 궁핍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가 모여서 뭐라도 해야되지 않겠냐며 콘서트를 열자고 해리 벨라폰테가 제안했다.

1984년 11월 영국-아일랜드 뮤지션 밥 겔도프가 주축이 되어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영국에서는 밴드 에이드(Band Aid) “Do The Know It’s Christmas” 싱글을 발매했고,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와 미국 최고의 스타들을 끌어들이자고 했다.

라이오넬 리치는 매니저로부터 그 제안을 받았을 때 1985년 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진행을 맡기로 한 상태였고 대규모 솔로 투어도 예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주축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프로듀서로 퀸시 존스를 점찍었다. 워낙 능수능란한 지휘자였고 성공한 연주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수많은 스타들과 작업했던 인물이다. 루이 암스트롱과 프랭크 시나트라부터 리틀 리처드, 폴 사이먼, 다이애나 로스, 마이클 잭슨까지 그 당시 퀸시 존스보다 더 각광받는 프로듀서는 없었고 전 세계 모든 음악가가 그를 존경했다.

다음 단계는 당연히 참여할 팝스타들을 모으는 거였다. 라이오넬 리치는 스티비 원더에게 같이 곡을 써보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통화가 쉽지 않았고 말은 건냈지만 세부적인 의견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라이오넬 리치는 급한 마음에 프로듀서 퀸시 존스를 먼저 만나는데, 이때 퀸시 존스가 마이클 잭슨을 추천한다. 이렇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 라이오넬 리치, 마이클 잭슨, 퀸시 존스가 프로젝트의 문을 열었다.

해리 벨라폰테 – 켄 크레이건 – 라이오넬 리치 – 퀸시 존스 – 마이클 잭슨 순으로 합류하고 노래를 부를 팝스타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휴대폰도 없던 시절 일은 더디기만 했다. 흑인 가수뿐 아니라 백인 가수들도 섭외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당장 합류할 인물로 케니 로저스가 거론됐다. 자연스럽게 킴 칸스나 린지스 버킹엄 같은 소속 가수들까지 합류하게 이른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행사였다. 라이오넬 리치가 그날 밤 8시에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진행을 맡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그날 수많은 가수가 로스앤젤레스에 모일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누가 또 올까?’ 거기에 오는 팝스타들을 섭외하자. 그날 시상식에 오는 팝스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다이애나 로스, 홀&오츠 도 섭외했다. 프린스, 마돈나, 신디 로퍼까지 물망에 올랐다. 많은 팝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 녹음하려면 시상식 당일이어야만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누가 참여해야 음반을 제일 많이 팔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마이클 잭슨과 라이벌이었던 프린스를 꼭 섭외하고 싶어했다. 또, 저니의 리드 싱어 스티브 페리는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을 낸 상태였고, 당시 신인이었던 마돈나는 뭘 하든 색다른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니저 켄 크라이겐은 마돈나 보다는 신디 로퍼를 원했다.

다음으로 할 일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섭외하는 일이었다. 1985년 그의 인기는 거의 최고였다. 인기도 많았고 콘서트 투어가 계속 진행중이었다. 그런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할 예정은 없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녹음 바로 전날까지 투어가 잡혀있었다. 프로젝트의 뜻을 전하자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투어 끝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오기로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섭외했으니 밥 딜런에게도 연락해 보자는 의견이 모인다. 밥 딜런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가수로 유명했고 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격이었지만 80년대 중반은 그의 전성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신비로운 전설의 가수 밥 딜런의 네임벨류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밥 딜런이랑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참여를 결정한 이후에는 진전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참여 인원이 늘었다. 빌리 조엘과 윌리 넬슨도 합류하기로 했고 이어서 티나 터너, 휴이 루이스, 폴 사이먼, 다이애나 로스, 레이 찰스도 프로젝트에 참여를 확정지었다. 기획자들은 부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당장 다음 주인데 곡이 빨리 나와야 퀸시 존스가 녹음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 잭슨은 둘러앉아 그냥 막 던져 보고 괜찮은 건 뭐든 시도했고 코드가 몇 개 떠오르면 마이클 잭슨이 이어받는 식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흥얼거리면서 곡의 구조를 잡았는데 문제는 가사가 없었다. 그 순간 마이클 잭슨이 ‘우리는 하나 We Are The World’ 라는 가사를 떠올렸다. 그때부터 가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녹음 장소 선정도 무척 중요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모든 스튜디오를 돌아봤는데 A&M 스튜디오가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위치도 좋고 음향 장비도 훌륭했기 때문에 바로 결정한다. 이곳이 대중에 알려지고 언론에 노출되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끝장날 상황이었다. 켄 크레이건은 정보가 유출될까 봐 무척 걱정했고 보안 유지에 굉장히 집착했다.

1985년 1월 20일, 녹음 8일 전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는 곡을 완성했고 마침내 퀸시 존스에게 들려줬다. “집에서 듣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진짜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할 정도였죠” 퀸시 존스의 말이다. 마이클 잭슨이 데모 테이프를 녹음했고 다른 가수들이 곡을 대충이라도 익힐 수 있게 악보랑 편지랑 카세트를 50개 정도 만들어 보냈다. 이 데모 버전은 마이클 잭슨 솔로 버전이며 데모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완성곡 수준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가수들에게 각자 부를 파트를 선정해야 했다. 가수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바닥에 쫙 펼치고누가 솔로를 할 건지 정해야 했다. 솔로 파트라고 하지만 가사는 각자 반 줄뿐이었고 그 반 줄을 본인만의 목소리와 스타일과 음역대로 불러야 했다. 그래서 퀸시 존스와 엔지니어들은 솔로를 부를 가수들의 노래를 다 듣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차이점과 대비점을 찾아 음역대를 분석했다. 그런데 모든 가수가 솔로 파트를 부를 순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방법으로 녹음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했다. 가수들이 차례로 녹음부스에 들어가서 자기 파트를 부를 것인지 아니면 한자리에 모아 놓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러야 했는지도 정해야 했다. 퀸시 존스는 녹음실에 마이크를 둥글게 놓고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해야 한다고 했다. 각자 따로 녹음하다 보면 하룻밤에 절대 끝낼 수 없고 거의 3주가 걸린다고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제가 중요했다. 가수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누가 오든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틈을 주지 않고 매끄러워야 했다. 녹음을 잠시라도 멈추면 난장판이 될 것이 뻔했다.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열렸다. 라이오넬 리치는 그날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상을 6개나 받았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프로젝트 얘기뿐이었다. 최우수 앨범상 후보는 프린스의 <When Doves Cry>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였고 다른 부문에서도 둘이 맞붙었다. 둘은 진짜 라이벌이었고 이 둘이 프로젝트에서 같이 노래하면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섭외했지만 프린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기타 세션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 곡에는 기타 세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이 스튜디오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녹음실 한가운데 C12 마이크 앞에 섰고, 가만히 반주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그 자리에 있던 관계자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정말 난생처음 들어 봤어요” 라고 회상했다. 마이클 잭슨은 간략한 코멘트를 붙이는데 “퀸시 존스가 세계 기아 문제에 관해 곡을 써 달라고 부탁해서 제 마음과 영혼을 쏟아부었어요. 말로 전하는 건 어려워요. 노래를 통해 전하는 게 훨씬 쉽죠. 가사에 진심을 담았어요.”

사실 마이클 잭슨은 처음엔 곡만 쓰고 싶지만 결국 녹음에도 참여했고 정말 진심을 다했다.

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는 라이오넬 리치가 가수들에게 빨리 A&M 스튜디오로 가라고 안내했다. 스튜디오 문 앞에는 퀸시 존스가 적은 훌륭한 명언이 달렸다.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라 (Check Your Ego At The Door)” 가수 말고는 아무도 스튜디오에 출입할 수 없었다. 당시 활동하던 가수들이 그 자리에 모두 모였으니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 거기에 퀸시 존스는 영악했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밥 겔도프를 소개하고 이 프로젝트의 의미와 모인 이유를 먼저 연설하게 했다. 그리하여 가수들이 온전히 노래에만 집중하게 했다. 다들 모여서 즐겁긴 하지만 이 노래에 감정을 담아 달라는 호소였다.

늦은 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녹음실에 긴장감이 돌았고 쉽지 않은 환경에서 녹음을 진행해야 했다. 그 녹음실에 60명 70명 정도 있었고 냄새가 고약해지기 시작했다. 5,000와트짜리 조명들이 여기저기서 열기를 내뿜어서 녹음실 내부가 엄청나게 더워졌고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조명팀도 많았고 카메라맨도 4명이라서 전선이 엉키지 않게 아주 조심해야 했다. 무엇보다 소리도 내면 안 됐고 영상을 찍으면서 동시에 녹음도 하고 있었다.

이 다큐를 보면서 라이오넬 리치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됐다. 그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녔고 그의 역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거였다.

녹음 중 난데없이 스티비 원더가 곡 어딘가에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를 넣자고 의견을 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웨일런 제닝스가 스와힐리어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라 노래를 할 수 없다고 나가버렸다. 누가 스티비 원더에게 에티오피아에선 스와힐리어를 안 쓴다고 말해주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굶주린 사람들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고, 잠재적 기부자들한테 뜻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또 한 명의 진상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알 재로다. 녹음 중 와인을 너무 많이 먹고 취해서 자기 파트를 놓치는 실수를 자꾸 하는데 다른 가수들이 다들 놀란다. 아무리 과음을 했어도 그는 컴퓨터처럼 정확한 음정 처리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가수였다.

가수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다들 피곤해했다. 우선 후렴 녹음은 끝났고 이제 솔로 차례가 남았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가 같이 부르는 무대는 무산됐다. 프린스는 결국 오지 않았고 프린스 솔로 파트가 남게 됐다. 그 자리에 휴이 루이스가 추천됐다.

이 노래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 부분이 휴이루이스와 신디 로퍼, 킴칸스가 함께 한 부분이다. 신디 로퍼는 음을 쭉 올리는데 휴이 루이스도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휴이 루이스의 굵직한 목소리와 예상외로 출중한 가창력을 지닌 신디 로퍼에 다시금 놀랐다. 그 와중에 신디 로퍼가 차고 있던 목걸이와 팔찌가 마이크에 타고 들어가 잡음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노래 전반부 가장 멋진 장면은 마이클 잭슨 파트를 이어받은 휴이 루이스의 힘 있는 목소리와 이어지는 신디 로퍼, 킴 칸스의 멋진 화음이 가장 빛난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해도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스티비 원더가 부른 후반부였다. 각자 록음악과 알앤비 진영에서 가장 인기 있던 음악가였고 이 둘이 함께 후반부 코러스를 부르게 한 것은 록음악과 알앤비, 백인과 흑인,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뭉쳐 조화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허스키한 보컬과 스티비 원더의 청아한 보컬이 묘한 조화를 주며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마지막 녹음은 밥 딜런과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애드리브 파트만 남았다. 밥 딜런이 등판했다. 밥 딜런은 미국에서도 그리고 전 세계에서도 전설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놀라운 기량을 보게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녹음에 들어갔을 때 밥 딜런은 코러스처럼 불러야 할지 자기 방식대로 불러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이때 퀸시 존스는 스티비 원더를 투입해 특훈을 하게 된다. 스티비 원더는 밥 딜런을 편안하게 해 주는 비밀 요원이었는데 스티비 원더가 피아노를 치며 밥 딜런 성대모사를 하며 어떻게 불러야 좋을지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 딜런은 평소에 많은 사람 사이에서 녹음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퀸시 존스는 녹음실에 사람이 너무 많다며 녹음 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내보냈다. 그렇게 스티비 원더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밥 딜런은 마이크 앞에 섰고 퀸시 존스는 지휘대 위에 섰다.

프로듀싱은 뛰어난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거의 정신과 의사처럼 그 상황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차례가 왔다. 그런데 무엇보다 목 상태가 걱정이었다. ‘Born In The USA’ 투어가 막 끝나서 무척 피곤한 상태로 스튜디오에 달려왔고 목 상태는 안 좋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목에 유리 조각이 박힌 것 같은 그런 소리였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다음날, 아침 6시 모든 녹음이 끝났다. 흥분됐지만 확실히 모두 지친 상태였다. 팝스타 47명을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이애나 로스는 모두가 떠난 뒤에도 남았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퀸시 존스가 괜찮냐고 물으니 다이애나가 이렇게 말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랐어요.” 그녀의 이 말 한마디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바로 그런 밤이었다.

3개월 후, 이 노래는 전 세계 곳곳의 여러 방송에서 같은 시간 동시에 송출했다. 전 세계 10억 명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들은 것이다. 이런 에너지가 모이면 아주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 음악은 참 신비한 동물 같다. 만질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지만, 그냥 거기 존재한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300년 넘게 우리를 감명시키고 있고 아주 강렬한 에너지와 영감을 넣어 준다. “We Are The World”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노래였다. 영어는 몰라도 멜로디는 이해할 수 있고 이 곡의 느낌을 음악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게 “We Are The World”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고 예술가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팝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밤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자존심과 재능을 걸고 아프리카를 돕고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회는 딱 하룻밤뿐이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정신없었고 뭘 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워낙 이례적인 일이라 모두가 들뜬 상태였고 혼돈 그 자체였다.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들이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지휘자 프로듀서 : 퀸시 존스

단독 공연자 :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제임스 잉그램, 티나 터너, 빌리 조엘,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로스, 디온 워윅, 윌리 넬슨, 알 재로,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스티브 페리, 대릴 홀, 휴이 루이스, 킴 칸스, 밥 딜런, 레이 찰스

코러스 : 댄 애크로이드, 해리 벨라폰테, 린지스 버킹햄, 마리오 시폴리나, 조니 콜라, 쉴라 E. 밥 겔도프, 빌 깁슨, 크리스 헤이즈, 신 호프, 재키 잭슨, 라토야 잭슨, 말론 잭슨, 랜디 잭슨, 티토 잭슨, 웨일런 제닝스, 베트 미들러, 존 오츠, 제프리 오스본, 포인터 시스터스, 스모키 로빈스

악기 연주자 : 데이비드 페치(신디사이저), 마이클 보디커(신디사이저, 프로그래밍), 파올리뇨 다 코스타(타악기), 루이스 존스(베이스기타), 마이클 오마션(건반악기), 그렉 필린게인즈(건반 악기), 존 로빈슨(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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